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유족, '부검 전쟁' 끝나고 '법정 싸움'

정부 측 대리인, 백 씨 죽음과 직접 관련 없는 엉뚱한 영상만 제시

농업인의 날인 11일, 쌀값 폭락 대책을 촉구하다가 경찰 물대포에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을 위한 국가배상청구소송 공판이 진행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김한성 부장판사)는 이날 백 씨와 유족이 국가와 강신명 전 경찰청장,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등 6명을 상대로 낸 민사 소송의 두 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백 씨의 유족들이 재판에 참관한 가운데, 백 씨의 장녀 백도라지 씨는 직접 이 사건에 대해 진술했다. 도라지 씨는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된 것은 경찰이 쏜 물대포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물대포는 국가 폭력"이라고 했다.

그는 "영상을 보면 아버지가 밧줄을 잡긴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경찰이 물대포를 직사해서 아버지의 생명을 뺏을 권한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가와 경찰 공무원들의 책임을 묻는 이 자리에서 아버지 죽음의 원인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원고인 유족 측은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물대포 위력을 검증한 영상을 틀며, 직사 살수의 위험성을 피력했다.

영상에서 고인이 물대포에 쓰러지는 장면이 나오자, 방청석에 앉아있던 백 씨의 차녀 백민주화 씨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단은 "백남기 씨를 살수한 물대포의 압력은 14바(bar)인데, 그 절반인 7바에서도 5밀리미터의 강화유리가 깨진다"며 "살수차의 위력은 매우 강한데도 사건 당일 살수차를 직접 운용한 피고 한석진·최윤석은 백남기 씨의 머리 부분을 겨냥해 직사살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고는 여럿이 모여있는 곳에서 무리를 흐트러뜨리기 이전에 곧바로 살수를 했는데, 집회 관리의 목적은 공공의 질서를 지키기 위함이지 특정인을 단죄하기 위함이 아니"라며 "그럼에도 경찰은 통상적 시위대와 그렇지 않은 시위대를 자의적으로 구분해 살수했다. 이는 수사와 재판 없이 사형을 집행해도 괜찮다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피고인 정부 측 대리인은 "방어적인 행위로 살수가 이뤄진 것"이라며 사고 당일 시위대의 폭력성이 드러난 동영상을 증거 자료로 제시했다.

그러나 촬영 날짜와 장소가 확실치 않은 영상 등을 제시하고, 정작 백 씨가 물대포를 맞는 모습이 담긴 영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경찰이 직사 살수 전 경고 살수하는 영상을 보여줬는데, 이는 백 씨를 직접 겨냥한 '충남 9호'차가 아니었다.

이에 유족 측에서 "백 씨의 피해 사실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영상"이라고 반발했고, 재판부 또한 "충남 9호차가 아닌 이상은 오늘 보는 장면은 전부 관계없는 걸로 하겠다"고 했다.

유족 측 대리인은 이날 피고 한석진·최윤석에 대해 국회 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청문 중간 보고서'의 제출 요청, 당사자 본인 신문 신청을 요구했다. 정부 측 대리인은 "현재 진행 중인 형사 재판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고 이미 청문회 등을 통해 소명했다"고 했으나 재판부는 "형사상 방어권 침해 우려가 크게 없다고 보고, 청문회에서 충분한 진술 이뤄졌다 하더라도, 국회 쟁점과 법원 쟁점 다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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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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