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벰버 서프라이즈' 벗어난 힐러리…그래도 모른다

FBI, 힐러리 이메일 '혐의 없음'…지지율 회복?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국무장관 재직 시절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했다는 혐의로 지난 7월에 이어 재수사에 착수한 연방수사국(FBI)이 지난 수사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6일(이하 현지 시각) 하원 정부개혁감독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지난 7월 불기소 권고 결론을 바꾸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수사에서 당시 결정을 바꿀만한 새로운 혐의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코미 국장은 "(지난 10월 28일) 편지 이후 FBI 수사팀은 획득한 기기에서 확보한 다량의 이메일을 검토했고,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주고 받은 모든 문서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월 28일 FBI는 클린턴 후보의 최측근인 후마 애버딘의 전 남편 앤서니 위너 전 하원의원의 컴퓨터에서 애버딘의 업무 이메일이 발견됐다면서, 이 이메일 중에 기존 조사에서 점검하지 못한 혐의점을 시사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지난 7월 의회에서 클린턴의 이메일 서버에 관한 불기소 권고 결론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FBI의 수사 종결 결정에 클린턴 측은 선거기간 내내 발목을 잡았던 '이메일 스캔들'에서 벗어나게 됐다며 홀가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클린턴 캠프의 제니퍼 팔미에리 공보국장은 6일 코미 국장이 지난 7월 결정을 재확인해서 다행이라며 "문제가 해결돼서 기쁘다"고 밝혔다. 클린턴 대선 캠프 대변인 브라이언 팰론 역시 "우리는 7월 결정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제 코미 국장이 이를 확인했다"고 트위터 계정을 통해 밝혔다.

반면 FBI의 재수사 발표로 쏠쏠한 재미를 봤던 트럼프 캠프 측은 클린턴 후보가 국가 기밀을 빼돌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미네소타 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클린턴은 왜곡된 시스템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번 (FBI의) 결정과 상관없이 클린턴은 국가를 위험에 빠뜨렸고 안보 사항을 누설했다. 이것이 반박할 수 없는 FBI 수사의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FBI의 재수사 종결, 배경은?

FBI가 지난 10월 28일 재수사 카드를 꺼내 들면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지지율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트럼프 후보에 크게는 두 자리수까지 앞서갔던 클린턴 후보는 FBI의 재조사 방침이 발표된 이후 1~4% 포인트로 추격을 당했고, 일부 조사에서는 트럼프 후보에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FBI의 재조사 결정이 지지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FBI가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는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또 당시 FBI는 구체적으로 이메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코미 국장은 새로 발견한 이메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으며, 검토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도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FBI의 이러한 모호한 입장도 선개 개입 의혹에 불을 지폈다.

당시 클린턴 후보 측은 FBI가 막연히 혐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수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모두 공개하라고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 6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수사 발표 당시에는 FBI의 수사 발표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 후보에 뒤지는 여론조사 수치가 나오자 "수사는 암시와 누설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FBI의 재수사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기에 코미 국장이 공화당 출신이라는 점과 FBI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면 스캔들' 수사 기록이 공개되고 트럼프의 선친을 칭찬하는 내용의 문건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FBI와 코미 국장이 의도적으로 대선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됐다.

결국 FBI가 열흘도 되지 않아 무혐의 처분을 발표한 것은 위와 같은 '대선 개입' 논란이 코미 국장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직자 비리를 감시하고 있는 미 연방 특별조사국(OSC)이 선거개입을 금지한 해치법(Hatch Act) 위반 혐의로 코미 국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도 적지 않은 압박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코미 국장이 클린턴 후보 측에서 쏟아지고 있는 비난을 피하고 트럼프 후보 측에서 제기되고 있는 부실 수사 의혹을 면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코미 국장 입장에서는 부실수사를 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선 전에 트럼프 후보 측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재수사 방침을 밝혔고, 혹시나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본인은 열심히 수사를 진행했다는 이른바 '알리바이'를 만들어 놓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클린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코미 국장이 대선 개입이라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 7월과 마찬가지로 혐의가 없다는 점을 굳이 대선 이틀 전에 서둘러 발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FBI의 재수사 종결, 누구한테 유리할까?

이번 재수사 종결이 불과 이틀 남은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클린턴 후보 측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이지만, 이미 FBI의 재수사 결정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상황이라 이를 만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2년 대선에 비해 조기투표자가 늘어난 것도 FBI의 재수사 종결 결정이 선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4일 현재 조기투표를 마친 유권자 수는 약 4029만 명으로, 지난 2012년 대선 때의 3231만 명에 비해 24.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FBI의 재수사 종결 발표 전에 이미 상당한 유권자들이 투표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실제 조기투표를 실시한 유권자의 구성을 보면 FBI의 이메일 재수사 방침이 클린턴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보기에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민주당 유권자가 공화당 유권자보다 조기투표 참여율이 높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높은 히스패닉계의 투표율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6일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공항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FBI의 재수사 결정을 높이 평가하며 대대적인 공세를 이어갔던 트럼프 후보 입장에서는 이번 재수사 종결 방침으로 인해 다소 힘이 빠지게 됐다. 그러나 10월 초만 해도 사실상 당선이 어려웠던 판세를 '해볼 만 한 게임'으로 바꿔놓았기 때문에 이번 FBI의 결정이 트럼프 후보에게 불리하게만은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트럼프 후보 입장에서는 FBI가 또다시 클린턴 후보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고 비판하면서, 재수사 결과에 불만을 품고 있는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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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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