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물이 말라가" 속 시커멓게 타든 산청, 정치도 행정도 외면했다

[파수꾼들] ② 경남 산청 삼장지하수보존대책위 "지하수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경남 산청군 삼장면의 덕교마을 지하수 수위가 낮아진 지는 최소 15년이 넘었다. 큰 골, 작은 골, 오종골, 3개 계곡과 더불어 살던 마을이었다. 마을은 물이 가장 많은 큰 골과 물탱크를 연결해 계곡물을 받아 썼다. 일부 주민은 마당에 우물(관정)을 직접 파 지하수도 썼다. 모자람이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한 주민의 지하수 우물은 수위가 13m 낮아졌다. 수위가 낮아지니, 모터펌프가 허공에서 돌아가다 타버려 못 쓰게 된 집도 한둘이 아니다. 70년 넘은 마을 느티나무 고목 3그루도 고사했다. 표재호 삼장지하수보존비상대책위원장은 "사례를 일일이 다 말하면, 끝이 없다"고 말했다.

마을 물은 말라가는데, 누구도 이게 무엇 때문인지 조사하지 않는다. 주민들이 어떤 피해를 겪는지 조사한 곳도 지난 30년 간 없었다. 표 위원장은 "주민들이 직접 피해를 조사하고 공론을 모으고 민원을 제기해도, '법대로 했다'는 식의 답만 돌아온다"며 "대체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가슴을 쳤다.

물은 왜 고갈되고 있을까. 주민들은 주변 생수공장을 의심한다. 삼장면엔 엘케이샘물과 지리산산청샘물이라는 생수공장 두 곳이 있다. 화이트, 광천수, 지리산 산수 등 10종이 넘는 생수를 만든다. 하루 최대 허용량이 1000t(톤)이다. 약 4000명이 하루 동안 쓰는 양이다. 한해 삼장면에서 사용하는 지하수의 약 32%를 두 공장이 쓴다.

생수공장은 30년 전 1996년부터 들어섰다. 마을 물이 마른다는 사실은 십수 년 전 확인됐고 물 고갈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은 계속 불어났다. 이 와중 주민들 모르게, 지리산산청샘물이 하루 600t씩 더 뽑게 해달라며 증량 신청을 했고, 경남도청은 이를 임시로 허가했다. 2024년의 일이다.

그해 1월 '삼장지하수보존대책위'가 결성된 이유다. 지하수를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한 4개 마을 주민이 모였다. 이들은 대책위를 결성하고 나서야, 지난 30년간 주민 알 권리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했다. <프레시안>은 지난 8일 산청 덕교마을을 방문해 이들이 지하수를 지키려는 이유를 들었다.

▲삼장지하수보존대책위가 지난 2년 간 모은 자료들. 책상 2개와 책장 1개를 가득 메웠다. ⓒ프레시안(손가영)
▲삼장지하수보존대책위 표재호 위원장이 자료를 뒤적이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손가영)

계곡물이 말랐다

주민 하정욱 씨는 귀향했던 2014년을 물로 고생한 해로 기억했다. 고향의 물은 그가 유년기를 보냈던 1960~1970년대와 크게 달랐다. 계곡물을 끌어다 썼던 그의 집에선 화장실에 물이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한동안 급할 땐 야외에 나가 배변을 보기도 했다.

에어컨 설치 기사였던 그는 샤워에도 애를 먹었다.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고 집에 들어와 씻으려 해도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냇가에 나가 씻은 적도 있다. 물이 콸콸 잘 나오던 밭의 수도꼭지도 10년 전부터 말라버려 고물이 됐다. 농민들은 물탱크를 차에 싣고 밭에 갔다. 마을에 물을 공급하던 계곡이 눈에 띄게 가물면서다.

물 많아 농사짓기 좋다고 유명했던 마을 구렁논도 지금은 없어졌다. 마을과 생수공장 사이에 있던 논이었다. 2024년 직접 피해 사례 조사에 나섰던 삼장지하수보존대책위는 최소 22건의 피해 사례를 수집했다. "물이 부족하다", "그래서 지하수 우물을 따로 팠다", "따로 파도 수위가 낮아져 설비를 계속 새로 사야 했다" 등의 증언이 잇달았다.

