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弔鐘)이 울리자
칼날 같은 겨울이
수괴의 목을 겨누고
포승에 묶인 졸개들은
기고만장했던 시절이 어느덧 꿈결이라
옥문은 움쩍 않고
판결문은 지엄하다
횃불로 밝힌 광장
사초(史草) 읽는 소리에
환호가 그득하고
천리 길을 달려온 농민군은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 깃발아래
구름처럼 모였다
아이들은 춤을 추고
여인과 사내들은 서로 얼싸안고
노인들은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기다렸다,
이 오랜 세월
저 패왕(霸王)의 수레가 불타는 것을 보려고
그 바퀴에 깔려
혼령이 된 이들이
구천을 떠돌다
마침내 하늘 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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