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중앙> 인터뷰를 보고, 우려한다

[정욱식 칼럼] 사드, 일단 들어오면 '붙박이' 된다

대선 후보 가운데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이재명 성남 시장의 사드 관련 발언이 주목을 끌고 있다.

그는 12월 20일 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협의가 된 사안이니 일방적인 폐기는 불가능하고 무책임하다"며, "KAMD(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완성 시까지 시한부 배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만 놓고 보면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그의 평소 지론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논란이 커지자 이 시장은 페이스북에 해명 글을 올렸다. "중앙일보 기사는 사드 설치가 끝난 후의 현실적 대책에 관한 이야기"라며, "종북몰이를 무릅쓰고 초기부터 성주군 사드반대집회 지지방문까지 하며 지금까지 해온 변함없는 입장"은 "사드는 철회되어야 하며, 차기 정부로 넘긴 후 재검토를 하는 것"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현 정부의 거부로 실제 설치된 후라면 한미관계의 특성상 일방적 폐기가 어려우니,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1) 단기적으로는 훈련 시 및 필요시에 한해 이동 배치하고 2) 장기적으로 KAMD가 완성되면 철수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심사숙고 끝에 나온 입장이지만, 적절하지도 현실적이지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러한 발언은 사드 반대 동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지금은 "현 정부의 거부로 실제 설치된 후라면"이라는 가정법을 사용하면서 사드 배치 시 한미관계를 고려해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을 때가 아니다.

오히려 이 시장이 평소에 밝혀온 것처럼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토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어야 했다. 불필요한 사족이 성주 군민과 김천 시민 등 많은 사람들을 상심케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래도 사드가 배치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을 수 있다. <중앙일보> 인터뷰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일 게다. 이 시장의 "현실적 대책"도 이 와중에 나왔다. 하지만 그 대책도 별로 현실적이지 못하다.

먼저 사드는 "훈련 시 및 필요시에 한해 이동 배치"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 성주 배치 시 사드는 '붙박이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과의 협의" 역시 한미간의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

이 시장의 취지는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사드에 대한 공동 통제권을 갖겠다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미국이 전략 무기에 해당하는 사드의 통제권을 한국과 공유하는 것을 수용할 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KAMD가 완성되면 철수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도 문제가 있다. 우선 '영구적인 배치'를 희망하는 미국의 입장과 충돌한다. 또한 군사기술적으로나 군비경쟁의 특성을 고려할 때, 'KAMD 완성'이란 이룰 수 없는 꿈이다. 그 환상을 좇을수록 KAMD는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아울러 KAMD도 미국 MD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며, 통합 MD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드 배치 완료 시 대책을 마련키란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이러한 가정에 기반을 둔 입장 표명은 가급적 안 하는 게 좋다. 그래도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면 '조속한 철수를 목표로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히는 것이 더 낫다. 사드 배치 강행시 초래될 엄청난 손실과 위험은 미국과의 담판도 주저하지 않겠다는 리더십의 결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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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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