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인터넷 기자들과 한 간담회에서 "단어 하나를 갖고 사람의 정치적 인격까지 한꺼번에 내리까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저는 정의와 보편적인 연대를 위해서 평생을 거쳐 싸워왔다"고 말했다.
안희정 지사는 지난 2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재명 성남시장의 '기본 소득' 공약을 겨냥해 "세금을 누구에게 더 나눠주는 정치는 답이 아니다. 국민은 공짜 밥을 원하지 않는다. 시혜적 정치와 포퓰리즘은 이제 청산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이재명 성남시장은 23일 "공짜라는 표현은 구태 기득 보수 세력이 쓰는 말"이라고 반박해 둘 사이에 논쟁이 붙었다.
보편 복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안희정 지사는 "보편 복지, 선별적 복지(를 둘러싼 논쟁)는 '개 발에 편자'같은 논쟁이다. 우리가 그런 복지 수준이 되나? 우리나라는 고차원적인 복지 제도를 설계할 수준이 안 된 나라다. 우리 사회의 절대적인 약자에 대한 보호조차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헌법에 있는데, 지방 정부가 장애인 버스 한 대 구입하기가 힘들다. (장애인) 재정 지원도 (제대로) 못 한다. 이 수준의 복지 현실에서 (보편이냐 선별이냐 하는 논쟁은) 고담준론같다"면서 "우리 사회에 구명보트 자체가 부족하니, 구명보트를 더 만들어서 튼튼히 하자는 게 제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안희정 지사는 자신의 복지 정책 구상에 대해 "먼저 근로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일자리가 가장 적극적인 복지 정책이다. 청년 수당을 주더라도 (청년이라서 주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찾기 위한 수당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그는 "근로 능력이 없는 노인이나 아동에게는 국가가 복지해야 한다. 타이타닉호에서 탈출하는 순서대로 국가 예산을 써야 한다. 노인, 아동, 장애인, 여성, 청소년에게 먼저 써야 하는데, 구명보트 순서가 잘못돼 있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기본 소득'과 같은 새 제도를 만들기보다는 '있는 제도'를 보완하는 게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비현실적인 장애 수당, 양육 수당, 실업 급여 수준 등을 언급하며 "이처럼 단계적인 복지 정책, 제도 정비 과제가 산적했는데, 선거 때면 각 계층마다 더 주겠다는 식의 (다른 후보들의) 복지 정책에 대한 접근 방법에 동의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안 지사는 자신이 '실현 가능한 약속을 하는 타협주의자, 민주주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내가 집권하면 과거 총통처럼 한꺼번에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처럼 얘기하지만, 저는 그렇게 얘기 못하겠다"면서 "(그런 발언은) 민주주의 리더십과 거리가 먼 착시 현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저는 직업 정치인으로서 민주주의를 통해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할 것이고, 그게 저의 가장 전문 분야고 제가 그에 적합한 후보"라고 홍보했다. 집권하면 국회 다수당에 총리 지명권을 주겠다고 공약한 것도 '협치'와 '타협'을 강조하는 연장선상인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 안희정 대선출마 "국회 다수당에 총리 지명권 주겠다")
노동 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50만 개를 창출하고 공공 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공약을 겨냥해서도 "(정부가) 인위적인 일자리 목표를 내거는 것은 무리다. 특히 공공 분야에 일자리를 만드는 일은 좋은 일자리가 아니다. 시장과 기업에서 다양한 창업과 투자를 통해 만들어진 일자리가 유효한 일자리"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안 지사는 "정치인은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구조라는 새 순이 올라올 사회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면서 "그게 민주주의 정치가 해야 할 직업적 본령이지, 세금 갖고 시장에 들어가 시장 개입 정책으로 효과를 내려는 것은 민주주의 지도자로서 철학 부재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다른 대선 후보들을 비판했다. (☞관련 기사 : 문재인 "법정 휴가만 다 써도 일자리 30만 개 창출")
그 밖에 충남도지사로서 찬성한 '규제 프리존법'이 '의료 민영화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충남도청에서는 지역 내 필요한 현안들이 있었고, 중앙 정부가 압박해서 지방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점이 있어서 찬성 입장에 서명했다. 그러나 규제 프리존법에 담긴 다른 독소 조항까지 찬성한다는 취지로 해석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충남 엑소'라고 불리는 비결에 대해서는 "저와 다른 견해에 적대적으로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 의견도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당신은 공짜 밥이라는 내 표현에 대해서 그래서 화 냈구나' 하고 인정한다"는 점을 꼽았다. 안 지사는 "사람들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호감을 가지는 것도 그 이유 아니겠나? 한 청년이 대통령 연설 행사에서 소리 지르고 난리를 부려도 (오바마 대통령이) '쟤 끌어내라'고 하지 않고 계속 들어주는 것 자체가 감동이지 않나? 우리가 요구하는 민주주의 리더십이 그거 아닌가? 저는 그것을 실천해왔다"라고 강조했다.
정책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가 보건복지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뽑는 일이다. 피아노, 바이올린을 잘 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기초연금 20만 원 준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이 복지 철학을 갖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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