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준비하던 힐러리, 최측근 이메일에 지지율 추락

힐러리-트럼프 1% 초접전…플로리다에선 트럼프 우세

열흘도 채 남지 않은 미국 대선 판세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국무장관 재직 시절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한 것과 관련,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재조사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여론조사마저 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다.

FBI는 지난 28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의회 감독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클린턴 후보가 장관 시절 개인 계정으로 주고받은 이메일 중에 기밀이 포함된 것이 있었는지 추가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에이피>통신을 비롯한 현지 언론은 30일 FBI가 조사를 위한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7월 FBI는 클린턴 전 장관이 개인 서버로 주고받은 이메일 가운데 최소 110건이 1급 비밀을 포함한 기밀을 담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클린턴 전 장관이 고의로 법을 위반할 의도가 없었다면서 법무부에 불기소를 권고했고, 법무부는 FBI의 권고대로 클린턴 전 장관을 기소하지 않았다.

종료된 것으로 보였던 클린턴 후보의 개인 이메일 사용 문제가 다시 도마위에 오른 것은, 그의 최측근인 후마 애버딘의 전 남편 앤서니 위너 전 하원의원의 컴퓨터에서 이메일이 추가로 발견됐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FBI는 위너 전 의원이 미성년자와 성적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는 혐의로 지난 9월 그의 노트북 조사를 위한 영장을 발부받았다. 이 노트북은 애버딘과 위너 전 의원이 같이 사용했으며, 여기서 애버딘의 업무 이메일이 발견됐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사법 기관의 고위 관료를 인용, 저장된 이메일이 수만 건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FBI는 애버딘의 업무 이메일 중 기존 조사에서 점검하지 못한 혐의점을 시사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FBI는 구체적으로 이메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새로 발견한 이메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고, 검토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도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FBI가 이메일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수사 재개 발표를 한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FBI가 이미 10월 초에 이메일을 발견했다면서, 대선을 코앞에 둔 지금 재수사 방침을 발표한 이유를 두고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 방송 CNN은 FBI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두고 내부에서 토론을 진행하느라 시간이 소요됐으며, 관련 정보가 새어 나갈 것을 우려해 재수사 방침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금 재수사에 착수한다고 해도 오는 11월 8일로 예정돼있는 대선 투표일 전까지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다. 또 코미 국장은 수사팀의 보고 직후에 재수사 방침이 결정됐다고 했지만, 수사팀이 언제 보고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FBI의 이번 재수사 발표가 정치적인 판단이 개입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코미 국장은 공화당 출신으로,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및 보수 진영으로부터 수사를 부실하게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 왔다. 코미 국장 입장에서는 이러한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한 계기가 필요했고, 혹시 트럼프 후보가 집권하더라도 자신은 열심히 수사를 진행했다는 소위 '알리바이'를 만들어 놓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클린턴 후보 측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29일 대표적인 경합주인 플로리다 주 유세에 나선 클린턴 후보는 대선 직전에 별다른 정보도 없이 발표한 것은 이상하다면서 "코미 국장은 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설명하라"고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존 포데스타 클린턴 캠프 선대본부장 역시 30일 CNN에 출연해 "대선을 11일 앞둔 시점에서 재수사를 발표한 것은 전례에 없을 뿐만 아니라 부적절한 것"이라며 코미 국장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즉각 밝히라"고 촉구했다.

▲ 제임스 코미 FBI 국장 ⓒAP=연합뉴스

클린턴 우세? 트럼프가 앞서기도

한편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1% 포인트까지 줄어들면서 미국 대선은 다시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30일 미국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25일에서 28일까지 등록유권자 1160명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한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46%, 45%로 격차가 1% 포인트에 불과했다.

일주일 전에 양 후보의 격차가 12% 포인트나 벌어졌던 것과 비교해보면 클린턴 후보 우세에서 박빙으로 여론 흐름이 바뀌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이번 조사는 FBI의 재조사 방침이 발표된 뒤에 이뤄진 것으로, 이번 사건이 대선 막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응답자의 34%는 FBI의 재수사 때문에 클린턴 후보를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 약해졌다고 답하기도 했다.

경합주 중에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보유하고 있는 플로리다 주의 경우에는 트럼프 후보가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뉴욕타임스>와 시에나 대학교가 지난 25~27일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가 46%의 지지를 받아 42% 지지에 그친 클린턴 후보에 4% 포인트 앞서기도 했다.

이밖에 지난 25~26일 미국 NBC와 <월스트리트저널>,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후보는 각각 45%, 4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마지막 TV토론이 있었던 지난 19일 클린턴 후보가 3.8% 포인트 앞섰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상당히 좁혀진 셈이다.

다만 또 다른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주와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경우 여전히 클린턴이 다소 우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방송 CBS와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가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투표 의향이 있는 992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후보는 48%의 지지를 얻어 45% 지지에 그친 트럼프 후보를 3% 포인트 차로 눌렀다.

같은 조사에서 펜실베이니아 주의 경우 클린턴 후보가 48%, 트럼프 후보가 40% 지지를 얻어 클린턴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트럼프 후보를 따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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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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