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트럼프가 힐러리를 이긴다!

[박영철의 국제 경제 읽기] 긴급 진단 : 美 대선은 끝났는가?

어제(9월 5일)가 미국의 노동절이었다. 노동절이 지나면 미국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지루한 진흙탕 싸움"이란 평가로 미국 유권자 다수의 냉소를 받는 2016년 대선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미국 언론은 지난 7월 중순의 전당 대회 후 최근까지의 기간을 트럼프의 "잃어버린 두 달"이라 부르고, 여론 조사는 지속해서 힐러리 후보의 6%~8%포인트 우세를 확인해 준다. 크게 위기감을 느낀 트럼프 진영이 지난 8월 17일 '트럼프 재설정(Reset)'이란 새로운 선거 전략을 긴급 도입하여 하락 중인 지지층 외연을 확대하겠다고 나섰다.

따라서 최근 가장 뜨거운 화두는 트럼프의 '재설정' 선거 전략이 성공하여 반전을 일궈 낼 것인가, 아니면 힐러리의 우세 판도가 지속할 것인가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다음 3대 관전 포인트를 중심으로 긴급 진단을 해볼 필요가 있다.

1. 힐러리의 우세(Lead) 현황의 지속 가능성.
2. 트럼프 '재설정'의 핵심 내용과 성공 가능성.
3. 두 후보의 낮은 정직성과 높은 비호감도.

박영철 전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프레시안 : 민주당 샌더스 후보의 경선 유세 돌풍이 지나간 6월 이후 한국 언론에서 미국 대선에 관한 관심이 크게 줄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님께서 미국 대선의 '긴급 진단'을 하고자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박영철 : 최근 지루하던 미 대선에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서 대선의 최종 결과가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3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며칠 전까지만 해도 힐러리 후보를 지지하는 미디어가 '게임은 벌써 끝났다'는 식의 기사를 남발하고, 일부 여론 조사 기관은 힐러리의 대선 승률이 95%라고까지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트럼프가 힐러리와의 격차를 줄인다는 여론 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둘째, 트럼프 진영은 '트럼프 재설정(Reset)'이란 선거 전략을 도입하여, 트럼프 후보의 이미지 개선과 핵심 정책의 '부드러운 손질(Softening)'을 시도하면서 동시에 힐러리의 개인 이메일 서버 스캔들과 클린턴 자선 사업 재단(Clinton Foundation)의 정경 유착, 그리고 힐러리의 정신 건강 문제 등을 무자비하게 폭로합니다.

이런 폭로전의 최종 목적은 힐러리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신뢰성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는 것입니다. 동시에 히스패닉과 흑인 등을 겨냥한 유연한 정책 등을 제시하며 외연 확대를 시도 중입니다.

셋째, 힐러리 후보의 비호감도가 위기 수준(59%)까지 오르고, 힐러리의 정직성을 믿지 않는 유권자가 70%까지 치솟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힐러리 진영은 이 같은 변화를 트럼프의 치졸한 폭로전의 일시적인 미풍이라고 봅니다. (☞관련 기사 : Anti-Clinton wave surges in PA, but she's still ahead)

저는 위의 3가지 이유로 '미국 대선은 이제 시작이다'라고 보고 '긴급 진단'을 하고자 합니다.

힐러리 후보의 압도적인 우세가 꺾이는가?

프레시안 : 지난주까지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 CNN과 MSNBC 등이 '게임은 벌써 끝났다'고 할 정도로 힐러리 후보가 트럼프를 압도하고 있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박영철 : 그렇습니다. 지난주까지 대선 관련 3대 지표가 힐러리 후보의 철옹성 같은 지지 우세를 연일 확인했습니다. 3대 지표란 대선에서 승리할 확률, 전국 유권자의 지지율 그리고 선거인단 지지 분포입니다.

프레시안 : 우선 두 후보의 대선에서 승리할 확률이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고 하셨는데 어느 정도입니까?

박영철 : 차이가 대단합니다. 미국 여론 조사 기관 가운데 신뢰도가 높은 네이트 실버의 예측을 살펴보면 9월 2일 조사에서 힐러리가 승리할 확률이 72.1%, 트럼프가 승리할 확률이 27.9%입니다. 2주 전인 8월 14일 조사에서는 격차가 훨씬 더 커 각각 89.2%와 10.8%로 조사되었습니다. 그 당시 힐러리 진영에서 '게임이 끝났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는데, 이제는 다시 긴장하는 상황입니다.

프레시안 : 두 번째 지표인 전국 유권자 지지율 상황은 어떻습니까?

