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대선 불출마 선언 "트럼프 거부 호소"

"트럼프, 전 세계에서 미국의 리더십 위태롭게 할 것"

미국 대선에서 제3의 후보로 거론되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자신의 출마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나 테드 크루즈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이는 미국 사회의 분열과 극단을 부추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7일(현지 시각)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블룸버그 뷰>에 게재한 글에서 "나의 출마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또는 테드 크루즈 상원 의원에게 좋은 기회가 된다"면서 "이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몇 달 동안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무소속 출마를 검토했지만, 자료를 따져보니 선거에 나가도 이기지 못할 것이 확실했다"면서 선거인단으로 대통령을 결정하는 미국의 선거 제도에서는 본인이 당선 가능한 선거인단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블룸버그 전 시장이 미국 대선에 출마할 경우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의 표를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았다. 그가 미국 금융의 중심인 월스트리트와 우호적 관계에 있지만, 낙태에 찬성하고 총기규제를 지지하는 등 민감한 사안에서 민주당의 정책 기조와 유사한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 ⓒAP=연합뉴스

결국 공화당보다는 상대적으로 민주당의 정책 방향과 가까운 블룸버그 전 시장이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실제 그는 자신의 불출마를 밝힌 기고문에서 트럼프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지금 미국에는 극단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데, 이를 막지 않으면 우리가 처한 문제들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트럼프 후보와 크루즈 의원 등 강경 보수 후보의 집권을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 후보는 사람들의 편견과 두려움을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며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분열적이고 선동적인 선거 캠페인"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트럼프 후보가 무슬림의 미국 금지를 언급하고 중국·일본 등과 무역 전쟁을 조장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비판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을 분열시키고, 전 세계에서 우리(미국)의 도덕적 리더십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어떤 후보를 지지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유권자들에게 '분열적인 공약'을 내놓는 후보는 거부하라는 호소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막겠다는 뜻을 재차 확인했다.

클린턴 '대세 굳히기'와 블룸버그 불출마

선거 공학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승기를 잡아가는 상황도 블룸버그 전 시장이 불출마를 선택한 주요 요인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01년 민주당을 탈당해 공화당으로 뉴욕 시장 선거에 나간 블룸버그 전 시장은 재선 이후에 3선에 도전했을 때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바 있다. 이렇듯 당을 자주 옮긴 상황에서 블룸버그 전 시장이 노릴 수 있는 주요 지지층은 민주·공화 양당의 중간지대인 중도층이다.

만약 민주당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공화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최종 대선 후보로 결정됐다면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는 '중도층'의 외연이 확장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클린턴 전 장관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클린턴 전 장관은 민주당의 진보적인 지지층에서 샌더스 의원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반대로 그를 지지하는 스펙트럼은 샌더스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다. 따라서 클린턴 전 장관이 민주당의 최종 후보가 된다면 그만큼 중도층의 폭은 얇아질 수밖에 없고, 블룸버그 전 시장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좁아진다.

한편 일각에서는 공화당이 블룸버그 전 시장을 영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었다. 공화당에는 최종 선정된 대선 후보가 대의원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중재 전당대회'라는 제도를 통해 당 지도부가 후보를 최종 지명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트럼프 후보가 과반을 얻지 못한 채 1위로 결정되면 트럼프의 표 확장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당 지도부가 후보를 교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교체 후보로 블룸버그 전 시장을 영입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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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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