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일 의원총회 발언에서 "오늘 박 대통령께서 G20 정상회담 참석차 출국하신다"라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회담을 하실 예정인데, 시 주석이 박 대통령에게 '귀국의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반대하는데 왜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를 강행하려고 하느냐'고 물으면 우리 대통령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나 할 말이 없어지니 정 의장이 잘못한 것'이라는 얘기로 들린다. 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국회의장이 국익을 해치는 망언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경욱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오후 논평에서 좀더 직접적으로 "국가 서열 2위 국회의장이 대통령 외교안보 일정에 재를 뿌리려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반국가적 처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민 원내대변인은 지난해 10월 사임할 때까지 이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다.
민 원내대변인은 "오늘부터 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 외교에 나서 러시아·중국·미국과 정상회담을 통한 사드 외교 등을 펼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 공조를 강화하려는 시점"이라며 "이를 모르는 바 아닌 국회의장이 사실상 '사드 반대'를 외친 것은 국익과 국가안보는 안중에도 없는 심각한 사태"라고 했다.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7월 21일 NSC회의)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떠오르게 한다는 평이 나온다.
새누리, 정세균에 "북핵 미사일 도발 인정하겠다는 것이냐"
새누리당은 정 의장에 대해 일종의 '색깔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민 원내대변인은 정 의장을 향해 "사드 배치와 관련해 '우리 주도의 북핵 대응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이 말은 한반도 평화의 근간인 한미동맹을 부정하고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 대책마저 간과한 좌편향적 이념에 사로잡힌 대단히 위험한 주장"이라고 비판하며 "사드 배치의 원인을 제공한 북한에 대한 침묵이 북핵과 미사일 도발을 인정하겠다는 것인지 당장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오전 김현아 당 대변인도 "정 의장이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을 우리가 만들고 대화나 행동도 우리가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우리 주도'라고 하는 것은 해석에 따라서는 자칫 한미동맹을 부정하는 언급으로 해석된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북핵으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한반도의 위기에 대해 국회의장께서 국민들을 바르게 인도하고 계시지 않다"며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은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있는데, 우리의 북핵에 대한 대처는 시도부터 발목이 잡혀 있다"고 했다.
김 대변인과 민 원내대변인 등의 이같은 언급은 사드 배치에 대한 찬반 논란을 마치 북핵에 대한 찬반 논란인 것처럼 몰아 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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