박영철 : 이 지표도 힐러리의 우세를 점칩니다. 70개 정도의 여론 조사 결과의 평균치를 나타내는 RCA에 의하면 3주 전(8월 8일)에 힐러리의 유권자 지지율은 47.5%, 트럼프의 지지율은 40.5%로 무려 7%포인트 격차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9월 2일 조사에서는 힐러리의 유권자 지지율이 46.0%, 트럼프의 지지율은 42.1%로 그 격차가 거의 반(3.9% 포인트)으로 줄었는데 이 수준의 격차는 여론 조사의 오차 범위 안에 든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 [표 1] 전국 유권자 지지율 변화. ⓒrealclearpolitics.com

프레시안 : 세 번째 지표인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의 지지가 최종적으로 대선의 승자를 가른다고 알고 있는데 간단히 설명해 주십시오.

박영철 : 그렇습니다. 미국 대선은 '간접 선거'이므로 일반 유권자는 50개 주(536명)와 워싱턴 D.C.(2명)에서 총 538명 (여론 조사의 귀재라는 네이트 실버의 블로그 이름이 '538'인 이유입니다)의 선거인단을 뽑고,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데 이들의 과반수인 270명의 지지를 확보한 후보가 대통령이 됩니다.

선거인단 제도에 관해 꼭 알아야 할 사항이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각 주에서 뽑는 선거인 수는 그 주의 상원의원 수와 하원의원 수를 합친 것입니다. 또 하나는 비례제를 선택한 네바다 주와 콜로라도 두 주를 제외한 48개 주에서는 '승자 독식'의 원칙이 적용합니다. 아직도 '원시적'이라는 비난을 받는 이 선거인단 제도로 인하여 전국 유권자 지지율보다 선거인단의 지지율이 훨씬 더 중요하고, 심지어 유권자 지지율에서 승리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2000년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유권자 투표에서 승리하고도 선거인단 선거에서 5표(266대 271) 차이로 조지 W. 부시에게 패배 당한 사실을 잘 아시지요? 당시 소송을 거부한 앨 고어의 선언이 아직도 미국 정치인의 정신을 대변한다고 자랑합니다.

"내가 소송을 낸다면 이길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국제적 위상은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할 것이다."

▲ [표 2] 2000 년 대선 투표 결과.

프레시안 : 그런데 이처럼 중대한 선거인단 지지에서도 힐러리가 크게 앞서고 있나요?

박영철 : 그랬습니다. 물론 여론 조사 기관마다 수치가 다릅니다. RCP와 270 웹의 조사 결과를 보겠습니다.

▲ [표 3] 두 후보의 선거인단 수.

[표 3]을 보면 3주 전만 해도 힐러리가 승리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보다 많은 273명을 확보한다는 예측이 있었습니다. 그 정도로 많은 여론 조사 기관이 힐러리의 우세가 압도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9월 2일 여론 조사에서는 힐러리가 당선에 필요한 270에 훨씬 못 미치는 229명(RCP 조사), 239명(270 웹 조사)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 이유는 '경합 주(Swing States)'에서 힐러리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프레시안 : 한국 대선에는 '지역 감정'이 특징이고 미국 대선에는 '지역 색깔'이 특징이라서 경합주의 선거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고 들었는데 설명해 주십시오.

박영철 : 미국 50개 주를 3가지 색깔로 나눕니다. 빨간색(Red)은 공화당 지지, 파란색(Blue)은 민주당 지지, 회색(Gray)은 경합주(Swing States 또는 Battle Ground States)를 뜻합니다. 경합주는 미 대선에서 한때는 민주당에, 한때는 공화당에 승리를 안겨주는 선거 결과 예측이 어려운 주를 뜻합니다. 따라서 약 15개의 경합주 다수에서 승리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됩니다.

▲ 미국의 선거인단 지도.

프레시안 : 그런데 지난주에 이 경합주의 후보 지지율이 크게 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박영철 : 매우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15개의 경합 주에서 절대 우세를 보이던 힐러리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트럼프의 지지율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후보의 선거인단 수가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네이트 실버는 힐러리 진영에게 전국 유권자의 지지율 하락보다 선거인단 지지 하락을 더 심각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힐러리의 우세 판국에 금이 가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 [표 4] 힐러리의 경합 지역 우세 변화. ⓒfivethirtyeight.com

트럼프의 '재설정(Reset)' 선거 전략

프레시안 : 이제 트럼프의 '재설정'이 무엇이며 현재까지의 효과와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지 검토하고자 합니다. '재설정'의 목적과 핵심 내용은 무엇인지요?

