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별수사본부를 이끈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19일 오전 수사 결과 중간발표 브리핑에서 "대통령에 대해, 현재까지 확보된 제반 증거 자료를 근거로 피고인 최순실·안종범·정호성의 범죄 사실과 관련해 상당 부분이 공모 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그러나 헌법 제84조에 규정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때문에 기소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영렬 지검장은 "특별수사본부는 위와 같은 판단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검찰은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기소할 때, 공소장에 박 대통령과 이들이 공모했음을 적시했다. 검찰은 지난 18일 박 대통령을 피고발인으로 입건했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에는 박 대통령이 '수사 대상', 즉 피의자 신분임을 명시했다.
이 지검장은 "오늘 기소하는 3명(최순실·안종범·정호성)의 범죄 사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혹이 제기된 대통령에 대해 대면 조사를 거듭 요청했으나 결국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현재까지 수사한 진술 증거, 업무 수첩, 휴대전화 녹음 파일 등 광범위한 증거자료를 종합해 최순실 등 3명을 구속기소한다"고 언급했다.
최순실·안종범 혐의는 직권남용·강요…'제3자 뇌물 수수'는 "계속 수사"
이 지검장은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수석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등과 관련해 대기업들로부터 돈을 뜯은 것을 주요 공소 사실로 못박았다. 검찰이 최 씨와 안 전 수석에게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 강요, 강요미수 등이다. 최 씨와 안 전 수석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사인 53개 기업 등을 대상으로 재단 출연금을 납부하도록 강요했다는 것.
또 두 사람은 △롯데그룹에 하남 복합체육시설 건립 비용(최순실이 추진)으로 70억 원을 교부하도록 강요했고, △현대차그룹에 최 씨의 지인 회사가 11억 원 규모 납품 계약을 맺도록 강요했고, △같은 기업에 '플레이그라운드'에 62억 원 광고를 주도록 강요했고, △포스코그룹 계열 광고회사를 인수한 기업에 지분 포기를 강요하다 미수에 그쳤고, △포스코그룹에 펜싱팀을 창단하고 '더블루K'가 매니징을 맡도록 강요했고, △KT에 최 씨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추천한 인사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강요했고, △같은 기업에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 규모 광고 수주를 강요했다는 등의 혐의로도 기소됐다. 특히 검찰은 '플레이그라운드'를 "최순실이 사실상 운영하는 광고 회사"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에 대해 검찰은 "2013년 1월 정부 출범 직후부터 금년 4월까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고위직 인사안(案),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 '대통령 말씀' 자료, 정부부처와 대통령 비서실 보고 문건, 외교 자료와 대통령 해외순방 관련 자료 등 총 180건의 문건을 이메일과 인편, 팩스 등을 통해 최순실에게 유출했다"며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유출된 문건) 그 중에는 사전에 일반에 공개돼서는 안 되는 '장·차관급 인선 관련 검토자료' 등 47건의 공무상 비밀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기업이 최 씨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이른바 '제3자 뇌물수수' 혐의는 이번 기소 과정에서는 일단 빠졌다. 검찰은 "현재 수사 중인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장시호 전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사무총장 등 사건과, 그 외 재단 출연 기업과 관련된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특별검사의 수사가 시작될 때까지 계속해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하겠으며, 향후 특별검사의 수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만 밝혔다.
검찰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을 강요미수 등 혐의로 구속수사 중에 있고, 김종 전 차관, 장시호 씨에 대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