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드, 중국의 타격 목표될 가능성 높다"

[정세현의 정세토크]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대담 <1>

북한의 추가 핵실험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중국의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인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학교 교수의 대담을 마련했다.
정 전 장관과 진 교수는 북한의 5차 핵실험 가능성과 한반도 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 북핵을 둘러싼 향후 동북아 정세 전망 등에 대해 두 시간에 걸쳐 의견을 나눴다.
우선 북한이 당 대회를 전후해 5차 핵실험을 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실험을 3번이나 실패했기 때문에 핵 실험을 성공시켜서라도 체면을 유지해야 할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진 교수는 "북한의 무사단 미사일 발사가 실패한 상황에서 핵탄두의 소형화만 가지고 핵과 미사일 능력을 홍보하는 것은 그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국내 정치 이벤트용으로 핵실험 카드를 쓰기에는 이른바 '약발'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미·중 갈등의 현안인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진 교수는 "한국은 사드 문제로 중국을 압박해 중국이 북한에 대해 보다 강력한 압력을 가해줄 것을 바라는 것 같다"면서 "그런데 미국은 실제 배치를 고려하며 타이밍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드 배치에 대한 한미 양국의 인식차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드 문제는 결국 미국과 중국 간의 문제"라며 "미국은 사드를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미사일 발사 실험이 성공했다면 사드 도입의 절박성을 홍보하기 좋은데, 실패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사드를 도입하는 데 명분이 약해지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된다면? 진 교수는 "정말 배치된다면 중국은 유사시 사드에 대비해 타격 능력을 갖추려고 할 것"이라며 "중국 군에서는 중국과 미국의 갈등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충돌로 치달으면 미국의 사드부터 공격해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중국 역할론'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북한이 핵을 가지고 보장받으려는 것은 미국의 대북 군사적 적대 행위 중지 또는 포기다. 그런데 왜 이것을 중국이 책임져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1990년대 초반에 불거진 북핵 위기가 확산되어 온 배경으로 미국의 합의 불이행을 지적하며 "미국이 책임을 중국에 돌리는 것은, 북핵 문제를 풀려는 태도가 아니다. 중국의 부담을 키워서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강화시키는 하나의 빌미로 북핵을 쓰고 있는 것이다. 무책임한 태도"라고 일갈했다.
진 교수도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라는 것이 말로 설득하라는 것이 아니라 힘으로 굴복시키라는 건데 이건 오판이다. 미국과 한국은 이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건 희망적인 사고"라고 말했다.
한편 5월 6일부터 열리는 북한의 7차 당 대회와 관련, 정 전 장관과 진 교수 모두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문제이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자신만의 '브랜드'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4차 핵실험과 로켓 발사로 인해 조성된 대북 제재 국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진 교수는 "중국에서는 올해 경제 사회 발전 계획인 13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계획의 일환으로 북한의 인프라 건설, 경제협력 등이 예정돼있었는데, 4차 핵실험의 제재 국면에서 다 날아갔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당분간 북한이 경제적인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진 교수는 "지금 중국 입장에서 북한과 경제 협력을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동력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북한과 교류협력이 완전히 닫힌다든지,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간다면 중국의 동북 진흥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당분간은 어렵겠지만 결국은 북한과 교류 협력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대담은 지난 4월 30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두 차례에 나누어 소개한다.

▲ 왼쪽부터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 ⓒ정기훈

프레시안 : 최근 한국을 포함해 한반도의 주변 국가들이 북한의 핵실험 준비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북한이 실제로 5차 핵실험을 감행할까요? 북한이 핵실험을 실행한다면 북핵을 둘러싼 국면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정세현 : 일단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실험을 3번이나 실패했기 때문에 핵 실험을 성공시켜서라도 체면을 유지해야 할 필요는 있을 겁니다.

