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금된 한국인 중 임신부도 있었다…"미국에서 출발할 때 박수와 환호도"

"현대가 잘못했다"던 루트닉 미 상무장관 발언에 강훈식 "하나하나 대응하는 것, 협상 국면에서 적절치 않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을 포함해 정부 기관의 단속으로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일주일만에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이날 공항에 나와 이들을 맞은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죄없는 국민들이 구금을 당했다면서, 이재명 대통령도 이 사안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12일 오후 3시 25분 구금됐던 한국인 316명을 포함해 중국·일본·인도네시아 직원 14명 등 330명의 직원을 태우고 돌아온 전세기 대한항공 KE9036편이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 착륙했다. 이 전세기에는 박윤주 외교부 1차관도 동행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들을 맞은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정말 고생 많으셨다는 말씀을 직접 드리고 싶어 나왔다"며 "정부가 최선을 다해 노력했습니다만 더 빨리 고국으로 모시지 못해 송구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강 비서실장은 "정부는 내 가족, 내 친구에게 벌어진 일을 해결한다는 자세로 구금된 우리국민을 한시라도 빠르게 모시기 위해서 총력을 다했다"며 "하루하루 노심초사하고 잠못자며 소식을 기다렸을 가족들과 한마음으로 지켜봐준 국민 여러분들도 이제는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푹 쉬실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복귀하시는 분들이 일상생활에서 안정 찾을 수 있도록 심리치료 지원 방안도 관심 갖고 살펴보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비자를 만드는 방안을 포함해 미국 비자 발급과 체류자격 시스템 개선을 향후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구금 인원들이 추후에 불이익 없이 미국에 다시 들어갈 수 있도록 미국 정부로부터 문서 등의 확약을 받았냐는 질문에 강 비서실장은 "트럼프가 이야기하지 않았나. 여기서는 문서를 만들고 안만들고가 문제가 아니고, 죄없이 한국 국민들이 일하다가 이런 상황이 벌어진 데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비자문제에 체계 논의하라고 한 것이 충분한 답변인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대한민국과 미국은 동맹 관계이고, 국민여러분들이 상처받은 것은 알지만 그에 걸맞게 (한국 정부가) 충분히 응대할 것이라고 믿어주길 바란다"며 "죄없는 국민들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우리나라 대통령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서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날 전세기에는 임신부도 탑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 비서실장은 "임신부가 한 분 탑승하셨는데 이분은 퍼스트클래스로 모셔서 심리적 안정에 최선을 다했다"며 "기내에서 출발할 때 안도의 박수와 환호가 나오기도 했다"고 전세기 내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주차장에서 가족들과 상봉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당 공장은 현대자동차와 엘지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한 배터리 회사로 곧 공장을 완공해 올해 말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4일(현지시간) ICE를 비롯한 미 정부기관의 급습 조사 및 연행으로 인해 공장 건설이 멈춘 상태다.

미국에 공장 건설 및 가동을 위해 관련 인원들이 미국에 재입국하느냐는 질문에 강 비서실장은 "엘지 측으로부터 당장 가능한 분부터 출국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비자 문제가 정리되는 순서대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한국에) 들어오신 분들은 심리치료 등 여러 상이 있어서 권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금된 인력이 곧바로 미국에 다시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장 건설 및 가동을 위한 인력들이 이번에 문제가 됐던 B-1 비자로 다시 미국에 들어갈 수있냐는 질문에 강 비서실장은 "B-1 비자에 대한 (한미 양국의) 해석 차이가 있다"며 이 부분에서 간극을 좁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B-1비자에 설비 라든지 시설 초반(에 관련 활동) 등은 가능하게 돼 있고 ESTA 비자도 일정 정도 그것에 준해서 움직인다는 것이 전제돼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들 중 (미국에) 나가서 이런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에 미 당국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근본적 (비자) 문제를 개편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거고 미국 측에서는 입장을 정해놓은 것이기 때문에 조정하는 중에는 최대한 미국의 현지상황에 맞춰서 움직이는 게 필요한 것"이라며 "워킹그룹에서 논의되는 것을 조속하게 이뤄서 이 문제에 대한 불신의 씨앗을 없애야 대한민국 기업들도 향후에 안전하고 믿고 투자하고 일할 수 있지 않겠나 라는 것이 저희 기본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은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것은 (비자를 규정하고 있는) 법령 해석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라며 "이 부분을 먼저 보고 워킹그룹은 미국과 중장기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B-1 비자의 해석 문제를 강조하는 이유는 이 부분이 가장 빠르고 현실적인 해결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2012년부터 한국인 전문인력 대상 별도 비자 쿼터('E-4'비자)를 신설하는 '한국 동반자법'(PWKA, Partner with Korea Act) 입법을 위해 미 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미국 내 반(反) 이민 정서로 인해 입법을 통한 해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 비자를 발급받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 비자는 연간 총 8만 5000개로 발급 개수가 정해져 있는데 한국은 최근 3년 간 2000명 안팎의 인원이 이 비자를 받았다. 이에 이번과 같이 한 공장에 수백명의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 상황을 커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이번에 구금됐던 인원의 대부분은 B1과 B2(관광비자), ESTA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외교부와 현대엔지니어링, 엘지에너지솔루션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 협력사 직원 총 158명 중 한국인 직원 67명이 보유하고 있던 비자는 ESTA 60명, B1·B2 비자 6명, EAD 비자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정애 의원실은 "이 과정에서 EAD 비자 (Employment Authorization Document) 를 보유하고 있던 협력사 직원 1명은 합법적인 신분으로 허용된 범위 내 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ICE의 무리한 단속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 본사직원 68명은 주재원 비자인 L1 비자를 49명, E2 비자를 19명이 보유하고 있어 단속에서 제외됐다.

엘지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본사직원과 협력사 직원들이 모두 체포·구금 됐는데 본사 한국인 직원 46명 중 24명은 ESTA, 22명은 B1 및 B2 비자를 보유 했었고, 협력사 직원 204명 중 86명은 ESTA, 118명은 B1 및 B2 비자를 보유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정애 의원실은 "결국 이번 단속에서 체포·구금된 근로자들 대다수는 무비자 ESTA를 소지하고 있었던 것인데, 미국에 지사가 없는 협력업체 소속 직원들은 주재원 비자 (L1·B2)를 발급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편법'을 쓰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정애 의원은 "미 조지아주 배터리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어진 미 당국의 단속으로 인하여 최소 2~3개월의 공장 건설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번 단속은 미국의 비자제도가 우리 기업의 대미투자가 확대되어가는 현실을 전혀 따라오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새로운 비자를 만들거나 한국인을 위한 별도의 쿼터를 확보하려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외교부는 미국과의 조속한 협의를 통해 B1 비자를 소지한 기술자의 공장 구축 활동 보장과 공장 건설을 위한 출장 시 유연한 B1 비자 발급 방안을 마련해 우리 기업과 국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방송 CNBC와 인터뷰에서 관세 문제를 비롯한 무역 협정에 서명을 압박하고 미국 매체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는 이번 사태가 미국이 아닌 현대자동차가 잘못한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강 비서실장은 "러트닉 장관의 발언에 하나하나 다 대응하는 것이 전체적인 통상 및 안보 협상 국면에서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국익을 위해서 조금 답변을 기다려주실 것을 양해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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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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