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는 등 '국정 농단' 의혹이 일고 있는 최순실 씨 관련 의혹에 대해 "취임 후에도 (최순실 씨에게)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국정 운영에 최 씨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박 대통령 본인이 직접 인정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25일 일정에 없이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최 씨의 연설문 수정 개입 등 일부 사실을 시인하며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최 씨 관련 일련의 의혹이 연이어 터지는 상황에서 더이상 '버티기'로 일관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수세적인 입장을 보인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와 별개로 연설문 유출 의혹, 최 씨의 청와대 인사 개입 의혹 등은 별도로 규명을 해야 할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제 입장을 진솔하게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뗐다.
이어 박 대통령은 "아시다시피 선거 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다. 최순실 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 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 두었다"고 말했다.
실제 최 씨가 연설, 홍보 등의 국정 운영 일부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어 "저로서는 좀 더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게 하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같은 짧은 입장문 발표 이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곧바로 퇴장했다. 청와대 인사 개입 등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비선 실세 의혹을 일부 시인한 만큼, 이 사안 관련 의혹은 더욱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와대 안에서 연설문이 어떻게 외부로 유출됐는지 여부도 규명을 해야 할 사안이다. 이는 박 대통령 뿐 아니라 청와대 참모들도 함께 엮여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사과 표명을 한 박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진에 대한 인사 조치를 취할 지 여부 등도 주목된다. 별개로 해당 의혹들에 대한 실정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해서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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