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은 대도총리? 박근혜 거부권 졸렬"

야 3당 "청와대가 거부한 국회법, 20대 국회서 재의결"

박근혜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 중인 가운데 황교안 국무총리가 27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국회법 개정안(청문회 활성화법)'을 거부하기로 하자,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20대 국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결하기로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 등을 열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 원내대표가 전화 회동을 했고,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20대 국회에서 재의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박근혜, 거부권 행사…'협치'를 박차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청문회 활성화법에 대해 정부 여당에서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오늘 대통령이 외국에 나간 사이 국무회의를 소집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소식이 들린다"며 "대독 총리는 들어봤지만 대도 총리(도장을 대신 찍는 총리)가 탄생하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청와대 회동 이후 그래도 협치 가능성이 보였던 게 계속 찢겨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청와대가) 국회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삼권 분립 위배이자 의회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중대한 권한 침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를 순방하는 사이에 국무총리에게 대리 사회를 보게 하고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서 기습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태도는 매우 졸렬하고 유치하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오는 31일에 정기 국무회의가 예정됐는데도,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를 대리로 내세워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국회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19대 국회 임기가 5월 29일에 종료됨을 고려해, 19대 국회 임기 내에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이 폐기되도록 긴급 조치한 셈이다.

청와대 거부권 행사에 따른 재의결을 둘러싸고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19대 국회가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 재의결을 하지 못한 만큼, 이 법이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동시에 폐기됐다고 보는 시각이다. 또 하나는 재의결을 못한 귀책사유가 19대 국회에 없는 만큼, 20대 국회로 재의결권이 넘어왔다고 보는 시각이다. 야3당은 20대 국회가 재의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20대 국회가 재의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야당이 실제로 재의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결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20대 국회의 더불어민주당(123석), 국민의당(38석), 정의당(6석)의 의석을 합치면 167석이다. 본회의 성립 요건인 과반수를 충족한다고 하더라도, 본회의에 국회의원 300명 전원이 출석했다고 가정하면, 찬성표 33표가 부족하다.

한편,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정의화 국회의장 또한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아주 비통하고 참담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정의화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제68주년 국회 개원 기념식'에서 "국회 운영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 행정부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붙여서 재의를 요구했다"면서 "그것(거부권)이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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