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의외의 '뇌순남'…국회 '실언' 남발

"국가테러대책회의 의장 누군지 몰라"…야당 "총리가 의장"

국회 대정부질문 첫날인 18일, 여야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및 개성공단 전면 중단 문제를 놓고 날카롭게 맞붙었다. 이 가운데 발언대에 선 황교안 국무총리는 본인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기구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황 총리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대테러 관련 범정부 차원의 기구가 지금 무엇이 있느냐'는 취지로 질문한 데 대해 "어떤 형태의 기구를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상시적 기구는 따로 없다"고 답했다. 다음은 이어진 대화.

김광진 : 왜 없나. 국가테러대책회의가 있다. 1982년부터 있었고, 11개 부처가 하는 기구다. 이 기구의 법률(정확하게는 '법령')상 의장이 누구인지 아느냐?

황교안 : 정확하게 모르겠다. 확인해 보겠다.

김광진 : (한숨쉬며) 의장이 국무총리다. 뭐, 기구도 모르고, 본인이 의장인 줄도 모르니 국가테러대책회의 소집한 적도 한 번도 없으시겠네요?

황교안 : 제가 온 이후로는 그 회의가 아니고 필요할 때 구체적으로 관계 기관과 공무원, 전문가가 모여서 같이…(말 끊김).

김광진 : 그 회의 한 적 없죠?

황교안 : 없다.

김광진 : 총리 되신 지 얼마나 되셨나?

황교안 : 8개월이다.

김광진 : 법률(법령)에 의하면 반기에 한 번 하게 돼 있다.

김 의원이 거론한 법령은 대통령 훈령 337호인 '국가 대테러 활동 지침'으로, 훈령은 5조에서 "테러대책회의의 의장은 국무총리가 된다"고 정하고 있다. 훈령에 따르면 테러대책회의 산하에는 '테러대책상임위원회'가 설치되게 돼 있고, 이 상임위 정기 회의는 반기 1회(연 2회) 개최하게 돼 있다.

황 총리는 "그 회의를 열지 않았다고 해서 관계부처 간 협의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황 총리는 김 의원이 "정부는 개성공단에 지급한 돈이 노동당 39호실로 흘러갔다고 하는데, 이미 폐지된 39호실에 돈이 어떻게 흘러가나"라는 취지로 질문한 데 대해서는 "개성공단이 오래됐지 않나"라며 과거 39호실이 있던 시점에 지급된 돈에 대한 설명이라고 했다. 그래서 "39호실과 서기실"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39호실은 2012년 유엔 제재로 폐쇄됐다.

황 총리는 더민주 김태년 의원과의 질의 응답에서는 "제가 알기로는 (북한 노동자 지급 임금의) 30%가 시민에게 가고, 70%가 북한 당국으로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가 "30% 가지고 북한 (노동자 가족이) 살 수 있느냐"는 재질문을 받고 "네, 그게 북한의 문제"라고 답하기도 했다.

황 총리는 지난해 국회에 출석했을 때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현행(2015년판) 교과서에 어떤 문제가 있나'라는 질문에 2013년판(版) 교과서의 내용을 들어 답변을 하거나, 교육부 지침에 주체사상에 대한 교육을 하라고 돼 있는데도 "주체사상 가르치라는 가이드라인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해 야당 의원으로부터 조소와 비난을 듣기도 했었다.

또 "국정 교과서는 저작권을 누가 가진 교과서냐"(도종환 의원)라는 질문에 "저작권은 집필진에게 있다"고 말했다가 "(국정 교과서니까) 저작권이 교육부에 있죠. 그것도 모르나"라고 핀잔을 듣거나, '전시작전권을 누가 행사하느냐'(김영환 의원)라는 질문에 "한미 공동"이라고 오답을 말해 망신을 당하기도 했었다. 황 총리가 지난 가을 대정부 질문에서 활약을 펼친 때는 2015년 10월 13~16일이다. 대정부 질문 다음날인 17일, 문화방송(MBC) <무한도전>은 '뇌순남 특집-바보전쟁' 편을 방영했다.

황 총리는 지난 2014년 총리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자영업자 월평균 소득이 얼마냐?"(우원식 의원)이라는 질문에 "200만 원?"하고 답해 우 의원의 한숨을 자아냈고, 북한 국방비 규모를 한국과 비교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우리보다는 적다"고 해 소소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관련 기사 1 : 황교안, 사흘째 '실언'…現교과서 문제 못찾아, 관련 기사 2 : 황교안 "주체사상 가이드라인 없어"…'실언 3연타')

黃 "사드, 100미터 밖에서는 안전"

한편 황 총리는 사드 도입 문제와 관련해서는 "100미터 이외에서는 안전한 것으로, 과학적으로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황 총리는 김광진 의원과의 질의 응답에서 "100미터 이내에서는 유의해야 한다는 안전 기준을 가지고 있고, 사드가 배치된 부대 외부에 있는 주민들에게는 전자파 영향이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미국 괌 기지와 텍사스 기지, 일본 교토(京都)와 아오모리(靑森) 기지의 사례를 들어, 이들 기지들의 경우 미군 교범에 따라 반경 3.6킬로미터 내에 민간인의 출입을 금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우리나라는 인구 밀도가 높아 민간인이 없는 곳을 찾기 어렵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이철우 의원은 "배치 지역으로 거론된 지역의 주민들은 사드에 의한 전자파 발생, 미군 주둔에 의한 환경오염 등 걱정을 크게 하고 있다"며 "사드의 배치에 따른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도 사드 배치에 있어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사드가 중국의 반발을 불러와 지역 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고, 한국의 안보적 필요에 부합하는 무기 체계도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에 답변자로 나선 한민구 국방장관은 "사드는 단거리과 준중거리, 3000킬로미터 이하 (사정거리의)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것"이라며 "ICBM(대륙 간 탄도 미사일)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사드는 14차례 시험평가를 완료했고, 스커드·노동 급의 미사일에 대한 요격 실험도 했다"면서도 '미국에서 실제 사드로 1000킬로미터 이내 거리의 미사일 요격 시험을 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미국이 한반도만을 위해 사드를 만든 게 아니기 때문에…"라고 했다. 한반도의 경우 북한 최북단에서부터 한국 최남단까지의 거리가 1000킬로미터 이내이기 때문에, 이같은 지리적 특성에서 사드가 과연 유용한 무기냐는 맥락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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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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