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대선서도 '박원순 죽이기' 되풀이될 것"

"민주주의가 국정원의 인질 됐다…진상조사, 청문회 해야"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른바 '박원순 죽이기' 문건 작성자가 국가정보원으로 드러난 데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박 시장은 2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같은 내용을 다룬 <시사IN> 보도를 언급하며 "공작 정치라는 말을 들어본 지 참으로 오래인데, (이번 사건은) 그야말로 70·80년대 독재정권 시절, 불의의 시대로 완전히 돌아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시장은 "명백한 민주주의 파괴고 헌정질서 파괴"라며 "만약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가 확실하게 이 문제를 진상 규명하지 못하고 넘어가면, 아마 내년 대선에서도 또 저 아닌 다른 정치인에 대해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반성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며 "너무 참담한 심정이다. 우리가 그 동안 피땀으로 만들어 온 민주주의를 국정원의 인질이 되게 할 수는 없다"는 심경을 밝혔다.

박 시장은 문건에 지시된 공작 내용에 대해 "그 문건에 보면 여러 가지 박원순 죽이기, 흠집내기 이런 것에 대한 아주 구체적 전략들이 있고, 그런 것들이 계속 실천돼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왜냐하면 이른바 어버이연합이라는 곳이 저를 상대로 19번이나 집회를 한다든지, 또 방송의 경우에도 박원순에 대해서 흠집을 내는 기사를 자꾸 내보내라(고 했지만), '그런데 저는 양심상 하기 어렵다' 이렇게 저한테 와서 고백한 방송사 기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자신에 대한 공격이 서울시장 출마 2년 전인 2009년부터 이뤄진 데 대해서는 "글쎄, 그때 서울시장 나와서 당선될 줄 미리 알았나 보다"라며 "사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으로부터 '정치에 나서 달라'는 제안을 제가 많이 받았다. 기사에도 '야권에서 가장 강력한 대권 주자라는 말을 듣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싹을 잘라야 한다고 보았다'(는 말이) 언급돼 있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제가 아는 기업인들한테 국정원에서 연락이 온다든지, 제가 강의를 어디 나가면 정보과 형사들이 다녀갔다는 그런 얘기를 수없이 들었다"는 당시의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박 시장은 "('박원순 제압' 문건은) 2013년 5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공개를 했는데 국정원은 '우리 문건 아니다'고 부정했고 나중에 검찰에서도 그게 받아들여져서 무혐의 처리가 됐다"면서, 그러나 이번 <시사IN>과 <한겨레> 등 언론 보도로 작성자가 국정원이 맞았음이 확인된 데 대해 "(검찰이) 국정원을 제대로 조사했겠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박 시장은 "이게 비단 저 박원순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명색이 서울시장인 저한테까지 이렇게 했으니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음지에서 정말 얼마나 많은 민주주의 파괴 행위, 국민 감시 행위들이 펼쳐지고 있겠나"라며 "진상조사단이 꾸려지고 청문회가 실시돼야 한다. 그래서 국정원 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한편 "국정원 문건에 나오는 '박원순 죽이기'의 여러 가지 전략들이 저는 지금도 적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버이연합의 시위나 일부 방송사들의 행태는 사실 그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이후에도 계속됐다. 방송을 잘 분석해 보시면 서울시나 저를 흠집내는 기사들이 많고, 제가 출연하거나 이런 사례는 과거에 비하면 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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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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