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 "4.3 왜곡, '박정희 추모 교과서' 폐기해야"

[언론 네트워크] "의미 부여 없이 각주 추가로 그쳐…'국정교과서 금지법' 제정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추모 교과서'라는 오명까지 따라붙으며 전 국민적인 비난 여론을 받아온 국정 한국사 교과서가 결국 최종본까지 나왔다. 제주4.3을 단 몇 줄로 설명하는데 그치며 제주도민들의 공분을 샀던 내용은 각주 정도만 보완하는데 그쳤다. 최종본 발표 직후 4.3유족회를 비롯한 도민사회의 '즉각 폐기'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28일 공개한 국정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한 수정과 보완 작업을 거쳐 31일 최종본을 확정해 발표했다. 최종본 교과서는 현장검토본 공개 이후 일반인, 역사 교원, 국회 등의 의견을 모아 국사편찬위원회·집필진의 검토와 편찬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완성됐다.

이날 교육부는 4․3 관련 서술에서 오류가 있었던 특별법의 명칭을 바로 잡고, 4․3 평화공원에 안치된 희생자의 위패 관련 내용을 수록했다고 설명했다.

확인 결과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본문 하단의 각주가 추가되는데 그쳤고, 4.3관련 역사 그림도 배제된 채 이승만 대통령의 취임식 장면이 그려지는 등 의미있는 변화는 거의 없었다.

4.3 당시 미군정의 실책, 서북청년단이 제주도민에게 자행한 가혹한 폭력, 경찰의 고문치사 등 4.3 배경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찾아볼 수 없다.

▲ 고등학교 국정역사교과서 252페이지에 기술된 제주4.3사건. 기존 현장검토본과 비교해 본문은 달라지지 않았고 각주 부분만 일부 보완됐다. ⓒ제주의소리

▲ 중학교 국정역사교과서 131페이지에 기술된 제주4.3사건. 기존 현장검토본과 비교해 각주 확대에만 그쳤다. 4.3관련 배경 설명이나 사진은 빠져있다. ⓒ제주의소리

지난해 12월 13일 국회를 찾아가 국정한국사교과서 폐기를 촉구한 제주4.3희생자유족회(이하 4.3유족회)에 이준식 교육부장관은 "유족회 의견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장관의 말은 빈말이 되고 말았다.

'면피용 수정'에 그친 최종본이 나오자 4.3유족회를 비롯한 도민 사회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4.3유족회는 이날 성명을 내 "그동안 유족회의 지속적인 요구 사항들을 철저히 무시한 채 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엉터리 교과서를 강제 주입시키려는 저들의 치졸한 작태에 돌이킬 수 없는 실망감과 함께 이제 더 이상은 논의의 여지 조차도 없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성토했다.

또 국정 한국사 교과서 폐기는 물론이거니와 "교육당국의 이러한 고집불통 정책을 억제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역사교과용 도서 다양성 보장에 대한 특별법'(국정교과서 금지법)이 제정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 국회의원 3명도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이미 민심의 바다에서 탄핵되어 식물상태인 박근혜 정권의 마지막 발버둥이 어디까지일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는 것은 국회와 국민의 뜻을 무시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4.3사건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채 각주로 추가하는데 그치는 등 기존의 방향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며 "도민사회와 지역 국회의원 3인의 문제 제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정·보완 없이 최종본을 공개하는 것은 제주4.3사건이 국가 공권력에 의해 발생했으며 수만명의 민간인이 희생됐다는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폐기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정 한국사 교과서 논의 초기부터 반대 입장을 고수해온 제주도교육청은 이날 "최종본에 명시된 4.3 관련 내용을 평가하는 것 역시 국정교과서를 인정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기에, 불필요하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2018년으로 예정된 개정 교과서 적용 시기를 2019년으로 연기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4.3도민연대도 "4.3은 수만 명의 인명 피해와 수십 만 가축과 수만 채의 가옥이 소실된 피눈물의 역사다. 이러한 4.3역사를 단 몇 줄로 기술한 교육부의 국정역사교과서 최종본에 대해 거듭 반대한다"며 "시대착오적, 반민주적, 반교육적 국정교과서는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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