미사일은 공중에 쏘니까 성공, 실패 여부가 금방 드러납니다. 그런데 핵실험은 지하에서 성공했다고 주장하면 그걸로 끝날 가능성이 많습니다. 물론 지진파의 크기를 가지고 위력적인 핵폭탄이 만들어졌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5차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홍보를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당 대회 전에 실행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북한은 4차 핵실험까지 'Nuclear Explosion Device', 즉 '핵 폭파 장치' 폭파 시험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9일 핵탄두를 경량화했다고 보여주면서 실험을 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소위 'Nuclear Bomb Test', 즉 핵 탄두를 실제로 터뜨리는 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술적인 측면에서 핵보유국에 더욱 가까워진 것으로 봐야겠죠.

이렇게 되면 북한에 대한 제재 문제가 다시 거론될 겁니다. 그런데 4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도 실질적으로 별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했다고 해서 더 강도 높은 대북제재가 실행될 수 있겠습니까?

최근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북핵을 구실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시도하려 한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핵 실험이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제재에 협조할지 의문입니다.

프레시안 : 이번에 중국이 주최한 '아시아 교류·신뢰구축회의'(CICA)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력한 경고를 했습니다.

정세현 : 사전에 강력한 경고를 하는 이유는 북한의 핵 실험이 미국의 대북 압박을 정당화시켜주는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막상 실험을 한 뒤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할지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진징이 : 북한의 목적은 핵무기를 소형화해서 이를 미사일에 탑재, 발사에 성공하는 것입니다. 7차 당 대회 개막에 앞서 이를 선전하기 위해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감행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발사가 세 번이나 실패하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사일 발사가 성공했다면 탄두를 소형화해서 미사일에 탑재했다고 선전했을 텐데, 미사일이 실패한 상황에서 핵탄두의 소형화만 가지고 핵과 미사일 능력을 홍보하는 것은 그 효과가 미미할 수 있습니다. 물론 김정은이 내친 김에 핵 실험을 강행할 수 있겠지만, 국내 정치의 이벤트용으로는 약발이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한 시각에서 북한이 뭔가 하겠다고 소리쳤을 때 하지 않은 적도 있었습니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도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는 것처럼 떠들었지만 결국 실행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보기엔 지금 북한도 확실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사일 발사가 확실히 성공했으면 모르겠지만, 실패로 드러났으니까요.

여기에 5차 핵실험에 대한 한미일의 강한 경고, 중국과 러시아의 경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경고 등이 북한에 상당한 압박이 되고 있습니다. 만약 강행한다면 북한으로서는 차원이 다른 제재 국면을 맞이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7차 당 대회는 폐막된 이후부터 당장 목표 실현에 큰 차질이 생길 것입니다.

정세현 : 실패했는데도 연달아 쏘는 것을 보면 김정은의 성격과 관련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화가 난 것이죠. 김정은이 화를 내면 밑에 있는 사람들이 거기다 대고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으니까 차분히 확인해보고, 확실할 때 하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감히 할 수 있겠습니까? 하루에 두 번 실패했다는 것은 그런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프레시안 :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하게 되면 미국은 제재를 강화할 것 같은데, 이게 한반도 지역 질서에 변화를 가져오지 않겠습니까? 5차 핵실험 이후의 남북관계나 중미 관계에는 질적인 변화가 있을까요?

정세현 : 막상 제재 국면으로 들어가면 중국이 오히려 대화 쪽으로 풀어나가려고 하지 않겠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중국은 지난 안보리 결의안 2270호에 합의할 때도 거의 두 달 정도 시간을 끌었습니다. 결의안 통과 직전에는 러시아가 끼어들면서 제재안을 검토해야겠다고 했고요.

중국과 러시아 쪽에서 '제재로 북핵 문제를 없애는 데 한계가 있지 않느냐, 역대 최강이라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도 효과 없지 않느냐, 결국 대화밖에 없지 않느냐'라는 식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 지난 4월 29일(현지 시각) 베이징에서 회담을 가진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AP=연합뉴스

더군다나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5차 핵실험 이후에도 제재보다는 대화 재개 쪽으로의 모멘텀이 형성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핑계로 자국의 군사력은 강화시키고, 중국의 외교력과 군사력을 약화시키는 기회로 삼으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강력한 대북 제재를 추진하려고 할 것입니다. 강력한 대북 제재의 핵심은 '세컨더리 보이콧'입니다.

