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지카 바이러스 실험', 오보라고?

[정욱식 칼럼] 미군의 '생물학전 실험장'이 된 한국

지난해 5월 미국 본토에서 주한미군 기지에 살아있는 탄저균이 배달되면서 큰 혼란이 야기된 바 있다. 그런데 이 논란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군의 생물학전 실험이 '전국화'되고 있다.

우선 미군의 생물학전 실험실이 전국 곳곳에 만들어지고 있다. 합동 주한미군 포털 통합위협인식(Joint USFK Portal and Integrated Threat Recognition, JUPITR) 프로젝트를 운영 중인 '에지우드 생화학센터'(ECBC)에 따르면, 미군은 현재 용산기지에 육군 실험실을, 오산 및 군산 공군기지에 공군 실험실을 운용 중이다. 그런데 ECBC는 평택 소재 캠프 험프리에도 미 육군 공중보건 사령부(U.S. Army Public Health Command)가 운용할 네 번째 연구실을 짓고 있다고 밝혔다. ECBC에 따르면, 이 연구실은 내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군이 생물학전 대비 프로그램을 부산에도 추가할 계획으로 확인된 것이다. 미군이 관할하고 있는 군사시설 전용 부두인 제8부두가 바로 그곳이다. 주한미군은 올해 내로 이곳에 장비를 설치하고 2018년까지 2년간 운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주피터 프로젝트용 시설은 용산기지, 오산기지, 군산기지, 평택기지, 부산 제8부두 등 모두 5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JTBC의 오역?

그런데 장소만 늘어난 게 아니다. 세균 샘플도 늘리고 새로운 병원균의 추가도 암시하는 내용이 ECBC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ECBC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 가운데 아래 두 가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지 4개월 동안 ECBC는 한국 내 세 개의 미군 실험실 전체에서 샘플을 늘렸다. 하루당 2~3개의 생물학전 작용제를 하루당 12개로 늘림으로써 24시간에 걸친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In just four months, ECBC increased the sample throughput of three U.S. military laboratories in South Korea from two to three samples of suspected biological warfare agent per day to dozens per day with a 24-hour turn-around time for results.)

여기서 언급된 '세 개의 미군 실험실'은 용산기지, 오산 및 군산 공군기지 내 생물학 실험실을 말한다. 미국이 작년 탄저균 파문을 거치면서 생물학전 실험을 중단 내지 축소하지 않고 오히려 대폭 늘린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 ECBC는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들의 실험 진행 상황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ECBC 홈페이지 갈무리

또 하나는 지카 바이러스 실험 의혹이다. 이와 관련해 ECBC 홈페이지에는 주피터 프로젝트 연구 책임자인 브레디 레드몬드 박사가 이렇게 말한 것으로 나와 있다.

"우리가 현재 제공하고 있는 능력은 시작에 불과하다. (주피터)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이미 용산에 지카 바이러스 탐지 능력을 추가하고 있다. (중략) 이러한 능력들은 모두 업그레이드되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생물학적 위협도 탐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The capabilities we are currently providing are just a starting point. The participants in the project are already looking to add a Zika virus detection capability in Yongsan,…They can all be upgraded to detect any number of other naturally occurring biological threats.)

이를 두고 JTBC는 "전 세계적으로 공포의 대상인 지카바이러스를 실험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고 최초로 보도했다. 하지만 주한미군과 한국 국방부는 JTBC가 오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카 바이러스 '탐지' 장비를 설치키로 한 것이지 지카 바이러스 자체를 실험하는 게 아니라고 해명한 것이다.

하지만 ECBC 홈페이지에는 이러한 해명을 액면 그래도 믿기 어려운 내용이 담겨 있다. "조기 탐지 평가는 생물 샘플을 수집하고 예비 분석을 수행한다"(An Assessment of Early Detection Leg collects biological samples and performs a preliminary analysis)라고 했는데, 용산에 추가키로 한 탐지 장비가 바로 조기 탐지의 일환인 것이다.

미국은 왜 한국을 생물학전 실험장으로 삼고 있나?

그렇다면 미국은 왜 한국에서 생물학전 실험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한국 국방부는 생물학 테러나 북한의 생물학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주피터 프로젝트의 구실이거나 그 일환에 불과하다. 미국이 한국을 실험장으로 삼아 전 세계적인 생물학전 대비 능력을 갖추려는 것이 그 본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해석이 지나치지 않다는 것은 ECBC 홈페이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ECBC에 따르면, 주피터 프로젝트는 네 가지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센서와 카메라를 이용한 '조기 경보', 생물 샘플 수집 및 예비 분석 단계인 '조기 탐지', 생물 작용제 '식별 능력', 그리고 '글로벌 생물 감시 포털'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바로 '글로벌 생물 감시 포털'이다. 이와 관련해 ECBC는 "전 세계의 (미국) 보건 당국에 의해 공유되는 웹 기반 정보 플랫폼"이라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한국에서 실험·분석된 생물학전 정보가 전세계 미군 보건 부대에 공유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듯, 주피터 프로젝트는 미국 국방부의 생화학 방어 합동 실행국(U.S. Department of Defense Joint Program Executive Office for Chemical and Biological Defense)에서 자금과 전략 지침을 받는 ECBC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ECBC는 한국에서 실시되고 있는 주피터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한다. 그리고 "태평양 지역의 모델"이 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미 육군 태평양 공중보건 사령부가 한국에서 발전된 생물 감시 능력을 주목"하고는 "(평택) 캠프 험프리에 있는 실험실을 모델로 삼아 일본 도쿄 인근에 있는 캠프 자마의 실험실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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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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