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1차 맞대결', 트럼프 발언 팩트체크 해보니…

힐러리-트럼프, 국내 경제부터 대외 정책까지 정면 충돌

미국 대선 후보 1차 TV토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국내 경제 문제부터 대외 정책에 이르기까지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26일(현지 시각) 뉴욕 주 헴프스테드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대선 1차 TV 토론이 열렸다. 양 후보의 지지율이 박빙 양상인 가운데, 부동층의 상당수가 토론을 지켜본 뒤 후보자를 결정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시작 전부터 미국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토론에서 트럼프 후보는 여러 차례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첫 주제인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후보는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문제를 꺼내 들며, 이러한 무역 협정이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과 멕시코 등이 미국에서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것을 막아야 하며, 미국에서 회사가 떠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클린턴 후보는 무역은 경제적인 영역에서만 국한돼있는 정책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TPP가 현재의 협정문대로 간다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26일(현지 시각) 열린 1차 TV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 ⓒAP=연합뉴스

조세 문제와 관련해서도 양측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트럼프 후보는 "클린턴 후보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증세를 하려고 하지만, 나는 레이건 대통령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세를 추진할 것"이라며 "어떤 것이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냐"고 물었다.

클린턴 후보는 이에 대해 '조작된 낙수 효과'(trumped-up trickle-down)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후보가 감세를 통해 소득의 상위층이나 대기업이 경제 활동을 활발히 벌이도록 유도하고, 이렇게 되면 노동자나 저소득층에게도 경제적인 혜택이 돌아간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접근이라는 지적이다.

양측은 대외 정책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이슬람 국가(IS)의 퇴치와 관련 클린턴 후보는 "무슬림도 전선에 서 있고 우리에게 정보를 주는 존재"라며 "이들과 함께 IS 격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후보는 "중동이 완전히 엉망인 상태"라면서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후보가 중동 지역에 힘의 공백을 만들었고, 이 때문에 IS가 세력을 얻을 수 있었다는 '오바마 정부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를 비롯해 일본,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동맹국과 관계에 대해서도 양측의 의견은 엇갈렸다.

트럼프 후보는 "28개 나토 회원국 중 많은 수가 자신들이 내야할 몫을 지불하지 않고 있고, 일본,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등 동맹국들이 '적절한 비용'을 제대로 내고 있지 않다"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공정한 몫의 방위비를 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일본을 방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클린턴 후보는 "미국은 일본과 한국의 동맹에 '상호 방위 조약'을 맺고 있다"면서 "(동맹의 방위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유효하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의 가치가 가지는 힘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말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이메일이 해킹당하면서 DNC가 당 내부 경선을 불공정하게 운영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과 관련, 민주당은 러시아 측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유사한 사이버 공격에 대해 클린턴 후보는 "러시아든 중국이든 어디든 간에 미국이 더 큰 (사이버)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클린턴 후보는 "(트럼프 후보가) 공공연하게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미국인을 해킹하라고 한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트럼프 후보가 군 최고 통수권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후보는 이에 대해 "누가 DNC에 침투했는지 정확히 모르지 않느냐"라며 "오바마 정부 이전에 정부가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을 이제는 통제하지 못하게 됐다"면서 오바마 정부 이후 사이버 안보 분야가 취약해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클린턴 이메일 공개하면 납세 기록 공개할 것"

양측은 서로의 치부를 들추며 공방을 이어갔다. 트럼프 후보는 논란이 되고 있는 본인의 납세 기록 거부와 관련 "원래 납세 기록을 공개하려고 했지만 변호사가 말렸다. 클린턴 후보가 국무장관 시절에 썼던 개인 이메일 3만 3000건을 공개하면 납세 기록을 공개할 것"이라며 문제의 초점을 클린턴 후보의 국무장관 재임 시절 개인 이메일 사용으로 옮겼다.

그러자 클린턴 후보는 "(개인 계정의) 이메일을 사용한 것은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이후 그는 트럼프 후보가 납세 기록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연방 정부에 세금을 낸 기록이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에 트럼프 후보는 세금을 내도 정부가 돈을 낭비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미국의 인프라는 제3세계 국가 수준이다. 미국 정부가 중동에 6조 달러를 쓰고 있는데 그 돈으로 미국을 두 번은 더 건설했을 것"이라며 "클린턴 장관의 아이디어에 세금이 낭비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클린턴 후보는 "트럼프 후보가 세금을 제대로 내기만 했어도 우리의 인프라가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트럼프 후보가 본인이 고용한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임금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가 "클린턴은 대통령의 외모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 여성 비하적인 발언이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트럼프 후보는 "스태미너(stamina)가 부족하다는 뜻이었다"고 밝혔다. 최근 클린턴 후보가 9.11 추모식에서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건강 이상설에 휩싸인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 26일(현지 시각) 1차 TV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 ⓒAP=연합뉴스

이에 클린턴 후보는 자신이 국무장관 재임 시절 100개가 넘는 국가를 돌아다녔다면서 스태미너가 없다면 할 수 있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후보가 말하는 외모는 스태미너가 아니다. 그는 여성을 돼지, 게으름뱅이, 개에 비유했던 사람"이라고 쏘아 붙였다.

또다시 불거진 트럼프의 거짓말


한편 이날 CNN과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양측 후보의 발언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이른바 '팩트 체크'(Fact check)를 실시간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트럼프 후보가 이전과 마찬가지로 사실과 다른 발언을 상당수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CNN은 트럼프 후보가 클린턴 후보에게 "당신은 IS와 전 생애에 걸쳐 싸워 왔다"고 밝힌 것과 관련, "IS는 2006년 이라크 알 카에다 조직으로부터 나왔다. 클린턴 후보는 1947년 생"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날 토론회에서 트럼프 후보가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지역에 대해 먼저 트집을 잡고 공격을 한 것은 클린턴 후보 측"이라고 주장한 것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CNN은 "2008년 클린턴 대선 캠프는 오바마의 출생지에 대해 전혀 의문을 품지 않았다. 반면 트럼프는 2011년부터 오바마의 출생지와 관련해 계속 의구심을 가져 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후보가 자신은 2003년 이라크 전쟁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 CNN은 "트럼프 후보는 (미국) 의회가 이라크 침공에 군대를 보내는 것을 승인하기 한 달 전부터 이미 이라크 전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면서 "그 이후로 적어도 1년 후까지 그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후보가 뉴욕시의 살인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CNN은 "뉴욕 경찰의 통계에 따르면 뉴욕시의 살인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올해 4.3%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자동차 생산 업체인 포드 자동차가 미국을 떠나고 있고, 수천 개의 일자리가 미시간 주와 오하이오 주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트럼프 후보의 주장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지난 한 세대 동안 미시간 주와 오하이오 주에서 제조업들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각각 7만 5800개, 7만 83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고 반박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포드가 소형차 생산 공장을 멕시코로 옮겼지만, 이로 인해 미국 내 일자리 손실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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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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