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레이더, 中 미사일도 추적한다

[정욱식 칼럼]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할 방법은 없다

중국의 사드 반발, 어떻게 무마할 것인가?

한국의 최대 숙제로 떠오른 문제이다. 정부도, 여야도, 언론도, 하다못해 남경필 지사와 같은 지방자치단체장까지도 이 숙제를 풀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나는 이미 이게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박근혜, 중-러 설득? 미션 임파서블!)

중국 설득은 사드 배치의 주체이자 통제권을 갖고 있는 미국조차도 실패한 사안이다. 사드에 대해 미국보다 잘 알 수도 없고 통제권도 없는 한국이 중국을 설득한다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인 것이다. 더구나 미국의 논리는 중국을 설득하기에 역부족이다. (☞관련 기사 : '사드' 美 고위 관료, 사흘간의 비밀 행적)

사드와 중국과의 관계에서 핵심 포인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레이더이다. 성주에 배치될 예정인 X-밴드 레이더(AN/TPY-2)가 중국의 탄도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느냐의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미군 자료에 따르면 이 레이더의 탐지 범위는 "1000킬로미터 이상"이고, 미국과학자협회는 "최대 2000킬로미터에 달한다"고 분석한다.

그런데 이 레이더가 중국의 탄도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느냐의 논란은 부질없는 것이다. 어떤 미사일이든 이 레이더의 탐지 범위 안에 들어오면 북한 것, 중국 것, 러시아 것 가릴 것 없이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레이더라는 '기계'는 미사일의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 중국 미사일로 식별되더라도 레이더가 자동적으로 꺼질 리도 없다. 이로 인해 중국을 설득하기란 적어도 과학적으로는 불가능하다.

300 대 1 그리고 사드

7000개 대 260개. 미국과 중국의 핵무기 보유량의 차이다. 여기에 핵무기의 폭발력, 실전 배치 여부, 핵무기 운반 수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미-중 간의 핵전력 차이는 300 대 1이 족히 넘는다. 미국은 7000개 가운데 1930개를 실전 배치 해놓고 있는 반면에, 중국은 대부분의 핵탄두를 운반체와 분리해 따로 보관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는 건 중국이 왜 그토록 한국 내 사드 배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안 그래도 핵 전력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의 제한적인 보복 능력마저 무력화시킬 수 있는 미사일 방어 체제(MD)를 갖게 되면, 전략적 균형이 와해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중국 핵전략의 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최소 억제'다. 핵무기가 품고 있는 가공할 폭발력이면 적은 양으로도 미국이나 러시아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기한 것처럼, 핵무기 보유량을 크게 늘리지 않고 있다.

또 하나는 '핵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정책이다. 중국은 상대방이 먼저 핵무기로 공격하지 않는 한, 선제 핵 공격을 가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핵 보유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채택해놓고 있다. 다른 핵 보유국과는 달리 핵탄두를 미사일에서 분리해 따로 보관해온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사드를 비롯한 미국 주도의 MD는 이 두 가지를 송두리째 뒤흔들게 된다. 모든 핵 보유국은 2차 공격 능력 유지를 핵전략의 근간으로 삼아왔다. 적대국의 선제 공격으로 자신의 핵전력의 일부가 파괴되어도 여분을 가지고 보복할 수 있다면 상대방의 선제 공격을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이 상황에서 어느 일방이 상대방의 보복 능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패를 갖게 되면 어떻게 될까? 좀 더 실감나게 설명하면 이렇다. 유사시 미국이 선제 공격으로 중국의 핵전력 3분의 2를 파괴했다고 가정해보자. 당연히 중국은 나머지 3분의 1로 보복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이를 막을 수 있는 MD를 갖게 되면 이마저도 무력화될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선제 공격과 유사시 완패의 두려움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중국이 대응하는 방법이 있다. 최소 억제를 풀고 대량의 핵무기 증강의 나서는 것이다. 또 핵 선제 불사용 정책도 철회해 미국처럼 '경보 즉시 발사' 태세로 전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엔 고민이 뒤따른다. 중국은 소련이 망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미국과 군비 경쟁을 벌여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것에서 찾고 있다. 또한 대대적인 핵 군비 증강에 나서면 '중국 위협론'은 더욱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한국 내 사드 배치의 의미

그렇다면, 한국 내 사드 배치는 미중 간의 전략 게임에 어떤 함의를 지니고 있을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레이더는 미사일의 국적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중국의 탄도 미사일이 레이더의 탐지 범위를 지나가면 탐지, 추적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레이더에서 수집된 탄도 미사일 탐지 추적 식별 정보는 '데이터 링크-16'에 의해 실시간으로 이지스함, 다른 사드 포대, 패트리어트, 미국 본토 방어용인 지상 기반 요격 체제(GMD)에 전달된다. 이게 바로 미국이 강조하는 "통합 MD"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조기 탐지 및 다층 방어에 큰 이점을 얻게 된다. 오키나와로 향하는 탄도 미사일은 이지스함에서 1차 요격을, 패트리어트 부대에서 2차 요격을 시도할 수 있다. 괌으로 향하는 탄도 미사일도 이지스함이 1차로, 괌에 배치된 사드 포대가 2차로 시도할 수 있다.

특히 한국 내 사드 배치는 이른바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중국의 '둥펑-21D'과 직결된 문제이다. 중국은 동아시아 유사시 미국의 항모 전단이 자신의 근해로 진입하는 것을 억제하는 '반접근 전략'에 몰두하고 있다. '둥펑-21D'는 그 핵심에 해당된다. 그런데 미국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면 '항모 킬러'의 억제력이 반감될 수 있다. 레이더로부터 중국의 탄도미사일 정보를 전달받은 이지스함이 요격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본토도 마찬가지이다. 미-일 동맹은 최근 ICBM(대륙 간 탄도 미사일) 요격도 가능하다는 신형 SM-3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게 전력화되면 미국은 태평양에서 이지스함에 탑재된 신형 SM-3로 1차 요격을, 미국 서부와 알래스카에 배치된 GMD로 2차 요격을 시도할 수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그것은 한국과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본다면, 한국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중국의 대미 억제력은 총체적인 난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주한 미군과 주일 미군은 물론이고 미국 증원 전력과 미국 본토에 대한 억제력도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 내 사드 배치를 양해해 달라고 아무리 중국을 설득해도 소용없다. 오히려 중국은 여러 차례 경고한 것처럼 "필요하고도 단호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다.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다양한 압력 수단을 동원해서 배치 결정을 철회토록 시도할 것이고, 그래도 배치가 강행되면 군사적 대응책 강구에 나설 것이다. 그 핵심은 러시아와의 전략 무기 협력이 될 것이다.

이제 한국은 갈림길에 서게 됐다. 하나의, 그리고 지금 가려는 길은 북핵 대처에 별다른 실효성도 없는 사드 배치를 강행해 중국과 러시아를 적대국으로 돌리는 것이다. 또 하나의, 그러나 반드시 가야 할 길은 사드 배치를 철회하거나 최소한 재검토하면서 '다른 수단에 의한 안보'를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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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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