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회피 꼼수, 역풍 부나

[분석] "지금 가장 '질서 있는 퇴진'은 탄핵"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의 목적은 '탄핵 저지'였다. 그러나 허술한 '정략'은 금세 간파당했고,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제안한 3차 담화 이후 '폐족' 위기에 처한 친박계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친박 핵심으로 통하는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30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탄핵을 준비해놨고, 탄핵을 위해서 야당이 하나가 됐고, 또 그 일을 위해서 야당이 지금 정치 타임테이블을 설정해놨는데, 지금 탄핵이라는 것이 상당히 난감해지고, 대오가 흐트러지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야당으로서는 시쳇말로 약이 좀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비아냥거렸다.
홍 의원은 비박 진영에 대해서도 "어제 의원총회도 오랫동안 했지만, 이제 탄핵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던 분들도 대통령께서 이렇게까지 타임테이블을 밝혔는데 저희가 꼭 탄핵 절차에 돌입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친박계의 허망한 기대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문은 '새누리당 비박 진영'과 '탈박 의원'들을 향한 메시지였다. 오히려 의도가 뻔한 정략적 메시지를 던져 금세 간파당함으로써, 역풍이 불 조짐이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청와대 제공)

"대통령의 마지막 몸부림…탄핵 부결되면 촛불 민심 새누리 향할 것"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번 담화는 야당이나 국민을 향한 것은 아니고, 비박계를 위한 메시지"라며 "비박계를 흔들기 위한 의도로 보이지만, 잘 될지 모르겠다"고 혹평했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도 "담화의 목적 자체가 비박 교란용이다. '대국민 담화'가 아니라 '대비박 담화'다. 국민적 요구를 거부한 박근혜 대통령의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정리했다.
대국민담화가 '비박계'가 아닌 '국민'을 위한 메시지가 되려면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나는 대통령이 스스로 '법률'과 '헌법'을 위반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검찰 수사를 성실히 받거나 대통령이 직접 제기된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씨의 일탈'이 잘못일 뿐, '선의'로 했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했다. 이 정도 대국민 담화문으로는 국민이 돌아서지 않으리라는 것을 박근혜 대통령도 안다는 것이다.
대국민 담화가 주는 메시지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박 대통령 말대로라면 국회가 총리를 뽑으라면 뽑고, 시점을 정해줘 퇴진하라면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 임기 단축을 어느 정도로 하는 게 적절하느냐는 계산을 정치권에 떠넘겼다"고 말했다. 국회가 임기 단축 시점 '계산' 논란으로 혼란에 빠지길 기대했다는 것이다.
유승찬 대표는 "담화의 핵심은 검찰 수사를 회피하고, 탄핵을 막아보겠다. 물러날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임기 단축은 개헌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데, 그건 국회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든 것이다. 실질적으로 다 (책임을) 피해갔고, 퇴진 선언이 아닌데 퇴진을 선언한 것 같은 착시 효과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이러한 점이 비박계를 흔들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박계를 흔들겠다'는 의도도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 대표는 "비박 내부가 동요하더라도 (탄핵이라는) 대세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며 "만약 국회가 탄핵안을 부결시키면 국회 자체가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박계로서는 탄핵안을 부결시키는 게 큰 부담이다. 분노한 촛불 민심이 새누리당을 향해 갈 수도 있다.
박성민 대표는 "대통령의 노림수가 성공한 적이 없다. 개헌을 던졌는데 JTBC 보도가 터져서 안 됐고, 1,2차 담화에서는 국민 100만 명이 광장에 나와 의미가 없어졌다.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했는데, 검찰이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대통령 뜻대로 안 된다. 대통령은 아직도 뭐가 잘못인지 모르는 것 같다"고 혹평했다.
실제로 대국민 담화 이후 비박근혜계는 일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탄핵 논의를 거두지는 않을 뜻을 보였다. 비박 진영의 대변인 격인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30일 비상시국위 대표자-실무자 연석회의 브리핑을 통해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 한다고 해서 탄핵이 미뤄지거나 거부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탄핵 가결선에 무슨 큰 어려움이 있을 것처럼 얘기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탄핵 의결정족수는 분명히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황 의원은 "어제 대통령 담화 발표 이후 비상시국위의 입장이 흔들리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오늘 회의를 통해 내린 결론은 우리 입장은 더 확고해졌다는 것"이라며 "국민만 바라보고 가야 한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고 밀했다.

야당이 탄핵안을 예정대로 추진할 뜻을 분명히 한 만큼,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 등 친박계가 주장하는 '질서 있는 퇴진'은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박성민 대표는 "지금 가장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것은, 탄핵 절차를 밟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야권이 주장하는 대로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즉각 퇴진'한다면,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르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성민 대표는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장관과 수석이 공범이고 종범인데, 그런 행정부는 무너지는 게 맞다"며 "많은 사람, 심지어 친박까지도 '질서 있는 퇴진'을 요구했는데, 헌법적 절차인 탄핵을 하는 것이 가장 질서 있는 퇴진"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한 것은 역설적으로 탄핵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점을 대통령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탄핵안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것이고, 인용되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사법 처리는 불가피하다. 나는 생각보다 (비박근혜계에서) 탄핵 찬성표가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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