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두려워하라! 김종대가 간다"

[정욱식 칼럼] 야권, 한반도 문제 풀 수 있는 비전과 역량 보여줘야

4.13 총선에서 야권이 대승했다.

여러 가지 분석과 평가가 쏟아지고 있지만, 나의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한반도 문제'로 쏠린다. 지난 8년 동안 한반도 평화가 지속적으로 악화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핵심은 국내 정치에 있다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의지와 실력을 갖춘 정치 리더십을 창출할 수 있을 때에만 비로소 한반도 평화에도 희망이 생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우선 민심은 위대했다. 박근혜 정부-새누리당-극우 보수 언론이 삼위일체가 되어 일으키려고 했던 '북풍'을 '찻잔 속의 태풍'으로 가둬 버렸다. 아니 이러한 구태가 더 이상 통할 수 없다는 것을 표로 심판함으로써 '북풍'을 '역풍'으로 만들었다. 선거 때마다 북한을 호출하는 데 급급했던 기득 보수 세력이 이번에 교훈을 얻어 악습에서 벗어난다면, 이것 자체가 한국 민주주의의 큰 발전이다. 남북 관계와 평화 정착에도 기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복잡한 야권의 사정


대승을 거둔 야권 내부로 들어가 보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우선 새누리당을 꺾고 제1당으로 올라선 더불어민주당의 통일 외교 안보 정책 흐름과 인적 구성이 다소 보수화되었다. 이번 총선의 최대 수혜자 가운데 한 사람인 김종인 위원장은 '북한 궤멸론'을 언급한 등 대북 정책에서 보수적 색채가 강하다.

반면 전통적인 햇볕 정책 지지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국민의당으로 자리를 옮겼거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햇볕 정책 계승자로 분류할 수 있는 문재인 전 대표는 당의 '압승'과 호남 '참패'가 교차하면서 정치적으로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최대 승자라고 할 수 있는 국민의당 사정도 복잡하다. "안보는 보수"라고 자처한 안철수 당선자와 "햇볕 정책은 실패했다"는 이상돈 당선자의 대북 정책은 새누리당과 대동소이해 보인다. 반면 통일부 장관 출신인 정동영,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정관계에서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던 천정배와 박지원 등 호남 당선자들은 이들과 결이 다르다. 이들은 햇볕 정책을 되살리는 게 자신들의 정치적 책무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한다.

급조된 국민의당의 향후 행보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안철수는 야권 통합이나 연대에 부정적이다. 반면 호남계는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야권 연대 내지 통합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에 대북 정책을 둘러싼 정체성의 차이도 있다. 대선 전략과 대북 정책을 중심으로 한 이와 같은 차이가 어떤 화학 작용을 일으킬 지가 주목되는 것이다.

정의당은 비례대표 의석 확보에서 부진하면서 6석에 머물렀다. 대선 국면에서 존재감이 약해질 수 있는 숫자이다. 하지만 6명 가운데 무시할 수 없는 '키 플레이어'가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당선자이다. 안보 문제에 대한 식견 못지않게 여야와 민군을 넘나드는 두터운 인적 네트워크는 그의 핵심적 자산이다. 또 한반도 문제에서 군사 안보 분야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고, 잇따르는 방산 비리와 군의 정치화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도 대단히 크다. 많은 국민들의 그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는 까닭이다.

야권이여, 소통부터 하라!

그런데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야권의 각 당 내부와 당 사이에서 대외 정책을 둘러싼 혼란과 갈등이 완화되지 않으면, 정부-여당-보수언론의 '삼위일체'는 이를 지렛대로 삼아 끊임없이 이간질을 시도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다.

'삼위일체'는 개성공단 임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책임을 야권에 돌린 바 있다. 그러자 야권 내부에선 자중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야권이 소통을 강화하면서 그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로 대외정책을 삼아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북 정책을 포함한 대외 정책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처럼 굳어진 한국의 정치 현실에서 이 분야의 비중은 지방 선거나 총선보다 대선에서 커질 수밖에 없다. 집권의 조건 가운데 하나는 난마처럼 얽히고설켜 갈수록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는 역량과 비전을 보여주는 데에 있다. 소통을 통해 가치와 정책의 교집합을 늘려나가야 대선 승리도, 승리 후 성공한 정부도 기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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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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