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부검 영장 집행, 야간에 안 한다"

백남기 투쟁본부, 영장 만료 전 36시간 집중 행동 돌입

법원이 발부한 고(故)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 영장의 집행 만료 기한이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온 24일, 경찰은 "야간 집행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야간에 부검 영장을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집행을 추가로 하더라도 주간에 사전 통보한 후 정정당당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23일 오전 한 차례 800여 병력을 동원해 강제 집행에 나섰다가 백남기 투쟁본부와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철수한 바 있다.

이 청장은 "작전하듯이 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어제도 직전에 언론에 알리고, 투쟁본부에도 말씀드렸다"며 "영장 만료일까지 영장에 제시된 조건 하에서 법 집행 기관으로서 최대한의 성의를 갖고 (유족을) 설득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이 과도한 물리력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25일까지 추가 강제 집행을 시도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삭발식을 하는 백남기 투쟁본부 대표단. ⓒ프레시안(서어리)

투쟁본부, 삭발-단식 "박근혜, 개헌 선포 말고 백남기 앞에 사죄하라"

백남기 투쟁본부는 경찰의 추가 집행 시도에 대비해 '36시간 집중행동'을 선포했다.

투쟁본부는 이날 오전 11시 30분 백 씨 시신이 안치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에서 선포식을 연 후 "백남기 농민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투쟁본부의 의지를 분명하게 보이고자 한다"며 삭발식을 감행하고 단식에 돌입했다.

이들은 시민들에게 "다시 한 번 힘을 모아달라"며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집결해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한 끼 동조단식' 동참, 저녁 추모 촛불 집회 참가, 투쟁본부 긴급행동 제안 공유, 특검 서명운동 참여 등을 호소했다.

25일 이후에도 경찰의 집행 가능성이 있는 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선포식 사회를 맡은 조병옥 전국농민회 사무총장은 이날 "야간 집행은 안 하겠다"는 이 청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만약 26일 이후 다시 부검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에서 받아들여진다면 긴 투쟁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시정연설에서 '개헌' 의사를 밝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조 사무총장은 "개헌을 선포할 게 아니라 백 농민에게 사죄하고 책임자 처벌해야 하는데 시정연설에는 그런 말 한마디 들어가 있지 않다"고 규탄했다.

함세웅 신부는 "며칠 전 노회찬 의원이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언급하기를 '죄의식 없는 확신범'이라고 했는데, 신학적으로 정확한 표현"이라며 "불의한 박근혜 정권의 권력자들과 검찰 경찰이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님 앞에 와서 속죄해야 한다"고 했다.

선포식이 끝난 뒤 정현찬 가톨릭농민회 회장을 비롯해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 조덕희 전국노점상총연합 의장, 최종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직무대행, 김영표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위원장 등 투쟁본부 대표단 다섯 명은 삭발을 감행한 뒤 단식 돌입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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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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