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에 발끈한 일본…총리 "유감스럽다"·자민당 "용납할 수 없다. 동맹국에 매우 무례"

선거 2주 앞두고 터진 악재에 자민당 내 반발 커져…"매우 심각한 사안, 단호한 조치 취하는 것이 중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 관세를 25% 부과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일본 정부와 여당은 동맹국에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8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총리관저에서 미국의 관세 조치와 관련해 종합 대책 TF회의를 가졌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새로운 관세율에 대한 내용을 담은 서한을 받았다며 "정말 유감스럽다"고 말했다고 일본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의 핵심 산업인 자동차를 염두에 두고 "일미 간에 합의할 수 없는 부분이 남아 있으며,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협상에서 "진전"이 있었다면서 미국 측이 "일본의 대응에 따라 서한 내용이 수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일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유에 대해 "안이한 타협을 피하고 보호해야 할 것을 보호하기 위해 엄격한 협상을 계속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일본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는 "8월이라는 새로운 시한을 향해 일미 협의를 진행하고,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동시에 국익을 보호하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주변 인사들에게 미국과 관세 협의가 "힘든 협상"이라고 거듭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은 "다음 달 1일로 연기된 관세 부과 이전에 일본과 미국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요미우리>신문 역시 "일각에서는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4월 이후 7차례 미국을 방문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8월까지 합의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자동차를 비롯해 미국 관세의 영향을 받는 국내 산업에 대한 지원책과 관련 "영향을 평가하고 주저 없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8일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교도통신=연합뉴스

일본 여당 자민당에서는 총리보다 더 격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자민당 내 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미국 관세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 편지 한 통으로 이런 통보를 하는 것은 동맹국에 대한 매우 무례한 행위다. 매우 분노한다"라고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고 <후지TV>가 보도했다

그는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단호하게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오노데라 정무조사회장은 관세 부과 유예 시한과 관련 "협상을 서두르다가 여러 가지를 양보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끈기 있게 협상을 이어가기를 바란다"며 미국에 주도권을 뺏겨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자민당 내에서 이처럼 강경한 언사가 나오는 배경으로 2주 후에 일본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내각 지지율이 높지 않은 가운데 미국 발 관세 부과 소식까지 들려오면서 여권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방송은 "선거 기간 중 일본을 겨냥한 이번 발표는 정부에 큰 충격을 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방송은 기존 미국과 협상에 대해 "접근 방식의 한계가 있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면서 "(미국 직접) 투자 계획으로 트럼프를 설득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농산물 관세 인하를 포함한 전략을 재고해야 한다"는 정부 관계자의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방송은 다만 "농산물이 (미국과 관세 협상의) 카드가 될 경우 자민당 내부의 반발이 불가피하다"라며 이후 협상 향방에 관심이 모아진다고 보도했다.

실제 일본에서 농촌 지역의 표심이 중요한 만큼, 여당과 정부는 미국과 협상에서 농산물만큼은 지켜 내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앞서 6월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서 "일본을 매우 존중하지만, 그들은 쌀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에서도 미국산 쌀을 받지 않으려 한다"라며 "우리는 서한을 보낼 것이다. 그들이 앞으로도 오랜 시간 좋은 무역 파트너로 남기를 바란다"고 쌀 수입을 압박했는데, 이에 대해 1일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향후 미일 관세 협상에서 "농업을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향후 협상에서 농업을 희생시킬 생각은 전혀 없으며, 보호해야 할 것은 보호하고, 국가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정부로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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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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