▲덕교마을 계곡 수로 풍경. 마을 주민들은 계곡의 물이 십수 년 전에 비해 확연히 줄었다고 증언한다. ⓒ프레시안(손가영)
▲하정욱 씨가 직접 설치한 물 공급 호스. 계곡물을 쓸 수 없어 물이 나오는 샘을 찾아 설치했다. ⓒ프레시안(손가영)

"내가 땅속에 들어가 보지를 않아서, 이게 물 공장에서 지하수를 퍼 가서 물이 부족한 건지, 아니면 뭐 비가 너무 적게 와서 물이 부족한 건지 솔직히 내가 안 들어가 봤기 때문에 몰라요. 그래도, 이게 적게 퍼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하정욱 씨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공장-마을 이장 비밀 합의

'매년 3개 마을에 금 300만 원을 지원한다. 지역대표 동의서 서명과 해당관청 임시 허가 신청 후 1개월 내에 5000만 원을 지급하고, 증량 확정 시 1개월 내에 지역대표에 삼장면 체육시설 다목적홀 건립 비용으로 5000만 원을 지급한다.'

2022년 12월 지리산산청샘물과 덕교리, 후천리, 서당리 이장 3명이 작성해 법원 공증을 받은 합의서 내용이다. "이장 3명이 주민을 대표해 하루 600t 증량에 동의하고, 증량이 확정될 때까지 주민 동의가 필요하면 적극 협조해 동의서를 받아줘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2023년 11월 16일 지리산산청샘물과 마을대표 4명 간 작성된 합의서.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프레시안(손가영)

주민 누구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2023년, 이장 인수인계를 위한 문서 더미에 끼워져 있는 게 우연히 발각됐다. 공장이 물 증량을 준비하는 사실, 이장들이 여기에 동의해 준 사실, 이를 두고 금전 거래가 논의된 사실, 그 어느 것도 공유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지리산산청샘물은 "이후 새로운 지역 상생 방안을 합의해, 이 합의안은 자동 폐기된 것"이라고 밝혀 왔다.

그런데 비공개 합의가 또 이뤄졌다. 2023년 11월 16일 작성된 합의서다. 지역 대표자들이 주민 대신 물 증량에 동의해 주는 방식은 같았지만, 이번엔 물 증량이 더 늘었다. 앞선 600t에 더해 하루 500t을 더 늘리는 데에 대한 동의였다. 그 대가는 다음과 같다.

'21개 마을에 매년 생수 1 P/T(팔레트) 지급, 삼장초교에 장학금 100만 원 및 생수 3 P/T 지급, 삼장면 체육대회에 금 100만 원 및 생수 1 P/T 지급, 이장단 견학 등 활동에 연 100만 원 지급, 지리산곶감축제에 금 100만 원 및 생수 1 P/T 지급...'

모두 합해 "하루 400t 이상 증량 시, 21개 마을에 금 1000만 원(총 2억 1000만 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한다"는 대가였다. 마을 개수가 3개에서 21개로 늘었고 합의 주체도 바뀌었다. 삼장면의 이장협의회장, 주민자치회장, 사회단체협의회장, 식수보존회장 등 4명이다. 이 중 백아무개 주민자치회장은 2022년 비밀합의도 했던 덕교마을 전 이장이다.

주민들은 이를 뒤늦게 알고 배신감을 느꼈다. 그런데 이 와중 경남도청이 지리산산청샘물에 하루 600t 증량을 임시 허가해 준 사실이 알려졌다. 상처는 분노로 바뀌었다. 2024년 1월 15일, 대책위가 결성됐다. 그리고 취수 증량을 막고 지하수를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싸우고 있다.

