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터키 경찰은 왜 러시아 외교관을 살해했나?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시리아 내전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가 터키 경찰관의 총격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터키 내부의 정치적 이유에서 비롯됐다는 관측과 함께, 6년 동안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사실상의 국제전으로 번진 시리아 내전이 근본 원인이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9일(현지 시각) 터키 수도 앙카라의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사진전시회에 참석한 안드레이 카를로프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는 축사를 하던 도중 자신의 뒤에 서 있던 터키 경찰관으로부터 총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숨졌다.

카를로프 대사를 저격한 살해범은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라는 이름의 경찰관으로 그는 총격 이후 "알레포를 잊지 말라, 시리아를 잊지 말라, 우리는 지하드(이슬람 성전)를 추구하는, 선지자 무함마드를 지지하는 이들의 후예"라고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에 따르면 알튼타시는 "누구든 이 압제에 관여한 사람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돌아가라"라고 수 차례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후 현장에서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알튼타시는 알레포에서 수니파 반군 세력을 몰아낸 러시아의 군사작전을 반대하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번 일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 알튼타시 터키 경찰관이 카를로프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를 피격한 이후 러시아 공습에 반대한다고 말하고 있다. 알튼타시 옆에 카를로프 대사가 총에 맞아 쓰러져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로, IS(이슬람국가)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IS외의 다른 시리아 반군들에 대해서도 공습을 감행해왔다. 특히 지난 13일 러시아는 알레포에서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반면 터키는 아사드 정권이 아닌 반군을 지원해왔다. 터키를 비롯해 미국이 간접적으로 시리아 반군을 지원했으며,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이스라엘 등도 반군을 지원하면서 시리아 내전이 국제전 양상을 띠었다.

이에 이번 터키 경찰관의 총격이 터키와 러시아 관계뿐만 아니라 시리아 내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단 터키와 러시아는 더 이상의 관계 악화를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건이 일어난 당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후 카를로프 대사의 피격과 관련, "러시아-터키 관계의 정상화와 시리아 사태 해결에 차질을 초래하려는 목적의 도발"이라면서 "러시아는 국제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 대사를 살해한 경찰관이 러시아와 터키의 대결을 조장하려는 시도를 벌였지만, 양국은 그런 길을 가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으로는 이번 사건이 에르도안 대통령을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 벌어진 일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는 재미 이슬람학자인 펫훌라흐 귈렌이 이번 일과 연계가 됐다는 추측인데, 귈렌 측이 이번 일을 도모해 에르도안 대통령을 위기에 빠뜨리려 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알튼타시가 귈렌과 연관돼 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터키 일부 매체에서는 알튼타시가 지난 7월 터키에서 일어난 쿠데타 관련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면서 귈렌과 연계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이 알튼타시의 단독 범행인지, 배후 세력이 있는지 여부도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시리아 내전, 얼마나 더 죽어야 끝나나

지난 7월 쿠데타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실상의 철권 통치를 하고 있는 터키 내부에서는 저격범과 귈렌의 관계를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을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은 강대국의 대리전이 돼버린 시리아 내전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1년 3월에 시작된 시리아 국민들의 항쟁은 5년 9개월이 지난 2016년 12월 현재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있다. 최초 항쟁 세력들은 폭압적인 아사드 정권에 대항하기 위해 반군을 조직했다.

그런데 여기에 미국과 중동의 친미 국가들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아사드 정권과 연계돼있던 이란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과 중동의 친미 국가들은 반군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했다.

아사드 정권은 이에 대항하기 위해 극단적인 이슬람주의자들을 감옥에서 석방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러시아와 이란을 전쟁으로 끌어들여 오늘날과 같은 대치 상태를 만들었다.

사실상 국제전으로 번진 시리아 내전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리아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시리아 인권 관측소' 집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시리아 내전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만 45만 명에 달하고, 100만 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 시리아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1200만 명의 사람들이 난민 신세로 전락했다.

이에 세계 곳곳에서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도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와 경계를넘어, 국제민주연대, 나눔문화, 녹색당 등 20여 개 단체들이 공습 중단과 내전 종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의 친미 왕정국가들, 러시아, 이란, 이스라엘, 터키 등이 오늘날 시리아를 무대로 벌이고 있는 '죽음의 체스판'을 즉각 걷어치우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 20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압둘 와합(가운데) 헬프시리아 사무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참여연대

이들은 시리아 내전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리아 민중들에게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스스로 풀 기회를 주지 않는 한 그 어떠한 개입도 전쟁을 끝내지는 못한다"며 "시리아의 아사드 정부와 반군들은 하루빨리 이 비극을 끝낼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정치적 대화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시리아 내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제연합(UN)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제라도 내전 당사자들이 총을 내려놓고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게끔 힘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어느 일방도 군사적으로 절대 우위에 있지 않은 상황에서 내전은 결코 총으로 끝날 수 없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라며 국제사회가 시리아 내전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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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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