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조윤선 發 '문화계 블랙리스트', 살펴보니...

SBS <8시 뉴스> 블랙리스트 공개...언론사, 예술가, 극단, 교수 등 포함

그간 의혹으로만 제기됐던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이 공개됐다. 여기에는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예술가와 극단, 그리고 언론사는 물론, 지원자격을 심사하는 심사위원들이 포함돼 있었다. 또한, 이들의 무엇이 문제라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는지 등도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었다.

26일 SBS <8시 뉴스>가 공개한 블랙리스트를 보면 교수나 시인, 안무가 등 예술계 인사 48명과 영화사나 극단 등 43개 단체 등 91개 이름이 등장한다.

이들은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등 야당 정치인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는 이유로 대부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다. 또한, 야당 정치인들과 공동으로 책을 내는 등 조금이라도 함께 활동한 이력이 있는 인사도 대부분 명단에 올랐다.

쌍용자동차 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적인 이슈에 의견을 표현한 행위도 블랙리스트 대상이었다.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 언론사 7곳은 '좌파 성향'으로 분류돼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문체부나 그 산하 정부 위원회 사업을 심사하는 외부 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블랙리스트도 작성됐다. 서울대와 연세대 교수 등 모두 14명이 용산 참사 해결이나 이명박 정부 규탄과 관련한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명단에 올랐다.

현재까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 문건을 작성한 배후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2014년 중반부터 이듬해까지 진보 성향 문화예술계 인사 및 단체의 명단을 작성하고, 이 명단을 문체부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보내 정부 예산이 지원되는 사업에 선정되지 않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리스트 작성은 조윤선 당시 정무수석과 정관주 당시 국민소통비서관(전 문체부 차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블랙리스트의 배후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지목하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26일 CBS 라디오 <사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출연해 "퇴임 전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직접 봤다"면서 "리스트 (형식) 이전에 구두로, 수시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시라고 하면서 모철민 (청와대 교육문화) 수석이나 김소영 (청와대 문화체육) 비서관을 통해 문체부로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특검도 이러한 의혹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집 등 10여 곳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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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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