그런데 이건 결국 중국 기업을 힘들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국이 여기에 동참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그럼 결국 소리만 요란하고, 실제 신통한 제재가 나오기는 힘들어집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북한과 중국의 최고 지도자간의 만남도 없었습니다. 여기에 4차 핵실험으로 북중 관계가 악화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하면 중국이 지난 1961년 맺은 '조중 우호협력 상호원조조약'을 무효로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는데요.

진징이 : 조약에는 어느 한 나라가 침략을 받으면 상대국에 즉각 군사적 원조와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이 조약이 올해 55주년을 맞았습니다.

지난 13일 구영혁 북한 선양 총영사도 이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올해가 조약 체결 55주년이고, 조중 우호 관계를 계속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경제 협력 이야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중북 관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서 이 조약은 실질적인 의미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해졌습니다. 이것을 파기한다는 것은 중국이 판을 깨겠다는 것인데 그렇게까지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 이 조약은 북한과 관련 국가들을 견제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전략적 의의와 가치가 있기에 폐기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고 봅니다.

정세현 : 중국이 해당 조약을 깬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습니다. 오히려 북한의 반발만 사게 돼서 사고 치게 만들고, 그러면 미국이 대중 압박을 강하게 추진하는 요인을 제공하게 되는 겁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정기훈

또 러시아와 북한, 중국과 북한은 동맹의 성격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북중 동맹에는 제3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자동으로 개입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습니다. 북러 동맹에는 즉각 협의하도록 돼 있습니다. 중국이 러시아(당시 소련)와는 달리 자동 개입을 보장하고 조약의 효력 시점을 설정하지 않은 것은 6.25 참전의 경험 때문이었다고 봅니다.

프레시안 :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집권 이후 북한에서 벌어진 3, 4차 핵실험에 대해 중국 정부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까?

진징이 : 4차 핵실험을 하면서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중국 책임론을 내놓았는데, 여기에 대해 중국이 상당히 불쾌하게 반응했습니다. 중국이 북핵 문제의 발단이 아니라고도 말했는데요. 중국 정부가 그전에는 이런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습니다.

중국의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가 북한이 로켓을 쏘기 전인 2월 초 북한을 방문해서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우다웨이의 방북 당일인 2일, 북한은 국제기구에 지구관측용 위성 발사를 통보했습니다. 사실상 중국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신호였습니다. 중국에서 상당히 불쾌할 만한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이 그 후의 중국 입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중국은 여전히 제재만 가지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왕이 부장이 지난해 9.19 기념 행사 당시 조어대에서 평화협정과 핵 포기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에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다면 중국은 동참할 제재에는 동참하겠지만, 더더욱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봅니다.

미국, 사드 배치 '타이밍' 보고 있다

프레시안 : 북한이 지난 2월 7일 로켓을 발사한 직후 한국에서는 미국과 사드 도입을 논의하겠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현재 박근혜 정부를 비롯해 한국 내부에는 한국이 사드로 중국을 밀어붙이면,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중국이 더 열심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그래서 5차 핵실험을 하면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가시화될 수도 있는데요.

진징이 : 사드 도입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시각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한국은 사드 문제로 중국을 압박해 중국이 북한에 대해 보다 강력한 압력을 가해줄 것을 바라는 것 같습니다. 사드를 중국을 압박하는 하나의 카드로 이용하려는 측면이 있는 것입니다.

▲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정기훈

그런데 미국은 그런 측면보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접근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 배치를 고려하며 타이밍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사드를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입니다. 사드 문제는 결국 미국과 중국 간의 문제입니다. 중국과 미국의 전략이 한반도에서 부딪히며 생겨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남북 관계, 중미 관계가 대결로 치닫고 북핵 문제가 정세를 지속적으로 악화시키면 한미에 의해 사드 배치가 강행될 수 있습니다.

정세현 : 그런데 핵탄두 폭파 시험 성공과 미사일 발사 시험 성공은 차원이 다릅니다. 미사일 발사 실험이 성공했다면 사드 도입의 절박성을 홍보하기 좋은데, 실패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사드를 도입하는 데 명분이 약해지는 측면도 있습니다.

