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땅' 후쿠시마에 소 360마리가 산다

[프레시안 books] <희망의 목장>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에 진도 9의 강진이 일어났다. 쓰나미가 발생했다.

쓰나미는 도쿄전력이 운영하던 후쿠시마 핵발전소 원자로 1~4호기를 망가뜨렸다. 원자로에 갇혀 있어야 할 방사성 물질이 후쿠시마 전역으로 퍼졌다. 인근 20킬로미터는 죽음의 땅이 되었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일어난 초유의 방사능 오염 사태였다.

지금 이 경계 안에는 소 360마리가 산다. 소를 돌보는 사람도 있다. 국가는 출입을 금했지만, 소치기는 직업을 이어간다. 소치기의 존재 이유는 소를 먹이는 일이다. 그래서 그는 죽음의 땅에 남았다.

그림책 <희망의 목장>(모리 에토 글, 요시다 히사노리 그림, 고향옥 옮김, 해와나무 펴냄)은 후쿠시마 사태 5년을 맞아 출간된 그림책이다. 작가는 담담한 필치로 소치기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화가는 농촌의 일상과 재난의 현장을 극적으로 대비한다.

▲ <희망의 목장>(모리 에토 글, 요시다 히사노리 그림, 고향옥 옮김, 해와나무 펴냄). ⓒ해와나무
정부는 살처분 명령을 내렸다. 방사능에 오염된 소는 먹지 못한다. 먹지 못하는 소니 키울 필요도 없다.

그러나 소치기 주인공은 소를 죽이지 않는다. 심지어 그 소가 생명을 잃지 않도록 계속해서 먹이고 재운다. 어느새 이 소식이 퍼져, 소치기의 목장은 '희망의 목장'으로 불리게 됐다.

그림책은 그의 말 이외에는 소치기의 행동의 의미를 따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독자는 생각할 수 있다. 저 소들은 도살할 수 없다. 어차피 방사능 오염으로 곧 죽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죽어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왜 소를 먹이는가. 주인공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하느냐는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생명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나아가 이 참상을 안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자문하게 된다.

그림책은 일차 독자는 어린아이다. 아이들에게 핵발전소 사고의 무서움과 생명의 존엄성을 생각해보게끔 한다는 취지로 작가들은 이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기로 결정했으리라.

그러나 기왕이면, 이 책은 아이에 앞서 어른이 먼저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어른들이 핵발전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해볼 거리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에게 핵발전소가 가득한 지구 또 한반도를 넘겨주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그림책 한 권이 주는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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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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