박영철 : 트럼프의 '재설정'이란 지난 두 달 힐러리의 지지율이 계속 상승하는데 크게 위기감을 느낀 트럼프 진영이 급기야 8월 17일 선거 참모진의 대대적인 교체를 단행하면서, 소수 인종 차별 정책과 '이민법', 대외 고립 정책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완화(Softening)하고, 트럼프 자신의 이미지를 개선한다는 새로운 선거 전략을 수립한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막말'의 챔피언이란 악명을 듣는 트럼프를 미국 국민뿐만 아니라 외국인 눈에도 품위 있는 '대통령 감'으로 변신시킨다는 것입니다.

프레시안 : 트럼프의 '재설정'이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박영철 : <워싱턴포스트>의 댄 발즈(Dan Balz) 칼럼니스트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트럼프의 '재설정' 전략이 성공하려면 다음 두 조건이 채워져야 하는데, 첫째, 적어도 몇 주 동안 트럼프가 논란을 일으킬 새로운 '막말'을 해서는 안 된다. 둘째, 더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트럼프가 유세 중 자초한 실수보다 더 치명적인 힐러리의 취약점을 발견하도록 해야 한다."

최근 트럼프 진영은 두 번째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힐러리의 최대 약점인 개인 이메일 서버 사용과 이에 관한 FBI의 수사 내용, 클린턴 자선 사업과 미국 국무부의 정경 유착 등을 무자비하게 폭로하여 힐러리의 인기를 추락시키는데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트럼프의 '재설정' 전략이 충족해야 할 세 번째 조건은 백인 온건파와 무당층, 그리고 소수 인종의 지지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예상되는 대표적인 정책 변화는 불법 이민자 대량 추방 완화와 소수 인종의 지지를 '겸허하게(Humbly)' 읍소하는 것이 될 것으로 봅니다.

프레시안 : 이 전략에 따라 지난 2주 동안에 발생한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나 정책 변화는 무엇인가요?

박영철 : 트럼프 진영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4개의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트럼프 자신의 막말과 품위 없는 연설 방법을 확 바꾼 것. 둘째, 불법 이민자 대량 추방과 국경 장벽 등 비용 분담 문제로 외교 상황이 최악인 상황에서 멕시코 대통령의 초대로 멕시코를 방문하여 '용기 있는' 국가 지도자의 위상을 보인 것. 셋째, 8월 2일 여론 조사에 의하면, 흑인 지지율은 힐러리 90%, 트럼프 4%인 상황을 반전하기 위한 '읍소형' 선거 전략을 시작한 것. 넷째, 무자비한 폭로전의 성과로 힐러리의 비호감도와 '거짓말쟁이' 이미지가 더 악화하였다는 점 등입니다.

프레시안 : 위의 평가에 의하면 트럼프의 재설정 선거 전략이 성공한다는 뜻인데 교수님 의견은 어떠신지요?

박영철 : 결정적인 평가를 하기에는 너무 이릅니다. 다만 일부 언론은 지난 2주를 트럼프가 이긴 기간이라고 평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트럼프의 지지율이 소폭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런 상승이 선거일까지 지속할 것인가인데 이에 대한 대답은 트럼프 자신도 모른다고 봅니다.

두 후보의 낮은 정직성과 높은 비호감도

프레시안 : 2016년 대선의 가장 부끄러운 특징은 미국 유권자의 절대다수가 두 후보의 정직성을 믿지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미국 대선 역사상 본선 후보의 정직성에 대한 의혹이 이처럼 높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최근 힐러리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과 관련이 있는지요?

박영철 : 매우 정확한 지적입니다.

최신 여론 조사에서 클린턴의 비호감도가 59%로 급등하여 트럼프(60%)와 동률이 되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국 유권자의 절대다수가 두 후보 모두 정직하지 않다고 본다는 사실입니다. NBC 조사에 의하면 유권자의 11%만이 힐러리가 정직하다고 보며 16%가 트럼프가 정직하다고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주 FBI가 공개한 3시간 30분간의 힐러리 조사 보고서에 힐러리가 조사 중 39번이나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했다는 사실에 많은 유권자가 의혹을 감추지 못하며 힐러리의 최근 지지율 하락을 유인하는 변수로 평가합니다.

프레시안 : 오늘 인터뷰를 마치면서 남기고 싶은 말씀은?

박영철 : 지난 민주당의 경선 기간 내내 샌더스 후보의 돌풍을 일으켰던 미국의 젊은 밀레니얼이 요즘 이렇게 탄식한다고 합니다.

"2016년 대선에서 우리 젊은이는 '선택'할 자유마저 없는가?" "한 명은 거짓말쟁이, 한 명은 술주정뱅이 아저씨."

한국도 내년(2017년)에 대선이 있는데 '헬조선'의 젊은이에게 훌륭한 대통령을 뽑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기사를 작성하는 데 도움을 준 전희경 박사에게 감사를 드린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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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서,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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