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박근혜, 대기업 총수와 호텔 독대 왜 했나?"

"우병우 인사 개입 증언, 체포돼야"…국민의당 의원도 '대통령 사퇴'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추가 기자 회견을 예고한 3일,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에 대해 제기된 새로운 의혹을 언급하며 해명을 촉구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의원단 연석회의에서 "오늘 박 대통령께서 두 번째 대국민 사과를 한다고 한다"며 "언론 보도에 의하면,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와 재단과 관련해서 호텔에서 독대를 했다고 한다. 장관·총리들은 독대하지 않고 왜 대통령이 재벌 회장들과 독대를 했는지 국민은 알고 싶고, 검찰은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민일보>는 여권 핵심 관계자의 증언이라며,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이 관계자에게 "지난해 하반기 박 대통령이 직접 재벌 회장들을 두 차례 만나 미르·K스포츠 재단 자금 출연을 요청했다"며 "박 대통령이 재벌 회장들을 두 번에 걸쳐 4명과 3명씩 만난 것으로 안다. 청와대와 대기업 운영 호텔에서 한 번씩 모임이 이뤄진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나는 심부름만 했다. 억울하다"면서 "모금에는 관여했지만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또 전날 <매일경제>는 지난해 7월 24일 청와대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 기업 대표 오찬 간담회가 끝난 뒤 박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과 독대한 정황 자료를 검찰이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보도에 대해 "가타부타 말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시인했다.

박지원 위원장은 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검찰 소환과 관련해서도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에 의하면 우병우는 온갖 인사에 개입했고, 안봉근은 장·차관의 (대통령) 대면 보고를 가로막았고, 이재만은 청와대 인사위원회에 들어와서 간섭을 했다고 한다"며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해서 체포 영장을 발부하고 직권 남용 등 여러 가지 죄목을 반드시 밝혀서 구속해야 한다. '문고리 3인방'에 대해서도 그러한 후속 조치가 있을 때 우리는 검찰을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처장은 이날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 실패는 청와대 일부 참모의 전횡 때문"이라며 "'문고리 3인방'과 우 전 수석 등이 월권을 행사해 청와대·내각의 정상적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처장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은 어떨 때는 장·차관이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하려 해도 가로막고,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장관들과 공공 기관장들이 참여하는 청와대 인사위원회에 들어와 간섭하는 등의 행동을 했다"며 "대통령 비서실장들이 '3인방'에 가로막혀 힘을 쓰지 못하는 사이 우 전 수석 같은 이가 대통령에게 직보를 하는 체제가 굳어졌다. 우 전 수석이 통상 업무 범위를 넘어 정부·공공 기관 인사 등 온갖 분야에 개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사퇴 배경에도 우 전 수석과의 갈등이 있었다고 했지만, 진경준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 투자 의혹을 조사할 때 우 전 수석이 방해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노 코멘트"라고만 했다.

국민의당 이상돈·주승용·조배숙도 하야·탄핵 주장…국회의원 44명째


한편, 박 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기자 회견 내용에 대해 "바로 3당 영수와 만나서 협의를 하겠다(고 할 수도 있고), 회담을 제의할 수도 있고, '성명 발표 후에 여야 영수 회담을 제안한다'는 소리도 들린다"며 "우리 당이 전국으로 번지는 촛불 민심, 대통령 하야에 대한 우리 당 내의 의견과 국민 민심과 함께하게 될지는 대통령 결단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32명이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면서, 하야를 공식 촉구한 현역 의원은 국민의당 소속인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정의당·무소속 등 모두 41명으로 늘어났다. 이날은 국민의당 소속 일부 의원들도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다. 이상돈 의원은 "1974년 8월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 때 <타임>은 대통령은 사임해야 한다는 유명한 사설을 썼다"며 "우리의 현재 상황은 워터게이트 당시의 미국보다 10배, 100배 더 심각하다. 박 대통령은 오늘 기자회견 때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주승용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요구한다. (박 대통령이 자진 사퇴를) 안 할 것 같으면, 국회는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발의해야 한다"며 "탄핵 사유가 충분히 되는데도 국회가 발의하지 않는 건 직무 유기"라고 강성 주장을 폈다. 조배숙 의원도 "대통령이 먼저 국민을 버렸다"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망가진 대한민국 정상화의 첫 걸음은 대통령 퇴진뿐이다. 박 대통령이 퇴진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아침 회의에서도 "오늘 박 대통령의 2차 대국민 담화가 있다. 만약 박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민과 역사 앞에 서지 않고 국면 전환과 시간 끌기로 순간의 위기만 모면하려고 한다면, 전 국민적인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며 "저는 오늘부터 개인 의원 자격으로 서명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일부에서 헌정 중단을 우려하는 분들이 있지만, 대통령이 물러난다고 헌정 중단 사태가 생기지 않는다"면서 "헌정 중단은 쿠데타 같이 기존 헌법을 모두 무시하는 상황에서만 가능하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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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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