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박근혜-MB 독대 시나리오도 사전 보고 받아"

JTBC "변추석·윤창중 등 인수위 인사…취임식 업체 선정까지"

박근혜 정권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사용했던 컴퓨터에서 민감한 국정 현안 자료들이 대거 발견된 가운데, 2012년 말 당선인 신분이던 박 대통령이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의 독대에 쓴 대화 자료까지 최 씨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의 컴퓨터를 입수한 JTBC 방송의 후속 보도다.

JTBC는 25일 <뉴스룸>에서 박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독대 '사전 시나리오'를 최 씨가 미리 받아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 간의 회동은 2012년 12월 28일 오후 3시에 이뤄졌는데, 최 씨는 회동 시나리오를 같은날 오전 10시에 받아봤다.

특히 이 시나리오에는 민감한 안보·경제 관련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방송에 따르면, 시나리오에는 박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에게 물어볼 내용으로 "지금 남북 간에 어떤 비밀 접촉이 있는지요?"라는 질문이 적혀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 부분에 '대사'가 아닌 '지문'으로 적혀 있는 내용이었다. 참고 표시(※) 뒤에는 "최근 우리 군이 북한 국방위와 3차례 비밀 접촉을 했다는 정보가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의 남북한 비공개 접촉은 2011년 5월, 김태효 당시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이 정상회담을 제안했다는 이른바 '베이징(北京) 비밀 접촉' 외에 현재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방송은 "이(시나리오)대로 묻고 답했다면 그 대화 결과도 유출될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박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에 대해 확인을 거부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또 국채 발행에 부정적인 이 전 대통령에게, 당선인 신분이던 박 대통령이 국채 발행을 강하게 주장한 것 역시 이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었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만약 이 시나리오가 최 씨의 손을 거쳤다는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최 씨가 단순한 조언을 넘어 경제 정책을 실제로 좌지우지한 셈이 된다.

당선인 신분이던 박 대통령이 줄리아 길러드 호주 총리와 통화할 내용도 최 씨에게 보고가 올라갔다. 최 씨는 박 대통령과 길러드 총리가 실제 전화 통화를 하기 14시간 전에 문서를 열어본 것으로 방송은 추정했다. 이 문서에는 '당선 축하 인사에 대해 사의를 표할 것', '호주와 한국의 동반자적 관계를 참고할 것' 등의 유의 사항이 적혀 있었다. 정상 외교의 내용은, 정부가 공개하기로 공식 결정하기 전까지는 당연히 극비에 속한다.

특히 박 대통령과 길러드 총리 간의 통화 시나리오 문서를 작성한 것이 구 외교통상부(현 외교부)라는 점도 문제다. 방송이 입수한 문서 파일의 '작성자'는 외교통상부의 약자인 'MOFAT'으로 돼 있었다. 정부 부처에서 작성한 공식 문서가 민간인인 최 씨에게 보고된 셈이다.

"윤창중·변추석 인사, 대통령 취임식과 휴가 등 모두 崔에 보고"


최 씨가 미리 '보고'받은 내용은 인수위 및 청와대 인사, 정부조직 개편, 대통령 취임식과 2013년 대통령 여름휴가 등 국정 전반에 걸친다고 방송은 전했다. 방송은 지난 대선 열흘 후인 2012년 12월 29일 최 씨가 '홍보 SNS 본부 운영안'이라는 문서를 보고받은 지 6일 만에, 문서 내용대로 변추석 인수위 홍보팀장이 임명됐다고 전했다. 당시 임명된 인수위 홍보팀 실무자 일부는 아직도 청와대에 근무한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또 같은해 12월 31일 인수위 대변인으로 임명된 윤창중 씨에 대해 야당·시민사회·언론으로부터 비판이 일었던 데 대한 대응 방안 성격의 문서도 최 씨에게 보고됐다. 이 문서에는 문제 제기에 대한 대응 방안과 함께, 인수위 또는 당선인이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떤 "스탠스(자세. stance)"를 취해야 하는지까지 적혀 있었다. 윤 씨는 인수위 대변인을 거쳐 청와대 대변인까지 지냈지만, 대통령 방미 수행 중 성 추문 논란으로 낙마했었다.

청와대 경호실 인사와 관련한 문서도 최 씨의 손에 들어갔다. 이는 대통령의 신변 안전과도 직접 관계되는 문제다. 역대 청와대 경호 책임자의 출신별 현황과, 각 출신별 장단점을 추린 문서가 최 씨에게 보고됐다. 이후 장관급으로 격상된 신임 경호실장에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이 임명됐다.

또 박 대통령 취임식 및 관련 부대행사, 대통령 여름휴가 등의 일정도 최 씨는 사전 보고를 받았다. 방송은 "최 씨가 취임식 행사 대행사 선정부터 행사 소품에까지 관여했다"며 "취임 준비를 지휘했다는 느낌"이라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최 씨는 취임식 기획을 맡은 행사 업체 후보군 5곳의 매출과 주요 실적 등이 담긴 문서를 취임식 40여일 전부터 보고받았다. 또 취임식 후 서울 광화문 광장 행사에서 쓰인 복주머니(오방낭) 사진이며, 박 대통령 취임식 기념 우표에 쓰인 사진, 인수위 상징 문양(엠블럼) 등도 기안 단계에서부터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다. 특히 우표 발행 관련 문서의 작성자는 공공기관인 우정사업본부였다.

'저도의 추억' 사진으로 유명한 박 대통령의 2013년 여름휴가에서도, 최 씨는 페이스북으로 공개된 휴가 사진 5장 외에 미공개 사진 8장을 미리 받아봤다. 어떤 사진을 언론에 공개할지 고르는 작업이 그의 손을 탔을 가능성이 있다. 최 씨는 7월 30일 새벽 1시 40분께부터 오후 3시에 걸쳐 사진들을 받아봤고, 박 대통령의 페이스북 계정에 공개가 결정된 사진들이 올라온 것은 16시간 후인 이날 오후 5시 40분께였다.

한편 청와대가 공개한 박 대통령의 휴가 일정은 7월 29일부터 1주일간이었으나, 사진들이 촬영된 날짜는 7월 28일부터 이틀간이어서 "하루 먼저 휴가를 떠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방송은 분석했다. 박 대통령은 휴가 직후 김기춘 비서실장 임명 등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단행하는데, 이같은 내용이 담긴 국무회의 모두발언 자료 역시 최 씨에게 보고됐다. (☞관련 기사 : 최순실, '김기춘 비서실장 임명'도 사전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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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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