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충격 속 '대통령 탄핵·출당' 요구…남경필 탈당 결심

정진석도 "野 탄핵 논의 응할 뜻 있다"…이정현만 "여전히 朴 신뢰"

박근혜 대통령이 '피고인 최순실·안종범'과 8회의 직권남용·강요죄를 공모하고, '피고인 정호성'과 공무상 비밀누설을 공모했다는 검찰의 충격적 발표를 접한 새누리당이 충격에 휩싸였다. 당내 비주류인 비박계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해 출당·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부터, '내가 나가겠다'며 탈당 의사를 밝힌 이들까지 나왔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과 전현직 광역단체장, 원외 당협위원장 등 80여 명은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상시국회의 총회'를 열고 박 대통령에 대한 즉각적 탄핵 소추를 요구했다. 총회에는 김무성·유승민 의원, 남경필·원희룡 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서울시장 등이 참석했다. 현역 의원은 나경원·정병국 의원 등 35명이 참석했는데, 대통령 탄핵 추진에 반대한 의원은 조경태·염동열 의원 등 단 3명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시국회의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은 "검찰 수사 발표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의 공범임을 규정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 발표로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하고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대통령의 탄핵 절차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야권 대선주자 등 정치 지도자 8인도 이날 낮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갖고, 대통령 탄핵 추진을 야3당과 국회에 요구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야권 잠룡들 "탄핵 추진 논의해 달라" 소속당·국회에 요청)

비상시국회의는 '대통령을 출당시켜야 한다'고 당에 요구했다. 황 의원은 "새누리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을 윤리위에 즉각 제소해 출당, 제명 등을 논의해 달라"며 "일반 국민이라면 당연히 기소됐을 것이고, 이 기준에 비춰봤을 때 당원권 정지 같은 강력한 징계는 불가피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새 국무총리 후보자를 추천해 달라고 야3당에 요구하면서, 자신들이 앞장서서 야당이 추천하는 총리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선언했다. 탄핵과 새 총리 추천은 모두 야권 지도자 회의에서도 논의된 주제다. 새누리당 친박계를 제외한 정치권 전체의 논의가 수렴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날 남경필 지사는 회의에서 탈당 의사를 밝혔지만, 참석자들이 '탈당 효과가 극대화된 시점에 집단행동을 하자'며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지사는 22일을 '데드라인'으로 정하고, 이날까지 이정현 대표 등 현 지도부가 사퇴하지 않으면 당을 떠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문수 전 지사와 가까운 김용태 의원도 이르면 이번주 초 탈당을 선언할 예정이다. 김무성 전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탈당 움직임에 대해 "(탈당하려는 이가) 많이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김 전 대표는 검찰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공소장 내용이 심각하다"고 했다. 유승민 의원은 검찰 수사결과에 대해 "보통 시민이라면 당연히 구속 기소될 사안"이라며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 사안이기 때문에 국회가 탄핵 절차에 바로 착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공소장에 나온 내용이 굉장히 충격적이다. 헌법 84조 때문에 기소가 안 될 뿐"이라며 "야당이 빨리 탄핵 절차에 착수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정진석 원내대표도 "야당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면 헌법에 규정된 만큼 책임 있는 논의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정 원내대표는 "탄핵은 헌법에 규정된 것이므로, 탄핵안이 발의되면 헌법 정신에 따라 (논의하는 게) 피할 수 없는 의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 원내대표는 "8명의 야권 대선 주자가 합의한 '국회추천 총리' 문제도 적극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면서 "질서 있는 국정 수습을 위한 국회의장-3당 원내대표 협의체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탈당 등의 움직임과 관련, 비주류 김재경·나경원·주호영 의원 및 범주류의 원유철·정우택·홍문종 의원과 연쇄 회동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검찰 발표에 참담한 심정"이라며 "우리 당은 최순실 국정 농단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국민께 밝힌 대로 성실하게 검찰과 특검 수사를 받아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책임을 다해야 한다"면서도 "박 대통령은 피의자이고, 범죄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므로 이 문제는 향후 수사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한 발을 뺐다.

야권은 물론 당내 비주류와,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정진석 원내대표까지 포함해 전 정치권이 들고 일어선 모양새이지만 '친박'은 여전했다. 이정현 대표는 <연합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사리사욕이 있는 분이 아니라는 신뢰를 여전히 갖고 있다"며 "특검을 하기로 했고, 대통령도 조사를 받는다고 했으니 정확한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 대표는 탈당이나 대통령 퇴진 요구 등의 당 내 움직임에 대해 "3선 이상 의원 가운데 박 대통령께 정치적으로 신세를 지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필요할 때는 '업어달라'고 애원하고 어려운 처지에 놓이자 등을 발로 차는 사람들이 많다"고 비난하면서 "정당 선택은 자유지만 당을 버리는 것은 정치 본적을 파서 옮기는 것이다. 어렵다고 고향을 숨기거나 옮기는 것은 그동안 키워준 당원들과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보통 섭섭한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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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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