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인터뷰 "대통령 되면 가구당 1년에 300만 원씩 쏠 수 있다"

[인터뷰②] "나는 보수…법만 지켜도 엄청난 사회 개혁 일어나"

<프레시안>이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이재명 성남시장은 내년 대선의 화두를 '공정 사회', '공정 국가'라고 제시했다. '박근혜 게이트'의 핵심인 불공정, 불법, 부정부패를 바로잡고, 불평등을 줄이는 것을 전 사회적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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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재명 시장은 "내가 대통령이 되면 국가 예산에서 (세금 철저 징수로) 50조~60조 원은 가뿐하게 만들 자신이 있다"면서 "50조 원이면 1인당 100만 원씩, 가구당 300만 원씩을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동 수당, 청년 배당, 기초 연금 등 '기본 소득' 형식으로 현금을 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금은 곧바로 소비 여력이 된다.

포퓰리즘 아닐까? 이재명 시장은 복지 정책이야말로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50조 원을 재벌에게 줘봤자 쌓아놓기만 하므로 경제 성장 효과가 없다. 차라리 서민들에게 돈을 풀어서 경제 활성화 효과를 노리자는 것이다. 서민들에게 들어간 돈은 곧바로 소비된다. 소비가 늘면 대기업 입장에서도 좋다. 경제 순환 구조를 재구축할 수 있다.

'서민에게 현금 주면 게을러진다'는 '전통적' 인식을 뒤집어야 새로운 '경제 체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진보 진영에서 제안하고 있는 '기본 소득'의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 '예산 절감'과 '부자 증세' 등으로 만들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50조 원의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매우 현실적인 방법이다.

공정한 '법 집행'을 노동 정책에서 강조한 점도 눈에 띄었다. 이재명 시장은 "나는 '법을 지키자'는 측면에서 보수"라며 "법만 공정하게 지켜도 엄청난 사회 개혁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그는 법대로 주 52시간 이상 노동을 금지하면, 일자리가 50만 개 생긴다고 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반기문 총장은 공직자의 제1덕목인 '청렴' 요건에서 기본적으로 자격 미달"이고, "박근혜 대통령 편을 들었다가 비판했다가 하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인 입장을 바꾸는 철학이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전 대표와 경쟁하는 과정에서는 다소 억울함도 호소했다. 그는 "짜장면과 짬뽕이 경쟁하는데, 내가 짜장면이 '물이 없고 담백하다'고 설명하면, 일각에서는 '그럼 짬뽕 비하하는 거냐'고 한다"고 토로했다.

▲ 이재명 성남시장이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프레시안>과 인터뷰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내년 대선의 화두를 꼽자면?

이재명 : 내년 대선에는 공정 사회, 공정 국가가 의제다. 모든 영역에서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문제의 출발이다. 우리 사회의 제일 큰 문제가 불공정, 불법, 부패, 비리에서 생기는 불평등, 격차를 교정하는 것이 첫째 과제다.

그 다음에 모든 영역에서 공정한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 경제 영역의 공정성을 담보해 재벌 특혜와 노동 착취를 없애야 한다. 복지와 세제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세제 구조가 역진적인데, 능력에 따라 세금을 더 내도록 해야 한다. 초대기업 법인세 실질세율이 12~13%까지 떨어졌다. 초대기업, 초고소득자 증세로 세제 공정성을 이뤄야 한다. 담뱃세는 서민 감세해야 한다.

재정 집행 방향에서도 대기업 중심의 지원 정책은 줄이고, 중소기업 중심으로 가야 한다. 노동 영역에서도 공정하게 법대로 해야 한다. 법대로 주52시간 초과 근로를 금지하면 일자리가 50만 개 생긴다. 하루 8시간 법정 근로 초과 분에 대해서는 실제로 통상 임금의 1.5배를 지급하도록 하는 것만 해도 '준법 법치'다. 그래서 나는 '법을 지키자'는 측면에서는 보수다. 법만 공정하게 지켜도 엄청난 사회 개혁이 일어난다. 제 주요 정책 목표는 '준법 사회', '법치 사회'다.

"50조 원 만들 자신 있다…가구당 300만 원 지원 가능"

프레시안 : 부자 증세로 세제의 공정성을 확보하면 어떤 복지를 할 수 있나?

이재명 : 성남시의 청년 배당이니 산후 조리니, 무상 교복 정책이 있었다. 서민들한테 50만 원, 100만 원이 얼마나 큰 돈인가? 이걸 아동 수당, 청년 수당, 기초 연금 확대에 쓰더라도 정말 돈이 별로 안 든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국가 예산에서 50조~60조 원은 가뿐하게 만들 자신이 있다. SOC 등 쓸 데 없는 데 쓰이는 예산 절감으로 30조~40조 원을 얻고, 500억 원 이상 영업 이익을 내는 초대기업 440곳에 8%만 증세하면 15조~18조 원이 나온다. 또 연 10억 원 이상 소득자에게 10억 원을 넘는 추가 소득에 대해서만 세율 10%만 증세하면 2조5000억 원이 걷힌다. 또 각종 감세, 면세만 없애면 10조 원 정도는 거뜬히 만든다.

