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 병력을 보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지금에 와서 깊이 후회하고 있다"며 향후 재판에서 사실관계를 다투기 위한 증인신문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여 전 사령관은 지난 8일 서울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당시(12.3)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단호하게 군복을 벗겠다는 결단을 함으로써 그 지휘 체계에서 벗어났어야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여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서 정치인 등 주요 인물의 체포를 지시하고 윤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과 군사법원 재판에서 계엄군 투입 사실을 위증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간 자신에 대한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해왔던 여 전 사령관은 이날 공판에서 '후회', '사죄'를 언급하며 군검찰이 제시하는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그는 "최초 검찰 조사부터 오늘 이 재판에 이르기까지, 국민들께 불안을 끼쳐드리고 방첩사 대원들에게 계엄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킨 책임자로서 역사의 진실을 밝힌다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방첩사가 계엄의 주체라는 편견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사령관으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사죄의 길은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크게 후회하고 있다"며 "계엄 선포 후 상황에서 저의 판단과 행동이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으며, 저의 행위에 상응하는 온전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30일 다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을 언급하며 "국민과 재판부의 뜻이 무엇인지 새삼 느끼게 됐다.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한편 증인신문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다만 "계엄 선포를 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 가운데 직업 군인으로서 무턱대고 옷을 벗겠다고 하는 것도 당시에는 판단하기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재판부가 계엄에 사전 동조하거나 준비한 바가 없다는 저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현명하게 판단해주시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는 "국군 통수권자의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로 수많은 군인의 수십 년 충성과 헌신이 물거품이 된 현실이 너무나 참담하다"면서 "군인으로서 명령에 따랐으되 신중하고 현명하게 행동한 당시 제 부하들, 방첩사 요원들의 선처를 다시 한번 호소하면서 사령관인 저에게 책임이 있다면 모두 물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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