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의혹은 △최 씨와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운 권력형 비리 여부, △대기업들의 자금 출연에 청와대 등 권력 핵심부의 압력이 작용했는지 여부, △이례적으로 빠른 재단 설립 허가 과정 등 정부 차원의 특혜 여부 등 크게 세 갈래다.
우상호 "권력 실세에게 낸 거액의 돈이 '자발적 모금'이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 들어 이렇다 할 권력형 비리가 눈에 띄지 않고 '개인 비리·일탈', '소수에 의한 국정 운영 전횡'이 문제였는데, 이번 사건은 권력 비선 실세에 관한 문제로 시작해 대기업들의 거액 자금 출연, 불투명한 재단 운영 등을 종합해 볼 때 권력형 비리라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최순실 씨를 언급하며 "대통령과 특수 관계인 최 씨와, 최 씨의 특수관계인에 의해 설립된 재단 허가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어떻게 하루만에 재단 설립을 (허가)해줄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공익 재단은 그 목적과 추진 주체에 대해 정밀 점검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하루 만에 사업 목적과 사업 주체의 신뢰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는) 미리 권력 실세들 사이서 해 주기로 합의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어서 대기업의 '묻지마 출연'이 이어진다"며 "800억 원이 넘는 돈이 '자발적(모금)'이라고 하는데 과연 가능할까?"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권력 실세들에게 내는 거액의 돈이 과연 자발적 모금일까요?"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이어 이런 식의 모금에 참여한 것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전경련이 청와대의 지시나 권력 실세의 '협조 요청'을 받으면 돈 모금하는 기구로 전락한 게 아닌가"라고 전경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우 원내대표는 "여러 모로 이 재단 운영·출연 과정의 여러 의혹이 해명되지 않고 있다"며 "청와대는 어제 '허튼 소리다', '정치 공세다'라고 하지만 딱부러진 해명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사자들이 분명하게 해명하고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국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다"며 "남은 국정감사와 대정부질의 기간에 이 문제를 따져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박지원 "우병우 건재 이유는 미르·K스포츠 내막 아는 것"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날 비대위 회의에서 "터질 것이 터졌다"며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 개입됐고, 대통령 최측근인 최순실 씨가 재단 이사장 선임에 관련됐다는 것이 연일 터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두 재단은 정관도 가짜로 만들었고, 특히 K스포츠재단은 이사장 선임도 가짜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 역시 '자발적 모금'이라는 부분을 짚었다. 그는 "박정희기념관 건립 모금을 할 때 전경련만 30억 원을 모금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18년간 집권했고 많은 재벌을 탄생시킨 대통령이기 때문에 200억 정도는 단숨에 모금하리라 생각했지만 안 됐다"며 "그러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후반기에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의 확정됐을 때 2000억 원이 모금됐다. 이게 재벌의 생태"라고 말했다.
"재벌들이 한중 FTA 후속 대책으로 합의된 농어촌 상생기금에 돈 한 푼 내지 않고 있다. 그런데 '800억을 자발적으로 냈다'고 얘기하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박 위원장은 "이것은 '제2의 일해재단', '박근혜의 일해재단'"이라며 "대정부질문·국정감사를 통해 철저히 파헤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만약 청와대가 지금처럼 발뺌하고 솔직하게 밝히지 않으면 국정조사, 검찰 고발, 특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압박하며 "정권 말기 권력 비리에 대해 철저히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먼저 청와대가 속시원한 고백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항간에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건재한 진짜 이유가 이 두 재단의 탄생 내막을 깊숙히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도 "청와대의 부인에도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모금 과정에 권력이 관계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관련 증인을 채택하고자 하는 모든 상임위에서 새누리와 청와대는 완강히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떳떳하게 해명해도 모자랄 판에, 증인을 하나도 채택할 수 없다고 버티는 것은 의혹을 증폭시키는 것"이라며 "최소한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마저 거부한다면 '원칙과 신뢰'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박근혜 정권의 최대 의혹으로 남을 뿐 아니라, 본인의 퇴임까지 문제를 안고 가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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