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사드로 대한민국 두동강 내다

엿새간 사드 관련 '폭풍 결정'…민심 곪을 때까지 기다렸나?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강행하면서, 국론 분열과 극도의 혼란을 스스로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2년 동안 군불만 지피던 정부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오락가락하는 모습만 보여 왔다. 결정 과정은 전격적이었으며, 부지 선정도 일방적이었다. 경북 성주 군민들은 "일언반구도 없다가 갑자기 날벼락을 맞았다"고 표현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사드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 2014년 6월이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당시 한미연합사령관이 한국국방연구원 초청 강연회에서 "사드의 한국 전개를 요청했다"고 밝히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이 발언은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국방부는 그해 10월 1일 "사드 배치를 미국 측과 협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사드 제작사인 미국 록히드마틴 관계자가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밝히면서 '숨바꼭질'이 시작됐다.

불을 지핀 것은 새누리당이었다. 유승민 의원은 원내대표에 당선되기 전인 2014년 11월부터 "북한 핵미사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영토를 보호하기 위해 사드 요격 미사일이 하루속히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유 의원은 2015년 2월 2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당선된다. 여당 원내대표가 된 상황에서 나온 사드 배치 발언은 그 무게감 자체가 다른 것이었다. 아무래도 국회 국방위에서 오래 활동한 유 의원이 국방부와 미 당국간 움직임을 정확히 감지하고 공론화에 나섰을 것으로 추측된다.

사드 문제는 단숨에 과반 집권 여당의 대표가 제안하는 주요 이슈가 돼 버렸다. 주변국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2015년 3월 11일, 사드 문제와 관련해서는 '3No(요청·협의·결정 없음)' 입장임을 재확인했다. 유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4월 1일 사드 의원총회까지 예고하며, 국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친박 핵심인 윤상현 의원 등이 공론화 자체가 불필요하다며 반박했으나 소용없었다.

중국이 나서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상황까지 전개되면서, 사드는 배치 결정 1년 전부터 동북아 정세를 소용돌이로 몰아 넣게 된다. 그런데 사드가 왜 필요한지,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 정부는 단 한마디도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었다.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사드 문제는 '핵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느냐', 즉 실효성이 있느냐 여부를 떠나 정치권에서 '만능 방패'처럼 인식되기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1월 13일 사드 배치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사드 배치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로 변하기 시작됐다. 이 시점부터 사드 논란은 실무적인 부분으로 옮겨갔다. 동북아 정세의 격변은 기정사실화됐고, 남은 문제는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지,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유해성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등의 여부였다. 국내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철저히 사드 배치 협의 상황을 감춰왔다. 배치 부지에 대한 조사 역시 극비리에 이뤄졌다. 배치 지역 주민들이 뒤통수를 맞았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환경영향평가도 미군의 자료만 믿은 채 생략해버릴 기세다.

2년간 감춰졌던 사드 배치의 실무적 결정 사안은 지난 8일 사드 배치 결정 발표 이후 약 엿새간 봇물 터지듯 발표됐다. 이 엿새 동안, 사드 배치 지역이 결정됐고, 사드 전자파에 대한 조사가 예정돼 있지 않은 상황이 드러났으며, 국회 비준도, 국무회의도 필요없다는 정부의 입장이 나왔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와 결정 사항이 일방적으로 제공됐다. 물론 이같은 정보라는 것은 대부분 국방부의 주장으로 이뤄져 있다. 보수 언론은 '전자파 괴담'을 신문 1면에 싣는 등 '사드에 반대하는 사람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 수준으로 몰아 가기 시작했다.

사드 배치 지역 주민들과 협의는 전혀 없었다. 일방적으로 조사하고 통보했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 부지 결정 발표 2시간 전에 경북 성주로 '설명단'을 파견하는 기행을 보였다. 누가 보더라도 요식행위요, '꼼수'였다. 심지어 국방부는 사드 배치 발표를 취소한다고 했다가, 그대로 진행하기로 하는 등 아마추어적인 모습마저 보였다. 사드 배치 문제를 밀실 논의를 통해, 얼마나 궁색하게 처리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어차피 알게 될 일인데 왜 이토록 관련 사안을 숨기면서, 정부 스스로 국론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한민국의 안보와 북한의 도발에 관련된 사항에서는 우리가 흔들리지 않고 하나로 단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국민 여러분께서는 정부를 믿고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단합'을 해하는 게 누구인지, 정부를 왜 믿고 적극적인 지지를 보낼 수 없는지는, 정부가 더 잘 알 것으로 보인다. 민심이 곪을 때까지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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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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