이렇게 실효세율을 올려서 50조~60조 원을 만들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먼저 청년 배당. 1인당 100만 원씩 줘도 6500억~6조5000억 원이 든다. 아동 수당은 초등학생들에게 다 줘도 6조~7조 원밖에 안 든다. 기초 연금도 20만 원 가지고는 못 사니까 30만 원으로 올리면 4조5000억 원 정도 더 든다. 이걸 다 해도 예산이 엄청 남는다. 50조 원이면 1인당 100만 원씩, 가구당 300만 원을 지원할 수 있다.

50조 원을 현금 복지로 지출하면 그 돈이 다시 경제를 살릴 것이다. 50조 원이 재벌한테 가면 다 쌓아두기만 하겠지만, 서민들에게 가면 100% 다 쓴다. 서민들이 이 돈을 다 쓰면 경제가 성장하는 직접 효과가 있다. 50조 원으로 경제 체질도 바꾸고, 사실상 기본 소득을 상당 정도 도입하면서 서민 삶도 바꿀 수 있다. 경제도 성장 담론이 아니라, '공정 경제'를 만들어야 성장도 된다. 경쟁의 공정성, 분배의 공정성을 담보하면 경제가 산다. 공정 경제, 공정 사회, 국가도 공정 국가가 화두다.

"반기문, 청렴 자격 미달이고 철학도 빈곤"

프레시안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어떻게 평가하나?

▲ 이재명 성남시장. ⓒ프레시안(최형락)
이재명 : 반기문 사무총장의 별명이 기름 장어라는데, 일본 언론에는 '우나기(うなぎ, 뱀장어)'라고 소개됐더라. 국민 입장에서 자기 색채가 뚜렷하고 소신과 철학, 용기와 결단을 가진 국가 지도자를 보려면 뱀장어는 아니다. 살아온 과정이 너무 양지를 쫓아온 측면이 있다.

우선 공직자의 제1덕목은 청렴이다. 반기문 총장은 '청렴' 요건에서 기본적으로 자격 미달이다. 외교 문서 수발에 사용되는 '외교 행낭'을 통해 (지난 5월 김종필 전 총리에게) 사적인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공적인 권한으로 사적인 목적을 이룬 것이다. 이는 하나의 습관이지만, 드러난 빙산의 일각에서 많은 것을 읽을 수 있다.

이번에 박연차 전 태광그룹 회장에게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이 나왔는데, 나는 사실이라고 믿는다. 박근혜 게이트는 국가 권력을 사적 용도로 악용해서 생겼다. 공적인 권한을 사적으로 이용한 사람이 한국을 이꼴로 만들었는데, 그런 사람이 또 나온다면 대한민국이 국가 지도자로 받아들이지 않으리라고 본다.

둘째로 반기문 총장은 철학이 빈곤하다. 박근혜 대통령 편을 들었다가, 비판했다가 했다. 필요에 의해 너무 빨리 말을 바꾼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인 입장을 얼마든지 바꾸는 철학 없는 사람이다. 이제 국민도 화려한 경력, 외관, 외향만 가지고 선택하기보다는, 내용, 실적, 증거를 중심으로 판단하리라고 본다. 저는 외형과 경력으로 보면 보잘것 없지만, 성남시 운영이라는 실적이 있지 않나. 반기문 총장은 결국 지지율이 떨어지면 (대선을) 포기하지 않을까 싶다. 추대하면 모를까, 경선하고 가능성이 불명확하면 특성상 포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짜장면 홍보하면, 왜 짬뽕 비하하냐고 해"

프레시안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등인데, 이재명 시장이 문재인 전 대표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재명 : 짜장면과 짬봉이 경쟁하는데, 내가 짜장면이라고 하자. "나는 물이 없고 담백하다"고 짜장면의 특성을 설명하면, 일각에서는 "그러면 짬봉 비하하는 거냐"고 한다. 짜장면이 좋은 사람은 짜장면을 먹고, 짬뽕을 좋아하면 짬뽕을 먹어야지, 왜 짬뽕을 비하하느냐고 하면 곤란하다.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다 중요한 사람이고 각각의 다른 장점이 있다. 그래서 팀이 필요하고, 우리는 분명히 한 팀이다. 지금은 문재인 전 대표가 압도적인 1위의 공격수다. MVP다. 우리는 수비수, 미드필더인데, 미드필더도 골을 넣을 수도 있다. 각자 자기가 맡은 역할을 잘하자. 팀플레이 잘하고, 이기고 나면 MVP는 국민이 정해준다. 우리는 경쟁적으로 협력하고, 협력하되 경쟁하는, 팀이 승리하도록 만드는 소중한 자원들이다.

저도 열심히 경쟁해서 이기면 그분들이 도와줄 것이고, 지면 그분들을 도와드릴 것이다. 문제는 지지자들 사이에 너무 결렬하게 부딪힌다. 나도 우리 지지층에게 이렇게 말한다. "객관적 사실에 의해 비판은 해야 하지만, 허위 사실을 유포해서 음해하거나 모욕적 언사로 공격하면 나중에 함께하기 어렵다."

프레시안 :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재명 : 대선 결선 투표제는 해야 한다고 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최근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대선 주자들이 모여서 '8인 정치회의'를 논의하자고 해서 제가 거부했다. 선수들이 논의하기보다는 국민이나 정당, 국회에서 정하는 게 맞다.

▲ 이재명 성남시장.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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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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