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브렉시트 TF 꾸려…공매도 제한 등 요구

더민주 김종인 "너무 충격적 반응할 것 없어"…2野 대응 '온도차'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 넣은 '브렉시트' 사태와 관련, 정치권의 반응이 다소 온도차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브렉시트란, 영국(브리튼)과 출구(엑시트)의 합성어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을 말한다.

원내 3당(의석수 38석)인 국민의당은 26일 김성식 정책위 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브렉시트 점검 TF'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TF 간사는 공인회계사 출신인 채이배 의원으로, 위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정무위·산업통상자원위 위원들을 중심으로 인선됐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정부에 적극적인 정책 제안을 내놨다. 김 의장은 "추경", "컨틴전시 플랜", "공매도 제한", "외환 건전성 점검" 등 강도 높은 주문을 쏟아냈다.

김 의장은 "영국의 EU 이탈 결정은 국제 금융시장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국민의당은 현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경제가 조속히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브렉시트가 경제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있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국제 경제 환경에 큰 불확실성을 가져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위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정부는 만에 하나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금융 시장 변동성 확대와 (이 변동성이) 실물 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며 "국제 금융 시장에서 달러·엔화 등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로부터 자금이 대규모로 이탈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달러 자금 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지 금융기관별로 면밀히 안정성을 점검하고, 위기상황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긴급사태 대응 계획)'을 미리 준비해 둬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의장은 이어 한국 증시 폭락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시장이 단기간에 과민 반응을 하지 않도록 (정부의) 정책 의지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할 것"이라며 "주가 과잉 하락 등 이상 징후가 있을 경우에 대비해, 공매도 일시적 제한을 포함한 관련 정책을 미리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또 "조선·해운 등 기존 취약 산업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다시 하고, 다른 산업도 점검해야 한다"면서 "더 이상 실업 대책과 서민 경제를 위한 '민생 추가경정예산(추경)'의 편성을 미룰 여유가 없다고 판단한다. 정부는 다음주 발표할 하반기 경제운영계획에서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더민주 '경제 할배' 김종인은 "다음주 지나면 재조정될 것" 긍정 전망

김 의장과 국민의당이 이날 밝힌 입장은, 정부·여당이나 제1야당(원내 2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장보다 훨씬 적극적인 방향이다. 상대적으로 이들에 비해 국민의당이 브렉시트 위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말도 된다.

정부는 여당인 새누리당과 지난 24일 오후 긴급 당정협의를 열고 △브렉시트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하지 않을 것이고 △추경 편성 여부나 그 규모를 브렉시트와 직접 연계해 검토하지 않을 것이며 △단기적으로는 원화 약세와 외국 투자자본 유출 등이 우려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이런 우려가 축소될 것이라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도 같은날 경제 전문가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직접 기자 간담회를 열고 "갑작스레 브렉시트에 직면해서 금융시장이 매우 동요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 같다"면서도 "브렉시트 자체가 경제 실상보다 심리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했다. 김 비대위 대표는 "주말이기 때문에 증권시장이 열리지 않아 다행히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며 "내주 초반에 좀 출렁거리다가 다시 진정될 수 있지 않겠는가. 내주 정도 지나면 재조정될 것"이라고 다소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김 비대위 대표는 브렉시트가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영국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돈이 혹시 완전히 빠져나가거나, 우리 금융시장도 혼란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할 수 있는데, 돈이라는 것이 금방 빠져나가거나 그런 현상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이 EU를 탈퇴했기 때문에, EU와 FTA를 맺고 있는 우리는 FTA 문제를 영국과 따로 해야 하는 그런 과정이 있다"는 정도이지,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발생할 때처럼 그런 충격이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는 것.

김 대표는 나아가 "EU 회원국 중 두 번째 큰 경제(규모의 국가)가 탈퇴해서 EU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세계 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들을 하는데, 앞으로 2년 정도 유예기간을 갖고 조정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오늘 우리가 느끼는 경제적 충격이 지속되리라 보진 않는다"고 전망했다. 그는 "영국 경제가 세계 경제(규모) 5위쯤 되기 때문에 (세계 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칠 거라는 생각들을 하지만, 세계 경제의 8%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이 '잃어버린 20년'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세계 경제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며 "그런 것을 참작하면, 브렉시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영국 경제 상황이 세계 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지나치게 과장된 이야기"라고 단언했다.

그는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막연하게 경제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게 아니라, 실상을 분명하게 관찰해서 국민이 신뢰받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며 "정치권은 이 문제 대해서 충격적으로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고 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총선 선거운동 기간 동안 스스로 '경제 할배'라는 별명을 지어 붙인 바 있다.

다만 그는 "브렉시트가 발생한 기본 배경을 보면, 세계적인 추세인 양극화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발생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우리도 남의 일처럼 생각할게 아니라, 양극화 문제가 하나의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은 지적했다. 브렉시트 사태는 경제적 사건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정치적 사안'이라는 통찰이다.

실제로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 '이민 반대' 등을 내세운 극우 정당들이 발호해 왔지만(☞관련 기사 : 극우 돌풍…유럽은 왜 극단 세력을 택했나), 이들이 내세운 주장이 한 국가 전체 단위에서 과반을 점하며 공식적인 정치적 승리를 거둔 것은 이번 브렉시트 사태가 처음이다. 김 대표는 "지난번 영국 하원의원 선거에서 캐머런 정부가 선거를 이기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국민들의 정서를 활용해 '2016년에 (EU) 탈퇴를 국민에게 묻겠다'고 해서 지금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데이비트 캐머런 전 영국 총리를 간접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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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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