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2004년 아들 명의 계좌에 8천만원 이체

탈법 의혹에 "실명제법 위반 아니고 증여 의사 없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던 지난 2004년, 아들 명의의 금융 계좌에 8000만 원의 예금을 이체했다가 이를 딸 결혼식 비용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경향신문>은 반 전 총장의 장관 재산신고 내역을 확인한 결과 2005년 본인 명의 예금은 8100만 원가량이 줄어든 반면, 아들 반우현 씨의 금융 자산이 1억5000만 원여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만약 아들에게 1억 원가량을 '증여'한 것이라면 증여세 탈루가, 본인 재산을 아들 명의 계좌에 이체한 것이라면 재산 축소 신고 및 금융실명제법 위반이 의심된다는 게 신문이 제기한 의혹의 골자다.

반 전 총장 측은 이에 대해 같은날 오후 입장 자료를 내어 "2004년 반 전 총장 본인의 적금이 만기되어, 그 금액을 곧 있을 장녀 결혼식 경비로 쓰기 위해 당시 다소 금리가 높았던 장남 보유 은행 계좌에 예치했다가 장녀 혼례에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 전 총장 측은 "이로 인해 재산신고상 장남의 예금액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만기 적금을 가족 계좌에 일시적으로 예치하는 것은 금융실명제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 전 총장 측은 '증여' 의혹에 대해서는 "증여할 의사도 없었고 또한 사실상의 증여라 볼 수 없다"고 부인했다. 반 전 총장 측은 "12년 전의 일로서 구체적 자료가 없고 정확한 기억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같이 해명했다.

그러나 설사 이같은 해명을 곧이듣는다고 해도, 반우현 씨의 2004~2005년 자산 증가 내역은 1억5000만 원에 달하는데 반 전 총장의 적금 만기액은 8357만 원이어서 7000만 원가량의 출처가 모호한 상황이다. 반우현 씨 본인의 월급을 저축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당시는 그가 LG CNS에 입사한 지 3년 정도 됐을 때였다. 해당 기업의 당시 신입사원 연봉은 3000만 원에 못 미치는 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의 재산 내역에 대해서는, 전날 일부 언론에서 '축소 신고'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겨레>는 2006년 반 전 총장이 장관 퇴임 이후 한 재산신고 내역에 따르면 당시 그의 부동산 보유액이 9억4737만 원으로 돼 있지만, 공시지가 기준으로 산출했을 때 실제로는 14억6072만 원에 해당해 5억 원 이상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 측은 이에 대해 "당시 공직자 재산신고 규정상, 부동산은 취득·매매 등 재산상 변동이 없고 가액 변동(지가 상승 등)만 있을 경우 신고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2006년 1월 공직자 재산 신고 내용을 그대로 신고한 것"이라며 "이후 공직에 계속 있지 않고 해외에서 유엔 사무총장으로 일했기 때문에 퇴임시 신고한 재산 내용에 대한 가액 변동 등을 정정할 계기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동생 일 잘 모른다"던 潘, 동생이 고문으로 있는 中 기업 총수와 사진촬영

한편 뇌물·사기 등 혐의로 반 전 총장의 동생 반기상 씨와 조카 반주현 씨가 미국 법정에 기소된 사실과 관련해 반 전 총장은 "장성한 조카·동생이 하는 일이라 잘 모른다"는 취지로 해명해 왔지만, 그가 동생이 고문으로 있는 중국 기업 관계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 해당 기업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25일 <민중의소리>와 26일 <한겨레> 등 보도에 따르면, 중국 산둥(山東)성 옌타이(烟台) 소재 기업 '화안그룹' 홈페이지에는 2013년 반 전 총장과 반기상 씨, 이 기업 회장 부부와 면담한 뒤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상 씨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한국에 자주 오는 중국 친구인데, (방한 중이던 반 전 총장과) 같은 서울 롯데호텔에 묵고 있으니 한 번 만나 보라고 소개했다"며 "만나서 사진 찍은 것이 전부다. 뭐가 문제냐"고 해명했다. 반 씨는 2010년부터 이 기업 고문으로 일했다.

그러나 신문에 따르면 화안그룹은 반 전 총장과의 만남에 대해 "(화안그룹 회장이) 현재 진행 중인 중국 옌타이항과 한국 평택항의 통항 프로젝트를 보고하며 '평택항의 진행이 늦다'고 하자, 반 (당시) 총장은 '개인적으로 한국 측에 호소해 프로젝트의 진행이 이른 시일에 이뤄지도록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고 밝히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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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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