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러시아 트럼프, 중국에 '잽' 날린 속내는?

"중국과 대결? 트럼프, 중국 물품 관세 절대 못 올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새로운 정부에서 대외 정책을 담당할 핵심 인사 인선을 마무리했다. 신인 결과 트럼프 정부가 러시아와 가까워지고 중국과는 갈등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반면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얽혀있는 미중 양국이 대립 일변도의 관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향후 관계에 대한 엇갈리는 관측 속에 미국의 새 행정부가 북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트럼프 당선자는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인 마이클 플린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전 중부사령관인 제임스 매티스를 국방장관으로 인선한 이후 미국 석유업체인 엑손모빌의 최고경영자(CEO) 렉스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내정하면서 대외 정책 진용을 구축했다. 이중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이 사실상 트럼프 정부의 대외 정책 방향을 보여준 것 아니냐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틸러슨 내정자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상당히 가까운 인사다. 1990년대부터 푸틴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틸러슨 내정자는 러시아와 다양한 합작사업을 진행해왔으며, 지난 2013년에는 러시아 정부 훈장인 '우정훈장(Order of Friends)'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러시아와 가까워지려는 배경을 두고 대통령 선거 기간 때 공언했던 '테러 방지' 및 '이슬람국가(IS) 퇴치'를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왔다. IS를 공격하고 있는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군에 힘을 실어주고 이를 통해 IS를 몰아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동대학교 김준형 교수는 "트럼프 당선자가 IS 퇴치를 러시아에게 '아웃소싱(outsourcing)'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면서 "러시아 입장에서도 트럼프 당선자의 요구를 들어주면 경제제재를 풀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으로는 사업적인 측면 때문에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려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동시베리아를 비롯해 북한과 만주 지역 등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에너지 회사 엑손 모빌의 입장에서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러시아와 관계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중국 간보기?

러시아와 관계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는 트럼프 당선자는 중국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는 후보 시절 중국 상품에 대해 45%의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공언했으며, 중국을 '통화 조작국'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 2일(현지 시각) 트럼프 당선자는 국교 단교 37년 만에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전화통화를 가졌다. 이에 '하나의 중국'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 중국은 격앙된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전면적인 대결 양상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일반적이다. 김준형 교수는 "트럼프가 선거 기간 중에 통상과 관련해 중국에 손해를 보지 않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이 부문에서 마찰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만 문제나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을 꺼내서 대결 구도로 가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이런 사안을 통상 문제 해결에 이용할 수는 있다"고 내다봤다.

경남대학교 박후건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너무 많이 얽혀있다면서, 트럼프 당선자가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45% 인상을 포함해 후보 시절 공언했던 대중국 경제적 조치를 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서도 그는 "대만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면 이건 중국과 전면전으로 가자는 것인데 이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취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일갈했다.

박 교수는 "트럼프 당선자가 자신은 '다른 미국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종의 '잽'을 날린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보고 싶다는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의 반응을 확인한 뒤 다음 단계를 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중 미국 대사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친분이 있는 테리 브랜스테드 아이오와 주 주지사가 임명된 것도 향후 중국과 협조적 관계를 가져가려는 트럼프 당선자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브랜스테드는 1985년부터 시진핑과 인연을 맺었던 사람이다. 그는 중국과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해왔다"며 "중국을 굉장히 잘 이해하고 있는 인사가 대사로 지명됐다는 것을 보더라도 미국의 대중국 정책 기조는 대결 일변도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핵 문제를 비롯해 북미 관계 개선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이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미국과 갈등 양상을 보이면서, 미국의 대북정책 우선순위가 상당히 뒤로 밀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는 등 추가적인 군사적 행태를 보일 경우 트럼프 정부가 선제적인 군사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사실상 트럼프 대외 정책의 두뇌 역할을 할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의 강경한 입장도 이러한 예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사업적인 이유 때문에 러시아와 관계 정상화가 필요한 것이 곧 북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동아시아 지역 진출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엑손모빌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동북아 지역의 정치적 안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북미 관계의 개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내부의 경제 문제를 가장 우선시하는 트럼프 당선자 입장에서는 경제적 이익을 정책 결정 기준에 최고 우선순위에 놓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일부에서는 트럼프 당선자가 러시아와 동아시아 북부 지역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이 미국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정치적인 변수를 전격적으로 해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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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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