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언론에서 거론되었던, 평택, 음성, 원주 등은 유사시 북한의 장사정포 및 신형 방사포, 그리고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의 공격으로 인해 사드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배제되었다고 한다. 반면 경북 칠곡은 북한의 전술 사거리 이남에 있다. 또 <동아일보>는 사드 칠곡 배치의 의미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칠곡 지역과 인근의 대구는 주한 미군의 핵심 병참 기지가 몰려 있는 곳이다. 칠곡군 왜관읍의 미군 기지(캠프 캐럴)와 대구 미군 기지에는 막대한 양의 전쟁 물자와 전투 장비가 비축돼 있다.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 전력의 핵심 통로인 부산항 및 김해공항과의 거리는 110킬로미터 정도여서 사드가 보호할 수 있는 최대 사거리(약 200킬로미터) 안에 포함된다. 칠곡에 사드가 배치되면 경기 평택과 오산, 전북 군산의 미군 기지, 충남 계룡대도 북한의 핵 공격 위협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다."
칠곡 배치 시 주한 미군의 병참 허브인 대구-칠곡 및 미군의 증원 전력이 전개되는 부산권은 '이론적으로는' 방어 지역이 될 수 있다(이론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설명은 다음 글에서 다루기로 한다). 하지만 평택 기지(캠프 험프리), 오산 공군 기지, 계룡대, 군산 공군 기지도 방어 지역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건 '이론적으로도' 불가능해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칠곡에서 캠프 험프리 및 오산 공군 기지까지는 약 170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동아일보>를 비롯한 대다수 언론은 사드 요격 미사일의 사거리가 200킬로미터라는 점을 들어 이들 기지가 방어 대상이라고 보도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200킬로미터는 최대 사거리이지 유효 사거리가 아니다. 요격 고도가 높아질수록 평면상의 사거리도 짧아진다. 가령 사드의 최대 요격 고도가 150킬로미터라는 점까지 포함해서 계산하면, 고도 100킬로미터에서 요격 시도 시 평면상의 방어 지역은 200킬로미터가 아니라 최대 사거리를 적용해도 150킬로미터 정도로 축소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 캠프 험프리나 오산 기지를 겨냥한 북한의 탄도 미사일은 북쪽에서 날아온다. 이러한 기본적인 상식은 두 가지 현실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하나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이 사드의 최소 요격 고도인 40킬로미터에 도달하는 위치는 이들 기지로 떨어지기 한참 북쪽에서 형성되고 그 이후에는 저고도로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 미사일의 평택 및 오산 기지 진입 시에는 40킬로미터에 훨씬 못 미칠 공산이 크다.
또 하나는 칠곡과 평택권은 거의 수평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측면에서 요격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직격탄 방식의 사드는 목표물과 정면으로 충돌할 때 그나마 요격 성공을 기대해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측면 요격은 성공 가능성이 더더욱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칠곡과 측면으로 약 110킬로미터 떨어진 계룡대, 160킬로미터 떨어진 군산 기지에도 적용할 수 있다. 상당수 언론이 이러한 특성들을 무시한 채, 사드 반경 200킬로미터 내는 모두 방어 지역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다.
더구나 사드가 칠곡에 배치되면 2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수도권은 아예 방어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사드가 서울 방어에 도움이 된다고 얘기한 적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아마도 칠곡에 사드 배치가 공식 발표되면 정부와 상당수 언론은 수도권과 전남·제주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북한의 핵 공격으로부터 안전해지게 되었다는 주장을 펼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지역의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고조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여론에 편승해 한미 군 당국과 일부 언론은 제2의 사드 포대 도입이나 패트리어트의 증강, 심지어는 이지스함에 장착하는 SM-3 미사일의 도입 필요성을 제기할 것이다. '사드를 비롯한 미사일 방어 체제(MD)는 끊임없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지적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절대 안보'가 아니라 '절대 불안'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칠곡이든 어디든, 사드 배치를 반드시 막아야 할 까닭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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