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살생부 논란에 '흔들'…김무성 사과로 봉합?

최고위가 당 대표 발언 '조사' 진풍경…깊어가는 공천 갈등

새누리당의 공천 '살생부' 논란이 "국민과 당원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사과드린다"는 김무성 대표의 말로 일단락되어 가는 분위기다.

이로써 김 대표가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을 만나 언급했다는 친박계 핵심 인사 발(發) '40명 공천 배제 명단'이 실재하는지, 실재한다면 구체적인 출처(작성자)와 유통 경로는 어떻게 되는지, 실재하지 않는다면 어째서 김 대표는 정 의원에게 관련 이야기를 했는지 등은 '미제'로 남게 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친박계의 계속되는 상향식 공천 흔들기에 역공을 펼쳐보려 했던 '김무성 대표의 자작설'이 아니겠냐는 의구심이 여전하다. 또 이번 살생부 논란의 진상과 별개로 친박계와 청와대 주도의 '비박 학살' 공작이 곧 시작될 것이라는 시선도 계속되고 있다.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이날 오후 긴급 회의를 열어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당 공식 기구인 '클린공천위원회'를 통해 향후 발생하는 공천 관련 흑색선전·유언비어에 대한 강력한 대처를 해나가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이미 '상향식(비박)'이냐 '인위적 현역 물갈이'냐란 공천 방식과 그로 달성하려는 각 계파의 '정치적 목적'을 둘러싸고 비박계와 친박계의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은 시작된 분위기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부적격 심사를 통한 현역 다수 공천 배제'란 칼을 꺼낸 이상, 이번 '살생부 논란'과 같은 계파 간 진흙탕 싸움은 언제고 다시 발발할 수 있어 보인다.

이번 살생부 논란은 정두언 의원이 지난 27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무성 대표로부터 '친박계 핵심 인사가 약 40명의 공천 배제 명단을 김 대표에게 건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공천 배제 명단에는 당내 소장파에 속하는 정 의원은 물론, 김무성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의원 등이나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 심판'이라는 '레이저'를 맞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까지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김 대표는 정 의원과 다른 말을 했다. '살생부'와 같은 "문건을 누구에게서도 받은 적이 없다"면서, 정 의원과는 시중에 유포되고 있는 비슷한 내용의 지라시(사설 정보 유통지)를 두고 이야기를 꺼낸 것이 전부라는 설명이었다.

이에 따라 살생부 논란은 김 대표와 정 의원 사이의 진실공방 양상으로 번져갔다. 급기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29일 오전 '김 대표와 정 의원을 대질 심문하자'는 결정을 하기에 이르렀고 실제 비슷한 풍경이 이날 오후 진행된 새누리당 의원총회장소에서 벌어졌다고 한다. (☞ 관련 기사 : 與 '살생부' 파문…김무성·정두언 대질하나?)

새누리 최고위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의총 이후 다시 회의를 열어 정 의원으로부터 김 대표와 나눈 이야기에 대해 사실상의 '조사'를 진행했다. 정 의원은 "이런 조사를 최고위에서 하는 것은 막장 드라마같이 비칠 수도 있다"는 의견이었지만, 친박계가 주도하는 최고위는 어쨌거나 조사를 강행했다.

정 의원이 이날 의총과 최고위에서 설명한 말을 종합하면, 정 의원과 김 대표는 지난 26일 김 대표의 요청으로 만났다. 여기서 김 대표는 문제의 공천 배제 명단에 정 의원이 포함돼 있다고 언급하며 인위적인 '현역 물갈이'를 위한 공천장에는 절대로 대표 직인을 찍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정 의원은 당시 김 대표가 "굉장히 격앙되어 있었다"면서 "'마지막에 도장을 안 찍으면 여론이 결코 대표님에게 호의적이지 않을 텐데 버틸 수 있느냐'고 물으니 김 대표가 '버텨야지 어떡하느냐'며 비분강개했다"고도 말했다.

이후 정 의원은 살생부 관련 질문을 <조선일보> 기자에게서 받고 김 대표와 나눈 이야기를 말했다. 곧이어 '살생부' 논란이 기사와 함께 일파만파 퍼져 나가자 정 의원은 김 대표로부터 다시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정 의원은 김 대표가 앞서 나눈 이야기는 '지라시성 이야기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는 김 대표가 어디선가 지라시 수준의 신뢰도 낮은 정보를 바탕으로 자당 소속 의원에게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느냐'는 모종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야기가 된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이 이날 "만약 (정 의원에게 한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면 '내가 스스로 지어내서 했는데 불찰이었다'라고 사과를 해야 정리가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래서다.

김 대표는 일단 '사과'로 사태를 수습하려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나 "당 대표로서 국민과 당원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앞서 열린 의총에서도 같은 사과를 공개적으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른바 '살생부 논란'이 여기서 종결될지는 좀 더 두고 볼 문제다. 이날 오후 살생부 논란이 계속되던 때 실제로 정 의원과 김용태 의원, TK(대구·경북) 지역의 비박계 의원들이 대거 포함된 '컷오프 명단 풍문'이란 메모가 카카오톡 등을 타고 급속히 퍼지는 일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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