반기문 빠진 대선, 문재인 '굳히기' 안철수 '뒤집기'

文, 영남 찾아 '대세 굳히기'…安, IT·보수 확장성 등 부각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다음날,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각각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평가받는 문재인·안철수 전 대표는 자신의 강점을 적극 부각하는 행보에 나섰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2일 자신의 출신 지역인 영남을 찾았다. 문 전 대표는 경남 남해군 남해읍 전통시장을 찾아 "사상 처음으로 영남·호남 모두에서 지지받는 그런 대통령이 되어서, 우리 정치 발전을 가로막아 왔던 망국적 지역 구도를 타파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어내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첫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여야를 통틀어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문 전 대표의 '1위 굳히기'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는 "지금까지는 어느 지역에서 지지받으면 다른 지역에서는 배척받고, 또 선거 당일 어느 지역에서 잔치가 되면 다른 지역에서는 눈물바다가 됐다"며 "이번 대선에서 영남과 호남 모두에서 지지를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남해군에 이어 진주시를 찾는 등 서부 경남권 지역을 집중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일정은 설 연휴 이후 첫 지역 방문 일정이고, 지난 1월 4일 이후 한 달 만의 경남 지역 방문이기도 하다. 진주에서의 메시지는 공공기관 이전, 기업 유치 등 '혁신도시' 발전 방안에 초점을 뒀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자신의 강점인 IT 분야의 전문성을 강조하는 행보를 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국기원을 찾아 이창호 9단 등 국가대표 기사들과 대담을 하고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대국을 했다. 앞서 안 전 대표는 전날 문 전 대표가 발표했던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설치' 관련 공약에 대해 "그것이야말로 국가가 앞에서 지휘하면 잘 따라올 거라는 '박정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방식"이라며 "다른 나라들에서 어떻게 4차 산업혁명이 잘 진행되는지 깊이 있는 연구가 부족한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또 '보수'로의 확장도 염두에 둔 듯 보인다. 그는 전날 대구방송(TBC) 인터뷰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대해 "정부 간의 협약은 다음 정부에서 백지화하거나 뒤집을 수 없다"며 "지금 최선은 미중 양국과 협의해서 중국이 북한제재에 동참하(게 하)고, 그 결과 북핵 문제 해결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하면 그때 미국에 사드 배치 철회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다음 정부가 결정하는 게 마땅하다'는 정도의 입장을 유지해 왔다.

TBC 인터뷰에서 "흑색선전", "문 전 대표의 직접적인 해명을 요구한다"고 말하는 등 2012년 대선 문제로 재차 문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것(☞관련 기사 : 안철수 "문재인, 정말 내가 돕지 않아 대선 패했나?")이나,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 역시 '반문(反문재인)' 연합의 구심점이 되리라는 기대를 받았던 반 전 총장이 사라진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 확대를 노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안 전 대표는 이날 발표된 몇몇 여론조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위로 부상한 데 대해 "선거 관리를 담당해야 하고, 국정 난맥상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수습해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다. 그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황 대행의 대선 출마는) 기본적으로는 본인 판단이겠으나, 국가의 현재 상황을 생각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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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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