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쏜 총에 흑인 사망…美 흑인사회 분노

경찰 과잉 진압 또다시 도마위에 올라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총격으로 흑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미 흑인 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과잉 대응을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인종 차별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5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주도인 배턴 루시의 한 편의점 바깥에서 CD를 팔고 있던 흑인 남성 앨턴 스털링은 경찰 2명에게 제압을 당하던 중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경찰은 스털링이 CD를 사려던 고객을 총으로 위협한다는 신고 전화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경관 2명은 편의점 밖에서 CD를 판매하던 스털링을 발견, 곧바로 체포에 돌입했다.

근방을 지나던 행인이 당시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에 따르면 경찰이 '땅바닥에 엎드리라'고 두 차례 경고 이후 경관들은 스털링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이후 누군가가 "스털링에게 총이 있다"는 소리가 들렸고 총성과 고함이 오간 끝에 가슴과 허리에 총을 맞은 스털링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편의점 주인이었던 압둘라 무플라히는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을 언론에 공개하며, 스털링이 경찰과 마주쳤을 때 총을 들고 있는 것을 보지 못했고, 스털링을 제압하던 한 경관이 총격 이후 스털링의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 그는 스털링이 총에 맞았을 당시 그의 손이 권총 근처로 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 사고가 일어난 편의점 주인 압둘라 무플라히가 찍어서 언론에 공개한 영상. 스털링(아래, 빨간색 상의)이 경찰에 제압당해 누워있고 경찰관은 그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무플라히는 당시 스털링이 경찰에 제압당한 이후 "내가 무엇을 잘못했느냐"라면서 되물었다고 전했다.

이에 경찰이 과잉 진압을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흑인 사회를 중심으로 또다시 발생한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미국 내 흑인 단체인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코넬 브룩스 대표는 "사건 동영상을 지켜보기가 참 힘들지만 이를 무시하긴 더욱 어렵다"면서 경찰의 진압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흑인 인권운동가인 고(故)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막내딸 버니 킹은 본인의 트위터에 "스털링의 이름과 마지막 숨소리가 경찰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놓기를 바란다"면서 경찰의 과잉 진압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털링의 가족과 지인들을 비롯한 수백 명의 사람들은 6일 사건이 발생한 편의점 앞에서 밤샘 집회를 열며 경찰의 과잉 진압을 규탄했다. 이들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6일 배턴 루지에서 시민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존 벨 에드워즈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주민들에게 침착한 대응을 촉구하면서 "이번 사건을 철저하고 공명정대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 백인 경관이 쏜 총에 흑인이 사망하는 사건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14년 8월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10대 흑인 청년인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관의 총격으로 사망했고 2015년 4월에도 흑인 월터 스콧이 백인 경관의 총격으로 사망한 바 있다. 여전히 인종차별적인 수사 및 체포 관행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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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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