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빨리, 더 크게" 사드 재촉하는 브룩스 사령관님께

[정욱식 칼럼] "중국과 무관하다"는 소리는 이제 그만

안녕하십니까? 저는 평화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는 정욱식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렇게 공개 편지를 띄운 이유는 사드 배치에 대한 사령관님의 압박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귀하께서는 13일 한민구 국방장관을 만나고 나서 사드 배치를 최대한 빨리 완료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4일에는 "8∼10개월 안"이라는 구체적인 시한도 제시했고, 괌의 사드 기지보다도 크게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저는 사령관님의 이러한 언행이 동맹국인 한국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끌어 낸 거대한 촛불 민심은 현 정부에서 이뤄진 여러 가지 정책 결정에 의구심을 품고 있고, 여기에는 사드 배치 결정도 예외는 아닙니다. 많은 국민들은 사드 배치를 최소한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고, 국회의원 절반 이상도 이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귀하께서는 이러한 한국인의 염원에 재를 뿌리고 있습니다.

더구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해 많은 한국인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한여름 밤에 날벼락을 맞은 성주 군민과 김천 시민들은 일손을 놓고 매일 저녁 촛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폭염 속에서 시작된 촛불이 어느덧 한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지 주민들과 원불교 신자들, 그리고 이분들과 연대하고 있는 많은 단체들과 인사들은 기어코 사드 공사가 시작되면 결사 저지에 나설 뜻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사령관께서는 이분들이 입고 있는 고통을 '부수적 피해' 정도로 치부하실 겁니까? 이분들의 결사 투쟁을 뚫고 순탄하게 사드 공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까? 현지에 가서 주민들을 만나보실 것을 권유하고 싶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사드 배치를 "핵심 이익"의 침해로 간주하는 중국은 한국에 대해 다양한 보복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의 많은 기업과 관계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중 관계가 파탄 지경을 맞으면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도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중국은 군사적 대응까지 경고하고 있습니다.

사드는 미국이 만든 무기입니다. 한국에 사드 배치를 제안한 쪽도 미국입니다. 사드가 배치되면 이걸 운영할 주체도 미국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을 설득해야 할 가장 큰 책임은 미국에 있는 것이 아닌가요?

"사드가 중국과 무관하다"는 하나마나한 얘기가 아니라 "사드와 X-밴드 레이더는 절대로 중국을 겨냥하지 않겠다"는 법적 구속력을 갖춘 보장이라도 제시하면서 중국과 협상해야 하는 건 아닌가요? 저는 귀하께서 중국의 보복이 미국이 아니라 한국을 향하고 있어 '남의 일'이라고 여길 정도로 염치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자성어 중에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드 배치 논란은 2014년 6월 귀하의 전임자인 커티스 스캐퍼로티 사령관의 요청에 따라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30개월 동안 한국은 사드로 인해 심한 몸살을 앓아왔습니다. 초기에는 정보 부족으로 사드를 '신의 방패'로 여기던 사람도 있었지만, 그 실체가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반대나 재검토 여론도 꾸준히 높아져 왔습니다.

주한미군 사령관인 귀하께서는 오바마 행정부나 트럼프 인수위보다 한국의 사정에 밝을 것입니다. 저는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귀하께서 사드 배치를 유보하자는 요청을 본국에 전달해주길 바랍니다. 사드 배치 강행과 건강한 한미동맹의 발전은 양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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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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