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숍 간 새누리 "좌파 기득권 해체가 대선 전략"

강연자 김장수 박사 "공무원 박봉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능"

새누리당 '2016 정책 워크숍'에 강연자로 나선 김장수 정치학 박사는 10일, '대기업·공기업 노동자와 공무원 등을 포괄하는 좌파 기득권을 해체하는 것이 새누리당의 대선 전략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강연을 했다.

이 워크숍은 새누리당이 20대 국회를 시작하며 계파 청산과 혁신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자 만든 일정으로, 이 가운데 김 박사가 맡은 강연의 주제는 '20대 국회와 대선 전략'이었다.

그는 최근 발생한 구의역 비정규직 사망 사고 사건을 강연 도중 거론하며 "여기에 재벌은 없었다. 재벌의 탐욕, 자본의 탐욕과는 상관없(는 사고)다"라고도 했다.

"구의역 사건은 (정규직 노동자가 하층 노동자들의 이해를) 빨아먹는 구조였던 것이다. (원청 노조가) 임금 인상 투쟁을 하면 (원청의) 단가 부담이 올라가고 (재벌에서) 단가를 내린다"는 진단도 내놨다.

재벌의 기득권이 아닌, 1800만 명의 임금 노동자 계층 가운데 상층에 속하는 이들의 상대적 고임금·고액 연금·고용 안정성 '3종 세트'를 해체해야 비로소 소득 불평등의 문제가 해결되며, 그것이 곧 새누리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게 이날 김 박사 강연의 핵심 내용이다.

강연 시작 때만 해도…"독선적 국정 운영 심판이 대선 표심"

경기도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이날 강연에서 김 박사는 우선 역대 대선에서 나타난 수백만 표 규모의 표 이동 경향을 설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의 강연 내용은 "한국 대선에서는 독선적 국정 운영에 대한 심판이 기본적으로 많이 나온다(작동한다)"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는 "최근 세 차례의 (대통령) 선거를 보면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집권한 당이 5년 뒤 선거에서 표를 잃는 선거를 하고 있다. (독선적 국정 운영으로) 지지자들이 이탈하고 상대편의 지지자가 결집하는 것이 한국 선거의 기본적 특징"이라고 했다.

김 박사는 이런 특성을 갖는 한국의 대선에서는 지역 변수가 더 이상 크게 작동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특히 그는 "충청에서는 진보와 보수, 여야 간 (표차가) 10%포인트 이상이 난 적이 없다"면서 "몇백만 표씩 움직이는 변수(조건)에서 이건(지역 구도는) 큰 변수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분석을 토대로 하면 새누리당의 대선 전망은 밝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연 이어 경험한 유권자들이 '정권 심판' 심리로 다음 대선에서는 대거 야당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기본적으로 지난 대선에서 집권한 정당이 몇백만 표를 잃는 게임이고,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던) 선거 때보다 박근혜 때(대통령이 당선된 선거에서) 570만 표가 저쪽(야권)으로 갔고, 이번 총선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얻은 표의 3분의 1이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정권 재창출이 쉽지만은 않다"고 했다.

▲ 새누리당 20대 국회의원들이 10일 오전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16 정책워크숍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파 갈등이 패인이라는데…"사람들은 친박-비박에 관심 없다"

그런 김 박사는 강연 중반부에 들어서면서부터 '좌파 기득권' 해체가 새누리당의 대선 전략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강연을 이어갔다. 고리는 '소득 불평등'과 '경제 전문 정당으로의 재도약'이다.

김 박사는 "먹고사는 문제가 어려운데 이번 총선뿐 아니라 그 전 대통령 선거에서부터 보수 진영이 큰 틀에서 밀리고 있다"면서 "정치권에 있는 분들은 친박-비박에 관심 많지만 일반인은 관심 없다. 보통 사람은 먹고 사는 문제가 어렵다"고 했다.

김 박사는 이어 "새누리당은 항상 경제 정당이었다"면서 "그런데 이제 많은 국민이 믿지 않는다.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경제가 성장해도 내 삶이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새누리당은) 경제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깨지고 있는 것"라고도 했다.

정치권, 특히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장기화하는 경기 침체와 양극화와 같은 핵심 경제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 하고 있다는 김 박사의 지적은 일면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친박계의 일방적인 당 운영과, '비박계 학살'로 표현되는 지난 4.13 총선 공천 파동이 계속해서 패인으로 지목되어 온 상황에서 "사람들은 친박-비박 갈등에 관심 없다"는 김 박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별로 없어 보인다.

與 대선 전략 강연하다가…"공무원은 박봉이 아니다"

그는 이어 상위 1%의 기득권 해체보다 상위 10%의 기득권 해체가 중요하다는 취지의 설명을 꺼내놓으며, <21세기 자본>의 저자인 토마 피케티 파리대학 교수의 불평등론을 자신의 설명에 억지스럽게 동원하기도 했다.

김 박사는 "피케티가 바람을 일으켰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논의가 잘 안 됐다"는 말을 꺼내며 한국에서는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8%를 가져간다. 노동의 양극화, 이게 우리나라에서는 얘기가 안 된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이어 "재벌이건 노동자건 상층에 속하는 노동자와 이 밑에 속하는 노동자의 엄청난 격차, 이게 양극화의 주범"이라면서 "상위 10% 상층 임금 노동자가 (전체 임금 소득에서) 가져가는 비중이 급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1800만 명 규모의 임금 노동자 계층 안에서의 소득 격차가 한국 경제의 핵심 문제로 지적돼 온 양극화 문제의 본질이라는 주장이다.