▲산청군 지하수 개발가능량대비 이용량 현황도. 덕교리는 1등급 주의 지역으로 분류됐다. ⓒ산청군 지하수 관리계획(2023~2032)

지하수 '주의' 신호 나왔는데 증량 허가

전국 지하수 이용량의 10%를 경남이 차지한다. 경남에서도 생수공장 취수정이 가장 밀집한 곳이 산청이다. 총 49개 중 27개가 산청에 있고, 삼장면과 바로 옆 시천면에 생수공장이 몰려 있다. 이 중에서도 삼장면 덕교리는 '수량관리 1등급 주의 구역'이다. 개발가능량 대비 이용량이 100%를 초과해 2022년 산청군이 지정했다. 1등급 구역엔 지속적인 이용량 감시, 행정규제와 기술적 조치가 권고된다.

"아니, 어떻게 스스로 지하수 관리 주의 1등급 지역이라고 해놓고, 물 공장에 물을 더 뽑아가라고 증량 허가를 해준답니까?"

표 위원장은 경남도청에 분통을 터뜨렸다. 대책위는 증량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직접 행동은 다 했다. 2024년 2월부터 5월까지 삼장면 21개 마을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의 반대 서명을 받았다. 전체 주민 1782명 중 1167명(65%)이 서명했다. 실거주자만 따지면 90%가 넘었다. 표 위원장은 "한 어른은 '내 아들이 생수공장 다니지만, 이건 아니다. 지하수는 지켜야지'라며 반대 서명을 해줬다"며 그때 분위기를 전했다.

두 차례 산청군청과 경남도청에 서명지를 전달했으나, 변하는 건 없었다. 대책위는 지금까지 100회 넘게 면사무소, 산천군청, 경남도청 등 앞에서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할 수 있는 민원도 다 넣어 봤다.

'먹는물관리법에 따르면, 문제가 없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경남도청과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내놓은 답은 이 말로 요약됐다. '주민 의견을 왜 반영하지 않고, 주민에게 왜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느냐'고 말하면, 먹는물관리법엔 그런 조항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하수 개발엔 통상 지하수법이 적용되나, 생수 사업의 경우엔 먹는물관리법이 적용된다. 이 법엔 주민 의견 청취 절차나 주민 참여 보장 의무가 정해져 있지 않다. 주민들은 "악법"이라고 말한다.

'지하수 주의 구역에서 물을 더 뽑아가라고 허가하는 건 모순'이라는 항의엔 '환경영향조사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답이 돌아왔다. 주민들 투쟁이 계속되자, 지난해 산청군의회는 지하수 증량 반대 결의문을 채택했고 산청군수도 증량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산청군청 상하수도과 관계자는 지난 9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산청의 지하수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군청엔 허가권(반려권)이 없다"고 말했다.

허가권은 경남도청에 있다. 경남도청 수질관리과 주무관은 "환경영향조사에선 각종 지질·수문학적 자료를 검토하고 양수시험, 현장조사 등을 한다. 샘물업체(생수공장)가 물을 추출할 때 다른 지하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역학적으로 다 확인한다"며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학계, 업체, 지역주민 등의 추천으로 구성된 전문가들이 이를 종합심사해, 취수 가능 여부나 취수량 등의 심의 의견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증량이 가능하다고 판단됐다"며 "허가권자가 이를 허가해 주지 않으면, 먹는물관리법상 위반이다"라고 밝혔다.

환경영향조사 엄밀성에 의문

'환경영향조사'는 환경영향평가법에 근거한 환경영향평가에 비하면 약식 조사다. 환경·사회적 영향을 검토하는 사전 심사 제도가 아니라, 사업 인허가를 위한 기술적 검토에 가깝다. 수량, 수질 변화에 초점을 맞춘 조사가 단기간 진행되고, 장기간 누적 영향이나 지역 생태계에 대한 영향 조사는 빠져 있다. 조사는 사업체가 하고, 각 유역환경청(기후에너지환경부)이 조사결과를 심사한다.

대책위는 업체와 경남도청,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숫자놀이'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함양량'이다. 쉽게 말해, 비, 눈 등이 땅에 스며들어 지하수가 되는 양인데, 물을 얼마나 뽑아 쓸 수 있는지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 '함양률×유역면적×강수량'으로 구한다. 각 수치가 클수록, 허가받을 수 있는 취수량도 커진다.

