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징역 5년 선고..."헌법 자유, 무제한 아니다"

[현장] 1심 재판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징역 5년형

"피고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한다."

순간 재판정이 아수라장이 됐다. 방청석 앉은 청중들은 삿대질을 하면서 재판정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 법원. 지난해 '민중 총궐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을 선동해 경찰관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한 위원장에게 재판부는 징역 5년형과 벌금 50만 원의 중형을 내렸다.

법원은 검찰이 주장한 대부분 혐의를 인정했다. 앞서 검찰은 한 위원장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구속 기소했고 징역 8년을 구형했다.

선고 직후 한 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듯이 오른팔을 들고는 방청석을 향해 "동지들, 동지들..."을 외쳤지만 이내 법원에 배치된 경력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 나와야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방청객들에게는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진짜 도둑놈들은 안 잡고, 이런 판결은 없습니다. 백남기 씨 중상에 빠지게 한 사람은 안 잡고,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에잇."

▲ 구호를 외치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한법의 자유는 무제한이 아니다"

재판부는 이번 선고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판결이었음을 피력했다. 재판부는 "파업과 투쟁을 왜 해야 하는 지를 두고 피고인(한상균)은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이야기했다"며 "정부가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면서 노동자와 대화를 하지 않기에 그들을 대변하고자 집회를 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한 피고인의 견해는 존중돼야 한다. 지난 11월 민중총궐기에 6만~10만 명의 사람들이 참여한 것을 보면 정부 정책을 반대하고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하지만 법정에서는 법과 질서의 테두리에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피고인의 행위는 그 테두리에서 이야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헌법의 자유는 무제한이 아니고 폭력을 내세우는 집회에서는 인정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정부 정책과 행위가 정의롭지 못하다고 해서 폭력으로 대응한다면 우리 사회의 단일한 법제도는 유지할 길이 없다"며 "이런 모든 사정을 종합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경찰 살수차 운영은 정당했다"

재판부는 11월 14일 민중총궐기 관련해서도 "민주노총 지도자로서 경찰 차벽을 뚫기 위해 미리 알루미늄 사다리를 참가자들에게 나눠줬고, 집회 당시 연설을 통해 폭력 시위를 선동했다"며 "반대로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을 현장 검거하는 대신 차벽 설치 등을 폭력사태 유발을 방지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물대포 사용을 두고도 재판부는 “집회 당시 절차를 지켜서 경찰은 본격살수를 진행했다”며 “당일 일부 시민들은 전 차로를 점거하고, 경찰의 해산 명령에도 경찰 버스에 밧줄을 댕기고 전복 시도했다. 그리고 경찰을 향해 사다리로 폭행을 행사하고 방화를 시도했다"며 경찰의 살수차 운영은 정당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백남기 씨 관련해서 "경찰은 직사할 경우, 시위 참가자 가슴 이하에 겨냥해야 하지만 백남기 씨에게는 가슴 위로 직사한 점, 쓰러진 이후에도 직사 살수한 점. 부상을 입은 그를 후송하려는 시위대, 그리고 응급차에 직사한 점 등은 인정된다“면서 ”이는 의도적이든 조작실수든 위법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하지만 백남기 씨에 대한 진압이 위법하다고 당시 경찰 살수가 위법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이날 서울시내에서 일어난 집단 폭행 상행, 불법 시위는 이를 미리 준비한 피고인에게 큰 책임이 있다"며 "거기에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전 사례가 있는 피고인에게 이번 양형은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다시 민중총궐기 집회 열겠다"

민주노총은 선고 직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정치보복 공안탄압 유죄판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사법부마저 청와대의 손바닥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 판결"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번 판결은 정권을 우러러 민주와 인권, 노동을 짓밟은 판결로 기록될 것이라며 "권력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석방판결을 내릴 수 있는 사법정의를 요구하는 투쟁과 공안탄압, 노동탄압에 맞서 집회시위의 자유, 완전한 노동 3권 쟁취를 위한 투쟁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다시 민중총궐기 집회를 열겠다고도 예고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의 폭압에 맞서 노동개악폐기, 최저임금 1만 원 등 5대 요구 쟁취를 위한 7월 20일 총파업 총력투쟁, 9월 2차 총파업, 11월 20만 민중의 총궐기로 휘청거리는 정권의 마지막 기반을 무너뜨리는 투쟁의 가장 앞자리에 설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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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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