프레시안 : 중국에서는 미국이 결국 사드를 배치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씀하셨는데, 실제 배치된다면 중국과 미국 간에 군비 경쟁이 심해지지 않을까요? 여기에 대해 중국에서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습니까?

진징이 :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무엇보다 역내 전략적 균형이 파괴됩니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탄도미사일이 무력화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동북, 화북 지역과 같은 중국의 심장 지역이 미국의 감시망에 들어갑니다. 중국이 결사 반대하는 이유지요.

그래서 만약 정말 배치한다면 중국은 유사시 사드에 대비해 타격 능력을 갖추려고 할 것입니다. 중국 군에서는 중국과 미국의 갈등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충돌로 치달으면 미국의 사드부터 공격해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프레시안 : 만약 중국과 미국 사이에 실제 물리적인 충돌이 벌어진다면 한반도가 1차 전장이 될 수 있을까요?

진징이 : 만약 충돌이 생긴다고 하면 일단 사드가 공격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겠지요. 그러면 한반도가 또다시 전장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중국과 미국은 현재 중국의 남해, 동해, 대만해협, 황해(한반도) 등 중국의 주변 여러 곳에서 갈등 태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남해에서는 무력 충돌 가능성까지 거론됩니다. 그렇지만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 한반도에서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미국이 중국 주변에서 직접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렇지만 만에 하나 중국 주변에 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한다는 측면에서는 확실히 미국에 유리할 것입니다.

다른 시각에서 볼 때 냉전이 종식된 이후 세계 여러 곳에서 벌어진 국지전에는 거의 모두 미국의 그림자가 있습니다. 미국이 전쟁에 개입하는 이유는 단 하나, 미국의 국가이익과 국가전략 때문입니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확실하게 견제하는 전략을 편다면 중국 주변에 혼란이 생기거나 국지전이 나는 것이 이로울 수 있습니다. 중국으로서는 악몽이지요. 그러기에 중국이 한반도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이 바로 전쟁이나 혼란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 왼쪽부터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 ⓒ정기훈

프레시안 : 일부에서는 중국이 북한을 좀 더 압박해서 핵무기를 포기하게 만들어야 사드 배치와 같은 군사적 행동을 막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래서 미국이 사드를 거론하는 것이 실제 배치를 할 의도 아니라, '중국 역할론'을 더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정세현 : 북한이 핵을 가지고 보장받으려는 것은 미국의 대북 군사적 적대 행위 중지 또는 포기입니다. 그런데 왜 이것을 중국이 책임져야 합니까?

북한은 1990년대 초 1차 북핵 위기 당시 클린턴 정부를 상대로 협상할 때부터 미국과 수교를 요구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이러한 요구가 터무니없는 이야기고, 그래서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서 북핵 문제를 풀라는 건데, 이런 식으로 중국의 책임론을 제기한 미국의 소위 '국제정치관'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미국은 세계 2차 대전 이후 큰 나라가 작은 나라에게 명령하면 작은 나라는 이걸 곧이곧대로 들어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정치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작은 나라를 찍어 누르는 외교는 안하지 않습니까? 도올 김용옥 교수가 <한겨레 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미국은 '혹독한' 제국이고, 중국은 상대적으로 '관대한' 제국이라는 표현을 썼던데, 그런 측면도 있고요.

이러한 관념 외에도, 실제 합의 이행이 제대로 2되지 않는 데는 미국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습니다. 일례로 2005년 9.19 공동성명 채택 직후 미국 재무부가 방코델타아시아(BDA)를 제재하면서 9.19가 위기를 맞지 않았습니까?