이 중 함양률, 유역면적의 들쭉날쭉한 적용이 논란이 됐다. 환경부 4차 지하수관리기본계획(2022~2031)의 산청군 함양률은 8.1%, 남강댐 권역은 13.1%, 산청군 2022년 보고서상의 삼장면 함양률은 12.5%로 보고됐다. 업체는 이 중 13.1%를 적용했고, 대책위는 환경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역면적도 원래 458만㎡(제곱미터)인데, 지난해 갑자기 2배가 늘어난 965㎡가 적용됐다. 대책위 반발 등으로 이후 정정됐으나, 처음엔 경남도청, 낙동강유역환경청 모두 이를 문제 없다고 넘겼다.

"유역면적은 정말 사람 눈 속이기 아니냐? 지난 30년간 사용했던 면적에서 왜 갑자기 2배가 늘어났나? 공식 보고서에 늘어난 이유 설명도 없이? 심각한 문제다. 그동안 경남도청, 낙동강유역환경청 누구도 실사 한 번 제대로 안 나간 걸로 보인다. 업체 보고서엔, 공장이 쓰는 생활용수가 하루 약 5t이란다. 근데 산청군청 집계 자료는 63t이다. 이런 건 계량기 검증만 해도 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수식에 넣으면 5t이 맞더라' 이런 답만 내놓는다."

표 위원장은 "30년 동안 누구 하나 제대로 관리감독만 했다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왔겠느냐"라며 이렇게 말했다.

▲십수 년 전부터 물이 나오지 않아 고물이 된 마을 밭의 한 수도꼭지. ⓒ프레시안(손가영)
▲대책위에 접수된 지하수 고갈 등의 피해 증언들. ⓒ프레시안

마을 물 왜 마르는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소송이 이어졌다. 지리산산청샘물은 대책위 활동에 적극적인 주민 5명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으로 2024년 11월 고소했다. 무혐의가 나오자 회사는 항고했고, 다시 무혐의로 종결됐다. 이 중 한 명인 장용식 씨는 지하수 피해를 호소한 주민이었다. 그는 "업체가 물을 많이 뽑는 여름만 되면 우물에 흙탕물이 들어와 살 수가 없다"며 "9년째 반복된다. 공장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고 호소해 왔다.

업체는 양수 조사 결과, 공장의 물 추출이 마을 지하수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게 확인됐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마을 지하수가 '왜 오랫동안 말라왔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입증자료라 하는 환경영향조사 결과는 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말 지리산산청샘물이 하루 취수량을 450t 더 늘려도 된다고 심사했고, 경남도청은 허가했다. 절차가 강행되면 지리산산청샘물은 하루 1050t까지 지하수를 추출할 수 있다.

생수공장의 지하수 과다 추출을 둘러싼 갈등은 해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웰링턴 주민들은 다국적 기업 네슬레(Nestlé)와 싸웠고, 이를 계기로 주 정부는 신규 취수 허가를 내지 않고 생수 사업 규제를 강화했다. 이후 생수공장은 2024년 이 지역에서 철수했다. 미국 미시간주 주민과 선주민들도 2018년 "지역 개울이 고갈되고 송어가 사라졌다"며 네슬레 공장의 취수 증량을 반대하는 대대적인 투쟁을 벌였으나, 주 정부와 법원은 증량을 허가했다.

싸움은 더 커진다. 대책위 투쟁에 공감한 지리산 생태 보전 단체, 지역 사회·환경운동 단체 등이 모여 12일 '지리산지하수지키기공동행동'을 발족했다. 표 위원장은 "지하수는 함부로 건드려선 안 된다. 두고두고 잘 보존해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며 끝으로 말했다.

"경남도청? 낙동강유역환경청? 지역 주민 말은 그냥 '개무시'한다. 내가 앞으로 살날이 얼마나 남았노. 죽기 전에 이거 하나만 남기는 게 내 일이다. 지하수."

▲2024년 12월 19일 표재호 삼장지하수보존대책위원장이 지리산산청샘물 회장에게 보낸 서면 일부.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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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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