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에 8억짜리 말 상납"…한화 "사실 아냐"

국정조사 청문회, 김승연·이재용·이승철 답변에 취재진 실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의혹을 규명할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가 열렸다. 재벌 회장들이 대거 증인으로 출석해 눈길을 모았지만, 오전 청문회장에서 눈에 띌 만한 폭로나 양심 고백은 없었다. 대신 실소가 쏟아졌다.

6일 오전 열린 청문회에서,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한화그룹이 8억3000만 원짜리 네덜란드산 말 두 필을 구입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상납했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지난 2014년 4월 26일 한화갤러리아 명의로 말을 수입해 승마협회 승마훈련원 마방으로 보냈다"며 "이 말을 정 씨가 탔다"고 했다. 장 의원은 "한국의 대기업이 망나니 같은 정 씨에게 말을 주고 이렇게 부도덕한 짓을 했다"며 "삼성 역시 정 씨에게 10억 원 상당의 말을 줬다"고 부연했다.

증인석에 앉은 김승연 한화 회장은 이에 대해 "모른다"고만 했다. 장 의원이 "정 씨가 이 말을 타고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추궁했지만, 김 회장은 "금메달 딴 것은 알고 있다"고만 했다. 정유라 씨 등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는 "인터넷에서…(봤다)"고 김 회장은 말했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장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한화그룹은 "한화갤러리아가 2014년 구입한 말은 1필"이라며 "이 말은 2014년 한화갤러리아 승마단에서(김 회장의 아들 김동선 선수) 아시안게임에 사용한 말이고, 그 이후 여러 용도로 활용하던 중 2015년 폐사한 말"이라며 "정유라에게 줬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의 답변 내용에 대해 "김 회장은 말 이름은 잘 모르고 구입한 기억으로만 처음에 대답한 것"이라며 "정유라가 아시안게임에서 탔던 말은 정 씨 부모 소유의 '로얄레드'라는 말이며 구입 시기·경로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하지만 김 회장이 "몰랐다", "인터넷에서…", "금메달 딴 것은 안다"는 답변을 한 것은 답변 내용과는 별개로 '태도'면에서 실소를 자아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건강 상태를 물은 데 대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답변하자 아예 기자실 여기저기서 소리내어 웃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웃음소리가 가장 컸던 장면은 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질의 차례에서 나왔다. 안 의원이 재벌 총수들에게 "여기 촛불집회 한 번이라도 나가 본 적 있다, 손 들어 보세요"라고 하자 모두 침묵을 지키는 와중에 수줍게 손 하나가 올라간 것. 취재진은 물론, 증인석에 앉은 재벌 총수들도 일부는 웃음을 보였고 일부는 웃음을 참느라 힘들어했다.

당당하게 손을 든 사람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구속)과 함께 미르·K스포츠 재단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었다. 안 의원은 어이없다는 듯 이렇게 외쳤다.

"당신은 재벌 아니잖아요!"

이 부회장은 멋쩍은 듯 손을 다시 내렸다.
▲재벌 총수들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대표이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무 LG 대표이사, 손경식 CJ 대표이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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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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