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진격의 공천'…중도층 향해 '뚜벅뚜벅'

수도권 5곳·전북 1곳…경찰·군·경제 관료·기업가·변호사 등 투입

더불어민주당은 7일 수도권 5곳과 전북 1곳 등 6곳을 전략 공천 지역으로 선정했다. 삼파전이 예상되거나 분구된 지역, 험지, 격전지들이다. 특히 표창원, 오기형, 김병관, 김정우, 하정열 예비 후보 등 문재인 전 대표 시절 영입 인사들을 대거 전략 공천한 것도 눈길을 끈다.

1차 전략 공천 명단은 '중도'를 겨냥한 성격이 또렷하다. 전직 경찰 고위급 인사(표창원, 윤종기), 군 고위급 인사(하정열)를 비롯해, 성공한 기업인(김병관), 경제 고위 관료(김정우), '4대 로펌' 출신 경제 전문 변호사(오기형) 등 모두 정치 성향으로는 중도층, 소득 수준으로는 중산층 인사들이 나섰다.

호남을 제외하면 전략 공천 지역은 대부분 중산층이 밀집한 곳이다. 야당 입장에서 '험지'로 꼽히는 곳이거나, 상대 후보로 '강자'가 포진해 있는 곳들이기도 하다. 이날 전략 공천 지역과 명단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김종인 체제' 더민주의 '전략'을 꼼꼼히 엿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표창원, 경찰대 표심으로 3파전 정면 돌파?

표창원 전 경찰대학교 교수는 2012년 '국정원 대선 개입 댓글 사건'에 대해 경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후 스스로 옷을 벗은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영입 인사 1호였으며, 현재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찰대학교가 있는 경기 용인정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표 전 교수는 "내 꿈은 검찰 개혁, 경찰 수사권 독립"이라고 말하는 등 경찰 행정과 관련한 전문성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관련 기사 : 표창원 "밑바닥 '박근혜 반대 정서' 강하다")

분구돼 신설된 지역구인 용인정에는 새누리당 이춘식 전 서울시정무부시장, 국민의당 유영욱 전 용인도시공사본부장 등이 예비 후보로 등록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인 이상일 의원과 국민의당 소속인 김윤석 단국대학교 교수 등도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파전이 예상되는 지역이지만, 표 전 교수의 '명성'을 앞세워 정면 돌파하겠다는 당의 의지가 읽힌다.

'컷오프' 지역 도봉을, 더민주 오기형 vs. 친박계 김선동?

문재인 전 대표의 영입 인사 오기형 당 한반도 경제통일위원회 위원은 동북아 경제 전문 변호사로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추가 협상 방향에 대해 고민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전남 화순 출신인 오기형 변호사는 광주 동구에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당 지도부와 조율 끝에 서울 도봉을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도봉을은 당에서 '하위 20% 컷오프' 대상자에 올라 공천에서 배제된 유인태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이 지역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인 천준호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이 출사표를 낸 바 있지만, 이번 전략 공천 결정으로 고배를 마시게 됐다. '박원순 사단'으로서는 첫 고배다. 김상곤 인재영입위원장을 통해 영입된 천 전 실장은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의 뜻을 따르겠다"며 이번 결정을 수용했다.

새누리당 후보로는 18대 총선에서 현 유인태 의원을 꺾고 배지를 달았던 '진박' 김선동 전 의원(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설욕전'을 준비 중이다. 김선동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 대표를 지내던 시절 비서실 부실장을 지낸 인사로 박 대통령을 대선 승리로 이끈 공신 중 한 명이다.

험지 분당, 김병관 전 웹젠 의장

'IT 전문가'로 젊은 층에 이름이 잘 알려진 김병관 전 웹젠 이사회 의장은 문재인 전 대표의 '영입 인사 2호'다.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전북 익산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마친 그를 둘러싸고 익산 출마가 거론됐으나, 결국 웹젠 사옥이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갑으로 가닥이 잡혔다.

분당갑 지역의 현역 의원은 "유승민과 같은 길을 가겠다"고 선언하며 재선에 도전한 비박계 이종훈 의원이다. 친박계 실세로부터 "반드시 죽이겠다"는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한 이종훈 의원은 친박계 단일 후보인 권혁세(전 금융감독원장) 예비 후보와 경쟁하고 있다.

누가 후보가 되든지, 분당구는 대표적인 야당의 '험지'인 만큼 김병관 후보에게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재보궐 선거 당시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가 이 지역에서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를 꺾은 적이 있는 만큼, 정권 심판 바람이 분다면 해볼 만한 지역이라는 말이 당내에서도 나온다.

군포 3파전 예상, 김정우 전략 공천으로 '전력 보강'

김정우 세종대학교 교수는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경제 전문가이자, 김철배 더불어민주당 고문의 아들이다. 김정우 후보는 부친인 김 전 고문이 5차례 패배의 쓴잔을 마셨던 강원도 철원·화천·양구·인제 지역구 출마를 원했지만, 경기 군포갑 지역에 전략 공천됐다.

군포 지역은 전통적인 야당 강세 지역이나, 3자 구도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복병이다. 이 지역의 현역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인데, 군포 지역이 갑·을로 분구되면서 이학영 의원은 을 지역에 출마하기로 했다. 군포을에는 국민의당 정기남 전략 홍보 부본부장이 출마 의지를 밝히면서 3파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4선을 지내 지역세가 탄탄한 김윤주 군포시장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정기남 후보를 지원하면서, 군포갑 지역에 '전력 보강'이 필요하다는 당 지도부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북 정읍·고창, 3파전에 하정열 전략 공천

전북 정읍시와 고창군이 합쳐 새로 만들어진 선거구에 전략 공천된 하정열 전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은 3군 사령부 부사령관 출신으로 전북 정읍이 고향이다. 전북 고창 현역 의원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원래 고향(부안)을 따라 김제·부안 신설 지역에 출마키로 하면서 하 후보가 정읍·고창 지역을 노리게 됐다.

정읍과 고창이 합쳐지면서 이 지역은 격전지가 됐다. 우선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전북 정읍)이 3선을 노리고 있는데다, 3선의 고창군수 출신인 이강수 전 군수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이 전 군수는 불미스러운 일로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을 당한 적이 있지만, 지역에서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하정열 후보를 전략 공천한 것은 '호남 물갈이'의 일환이기도 하다. 전북 지역에 거물급 신인을 내세워 대부분 '구인물'인 국민의당 바람을 잠재우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민현주 vs. 민경욱 '송도대첩' 지역…송영길 측근 윤종기

마지막으로 전략 공천 목록에 포함된 윤종기 전 인천지방경찰청 청장은 송영길 전 인천시장의 권유로 인천 연수구을에 출마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연수구는 '친박계 핵심'인 새누리당 황우여 의원이 5선을 한 지역이다. 그러다가 갑·을로 나뉘면서 갑 지역에는 황우여 의원이, 을 지역에는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친유승민계)과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친박근혜계)이 출사표를 던졌다. 두 사람의 대결은 비박계와 친박계의 대리전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더민주가 경찰 고위직을 영입해 전략 공천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표 전 교수에 이어 윤종기 전 청장이 1차 전략 공천 명단에 포함되면서, 전국 수백만 명의 '경찰 가족' 표심을 움직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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