김 박사는 또 "공무원연금 개혁한다고 하니까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무원은 박봉이다'라고 했는데 공무원은 박봉이 아니다"면서 "우리처럼 상위 10%가 (전체 임금 소득의) 50%를 가져가는 나라에서는 평균 월급이 중요하지 않다"고도 주장했다.

※ 토마 피케티는?

피케티는 1차 대전 이후 자본주의 사회에서 심화해 온 부의 불평등을 통계로 입증하며 "소득과 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좌파 경제학자다.

프랑스 사회당 지지자이기도 한 피케티는 프랑스아 올랑드 대통령이 부유세를 폐지한 지난해 1월, 사회당 정부가 주는 훈장을 거부하기도 했다. 대선 공약과 달리 '우향우' 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반발 차원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금 박근혜 정부가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 개편과 아주 유사한 노동법 개정을 프랑스에서 강행해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전 사회적인 반발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초원을 황폐화하는 것은 코끼리 아니라 수백만 메뚜기"

김 박사의 이야기는 이쯤부터 '좌파 기득권 해체' 주장으로 뻗어 나갔다. 그는 "한국에서도 이제 노동자 내지 좌파 기득권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사업가나 기업가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노동자이지만 적지 않은 기득권을 누리는 노동자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흔히 '불평등'이라고 하면 재벌이 (문제)라고 하는데, (재벌은) 몇 명이 안 되고 덩치는 큰 코끼리 같아서 그렇다. 그러나 초원을 황폐화하는 것은 코끼리가 아니라 수백만 마리의 메뚜기 떼도 황폐화한다"고 했다.

김 박사는 좌파 기득권이 하층 노동자를 위태롭게 한 사건으로 '구의역 사고'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구의역 사고에 재벌 안 나온다. 기업가가 안 나온다"면서 "메트로 퇴직자에게 얼마씩 주기로 되어 있었다. 이런 일이 왜 벌어졌는가. 재벌의 탐욕, 자본의 탐욕과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의역 사건을 빨아먹는 구조였다"면서 "임금 인상 투쟁을 하면 단가 부담이 올라가고 (재벌에서) 단가를 내린다"고도 했다.

원청의 정규직 노조가 임금 인상 투쟁을 하면 재벌이 하청 노동자 안전을 위해 쓸 비용을 감축하게 되므로, 정규직 노조의 임금 인상 투쟁은 이기적인 기득권 지키기라는 논리다. 사실상 하청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누구보다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달려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OECD는 최저임금 올리라는데…"경제적으로 불가능한 얘기"

김 박사는 경제협력기구(OECD)의 보고서를 끌어와 문제 지적은 받아들이면서도 대안은 입맛에 맞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우선 "OECD에서 지난달 한국 경제에 관한 보고서를 냈는데 두 개의 노동 시장(이중 노동 시장)이 불평등을 조장해 상대적으로 빈곤이 높다는 내용이었다"면서 "OECD는 대안으로 정규직 과보호를 줄이고 미니멈 웨이지(최저임금) 등 밑을 올려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곧 이어 "고임금, 연금, 고용 안정이라는 3종 세트, 이 벽을 없애야 한다"면서 "민주노총이나 진보 진영이 얘기하는 것은 아래를 올리라는 것인데, 이건 불가능하다. 경제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다"라고 말했다.

이는 김 박사가 제시한 OECD 보고서가 없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주장인 데다, 심지어 자신이 끌어 온 OECD 보고서의 내용과 어울리지도 않는 주장이다.

김 박사는 강연 말미에 들어서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 개혁을 하지 않으면 경제 민주화는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를 대선 전략으로 내세웠다.

그는 "대선 전략이라고 해도, 국정 운영 방향이라고 해도 되는데 보수 정당에서는 이 얘기를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2017년 대선 때는 노동 개혁과 관련한 사회적 대타협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강연을 끝냈다.

"한국 대선에서는 독선적 국정 운영으로 집권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으로 시작해 노동계, 그리고 좌파 기득권의 이해만을 대변하고 있는 야당의 반대를 뚫고 노동 개혁을 관철하는 것이 새누리당의 대선 전략이 되어야 한다는 상반된 결론으로 강연이 끝난 셈이다.

김 박사는 지난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남양주병에 출마코자 공천을 신청했으나, 이 지역에는 주광덕 당선자가 최종적으로 공천됐다. 김 박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했다.

이완영 "기간제법도 다시 발의하자"…심재철 "사람 자를 수 있어야"

한편, 김 박사에 앞서서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동 개혁과 청년 일자리 창출'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이 강연을 들은 심재철 의원은 "사람을 쓰지(고용하지) 않는 이유는 자를 수 없어서다. 그런데 고용 유연화에 대한 이야기가 (강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심 의원은 전날 국회 부의장에 선출됐다.

또 19대 국회에서 환노위에 있었던 이완영 의원은 "이번에 노동법을 발의할 때 기간제법도 발의해야 한다. 그래야 야당과 협상할 수 있다"고 주장해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이 의원이 발의를 주장한 기간제법 개정안은 기간제 사용 기한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법안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정부의 노동 5법(기간제법·파견법·근로기준법·산재법·고용보험법)에 대한 여야 간 논의가 진척되지 않자 기간제법 추진을 자진 철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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