미국이 합의 이행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는데도 이건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중국에 돌리는 것은 북핵 문제를 풀려는 태도가 아닙니다. 미국은 중국의 부담을 키워서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강화시키는 하나의 빌미로 북핵을 쓰고 있는 겁니다.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진징이 : 19세기 대원군 집권 시기 서구에서는 청나라와 조선의 관계를 식민지와 피식민지의 관계로 인식했습니다. 당대에 와서는 북중 관계를 한미동맹과 같은 동맹 관계로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인식의 차이가 있지요. 그런데 중국과 북한은 사실 엄격한 의미에서 동맹도 아니고, 정상적 국가 관계도 아닌 애매한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시진핑 체제에 들어서면서 북한과 정상적인 국가관계를 표방하지만 실제 지난 시기에 있었던 전통적 관습은 아직도 관성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평양에 갔을 때 북한은 중국과 관계 개선이 이뤄졌다고 판단, 예전으로 돌아가자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 관성이 양국이 갈등을 빚는 중요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냉전 시기에도 중국은 북한을 좌지우지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더더욱 그러합니다.

정세현 : 한미 동맹과 북중 동맹은 질적으로 다릅니다. 한미 동맹은 주종관계이지만, 북한과 중국은 사실상 대등한 관계입니다. 이건 중국 외교의 특징과도 관련돼 있는 겁니다. 사고를 치는 북한을 엄히 다스리지 않는 중국적인 모습이죠.

한미 동맹과 북중 동맹이 다른데도 미국은 자기들이 2차대전 이후 동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을 좌지우지했던 식으로 중국도 북한과 동맹 관계에 있으니까 북한을 맘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중국 책임론을 내놓은 겁니다. 그런데 이건 완전 번지수 잘못 찾은 격입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정기훈
중국과 소련의 분쟁이 한창이던 시절, 북한은 큰 나라한테 굴복하는 식으로 끌려다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작은 나라인 북한이 큰 나라인 중국과 소련을 조정하면서 받아낼 것은 받아내고 할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중소 분쟁의 틈바구니에서 북한이 외교적으로 큰 나라들을 다루는 기술을 보인 것인데, 북한은 지금의 미중 관계에서도 이러한 식의 기술을 써먹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들이 얼마든지 양국의 틈새를 잘 파고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때로는 중국의 힘을 이용해서 미국을 견제하고, 또 어떤 때는 미국의 힘을 빌려서 중국을 견제한다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김일성이 생전에 즐겨 쓴 말에 이 세상에 크고 작은 나라는 있지만, 높고 낮은 나라는 없다고 했습니다. 이런 철학이 머릿속에 들어가 있으니까 자기들이 강성대국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중국에 대해서도 할 말을 다 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에 북한을 무릎 꿇리고 핵을 포기하게 만들라고 주문하는 것이 말이 안 됩니다.

진징이 :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라는 것이 말로 설득하라는 것이 아니라 힘으로 굴복시키라는 건데 이건 오판입니다. 미국과 한국은 이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건 희망적인 사고입니다.

CICA에서 나온 시진핑 연설 내용을 한국 매체가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봤습니다. 제목만 보면 중국이 북한에 상당히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오해할 정도였습니다. 중국에서 당장 북한에 대해 엄청난 제재와 압박을 할 것처럼 기사 제목을 달았더군요.

그런데 중국 매체를 보면 내용이 이전과 다른 게 없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해당 연설에서 북한이라고 꼭 짚어서 말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원론적인 이야기를 다시 한 번 강조한 겁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이런 보도가 나오는 것은 한국의 희망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입장을 더도 덜도 말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정세현 : 유엔 안보리 2270호의 제재 효과에 대해서도 확대, 왜곡 해석들이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박근혜 정부는 해외의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이 탈북한 게 제재 효과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징이 : 탈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대북 제재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북한 당 대회, 김정은 '브랜드' 보여줘야

프레시안 : 이번 북한의 7차 당 대회는 거의 외부 손님이 없이 치러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중국이나 러시아 등 우방국 인사들도 초청하지 않은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정세현 : 이번에 북한이 당 대회를 조촐하게 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 때문에 행사가 쫄아들었다고 분석하는 경우도 있던데 이것은 더더욱 말이 안되고요.

다만 이런 상황에서 이번 당 대회는 김정은 시대의 출범을 알리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의 '브랜드'가 나오는 것이 최대의 목표일 겁니다. 당 대회는 어차피 집안 잔치입니다. 직전 당 대회인 6차 때 외빈이 많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시와 당 대회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중국에서 대규모 사절단이 갈 필요가 있는 행사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1980년은 조선노동당 창건 35주년이었습니다. 성대하게 할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또 김정일 시대의 출범을 알리는 성격이 짙었습니다. 김정일은 1972년 후계자로 결정된 이후 꾸준히 이와 관련한 수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1980년 정치국 서열 4위로 상무위원에 올랐습니다. 결국 1980년 당 대회는 김정일 시대의 선포식이었습니다. 그러니까 118개국의 대표단이 참석한 겁니다.

진징이 : 5차 당 대회 때 중국 대표단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중국은 문화대혁명을 겪으면서 북한과 심한 갈등 관계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때보다 더 최악입니다. 전통적인 북중 관계를 운운하며 중국을 초청할 분위기가 아닐 것입니다.

프레시안 : 북한 체제가 제재 이후로 실질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은 없을까요? 현재 북한의 상황이 당 대회를 치르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정기훈
진징이 :
고난의 행군 때만큼은 아니겠지만, 북한은 분명 지금 어려운 시기에 들어섰습니다. 요즘 당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각 기관이나 학교, 심지어 초등학교 학생들한테까지 재화나 물품을 상납하라는 배당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제재가 심화될수록 북한 사람들의 실제 삶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그런데 고난의 행군 때와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우선은 그때와 달리 지금은 곳곳에 시장이 있고 주민들이 생존법을 터득했습니다. 여기에 북중 국경지대 1300km에서 이루어지는 밀수같은 거래를 당국이 모두 막기가 힘들 것입니다

프레시안 : 북한이 36년 만에 당 대회를 하는 것은 어쨌든 체제가 나름 안정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는데, 중국 내에서는 이를 어떻게 보고 있으신가요?

진징이 : 김정은이 당을 정상화 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동안 당 대회를 돌아보면, 1차와 2차는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이었고, 3차부터 6차에 이르기까지 경제가 중요한 내용으로 다뤄졌습니다.

3차 당 대회에서는 1957~1961년의 인민경제발전 5개년계획, 4차 당 대회에서는 1961~1967년의 인민경제발전 7개년계획, 5차 당 대회에서는 1971~1976년까지의 6개년계획이 논의됐습니다. 6차 당 대회는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를 내놓으면서 실제 내용으로는 80년대 경제건설의 기본과업을 제시, 인민경제 10대 전망목표를 내놓고 80년대 속도를 강조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이전 당 대회에서는 경제가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그 경험을 보면 김정은도 '인민경제 몇 개년 계획' 또는 새로운 경제 시책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 대회로서의 빛깔이 없어지는 겁니다. 지금처럼 병진 노선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보여줘야 하는데, 현재 정세에서 이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어쨌든 김정은은 체제 출범 시 다시는 백성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도 이제는 경제에 달렸습니다. 따라서 당 대회를 치른 후 대화를 통한 국면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프레시안 : 김정은 브랜드의 핵심이 경제에 대한 비전인데, 현재 상태에서 북한이 경제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기댈 수 있는 것은 중국밖에 없지 않은가요? 중국이 여기에 협력할 여지가 있을까요?

진징이 : 중국에서는 올해 경제 사회 발전 계획인 13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됐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동북지방에서는 이 13차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북한의 인프라 건설, 경제협력 등이 예정돼있었는데, 4차 핵실험의 제재 국면에서 다 날아갔습니다.

당초 계획에는 훈춘-나진·선봉, 훈춘-청진 구간 철도 개보수, 지안에서 평양까지의 고속철, 북중 접경 지역에 위치한 통상구 지역 여러 곳에 새로운 다리를 건설한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만 이제 상당부분이 어렵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최근에 나온 동북지역 진흥 관련 중앙 정부의 새 지침에서도 북한과의 경제 협력이 언급되지 않은 것 등을 미루어볼 때 북중 관계가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프레시안 : 이렇게 되면 북한이 당분간은 경제적인 돌파구를 찾기 어렵겠네요?

진징이 : 지금 중국 입장에서 북한과 경제 협력을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동력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계획이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북한과 교류협력이 완전히 닫힌다든지,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간다면 중국의 동북 진흥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당분간은 어려울 수 있지만 결국은 교류협력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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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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