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남대문'에 무슨 일이?

[김윤태의 중국은 하나?] 지역 상호 통합 모델 : 범 주강 삼각주 경제권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의 경제 발전은 주강 삼각주 지역을 시작으로 장강 삼각주, 환발해만, 동북 3성으로 확대되었고, 이후 성유(成渝) 경제 지역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 경제의 도입과 눈부신 성장은 이제 어느 한군데 사각지대가 없을 정도로 사방팔방으로 퍼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추진하면서 미래로 향하는 길에 중국을 빼고는 얘기할 수 없게 된 느낌이다.

주강 삼각주는 광둥 성의 동남부 주강(珠江)의 하류를 말하며 중국의 남대문으로 불린다. 개혁 개방 초기 경제 특구가 설치된 지역이다. 그래서 개혁 개방의 기관차, 혹은 '제1의 경제 축'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명성을 가진 주강 삼각주 지역이 주변의 홍콩, 마카오와 연계하여 거대한 블록 경제권을 형성해 가고 있다.

범 주강 삼각주라 일컬어지는 이 새로운 경제 권역은 '하나의 경제권' 구축을 목표로 교통과 운송 인프라 정비를 재촉한다. 홍콩과 마카오 그리고 중국의 주하이(珠海)를 잇는 강주아오(港珠澳) 대교의 건설, 광저우, 선전, 홍콩을 잇는 고속도로 건설, 홍콩과 선전 국제공항의 직통 연결 도로 건설, 선전의 동부와 광둥 성 중부까지의 교통 연결 등이 그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속철도를 통해 인근의 난닝과 구이양, 샤먼 등지를 연결하여 전국이 훨씬 가깝게 연결되었다.

이러한 인프라의 구축을 통해 범 주강 삼각주 지역은 하나의 거대한 경제 권역으로 탄생될 것이다. 또한 각 지역의 특징을 한데 묶어 내는 새로운 협력 모델 구축이어서 그 효과가 더욱 기대된다. 이 협력 모델은 주강 삼각주 지역의 제조업, 홍콩의 금융, 마카오의 관광을 한데로 결합시켜 남중국 최대의 경제권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Front Shop, Back Factory' 협력 모델

이 신모델은 첨단 산업과 서비스 산업, 소비 시장의 통합을 지향하기 때문에 그 파괴력이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방 상점, 후방 공장(Front Shop, Back Factory)'으로 지칭되는 이 협력 모델은 기존의 전자와 가공 산업 위주에서 첨단과 바이오 산업과 같은 지식 기반의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기초로 하여, 환경 친화적, 하이테크,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산업과 관광 컨설팅, 부동산, 유통과 소매, 금융, 물류, 전시, 호텔 등 서비스 산업의 총체적 발전을 목표로 설정하고 온갖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광둥 성의 하이테크 산업의 총 매출은 총 교역 규모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또 서비스 산업도 눈부시게 성장했다. 광둥 성의 금융, 헬스 케어, 도소매 상품 교역 서비스 등 서비스 산업의 성장률은 전체 GDP 성장률을 상회하고 있다. 소비 시장 또한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2012년 주강 삼각주의 소매 판매 규모는 중국 본토의 7.9%를 차지함으로써 중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소비 시장으로 등극했다. 관광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경쟁력이다. 2012년 홍콩의 총 소매 판매에서 중국 관광객의 쇼핑 지출 비율은 30.7%였다.

또 이 협력 모델은 홍콩과의 결합을 통해 세계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큰 경쟁력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홍콩을 거점으로 하여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유수의 본토 기업들이 홍콩 주식 시장에 상장했다. 2013년 기준으로 중국 포천 500대 기업 중 127개의 기업이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을 정도로 홍콩은 중국 기업이 세계로 진출하는데 거점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범 주강 삼각주 경제 권역의 기획과 추진은 기존 주강 삼각주 지역이 갖는 한계와 약점을 보완하고 재정비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우선, 주강 삼각주 지역은 경공업은 발전했지만 중공업이 받쳐주질 못해 경쟁력에 한계가 있었다. 또 내륙으로의 경제적 파급력이 크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는 인프라의 건설로 극복하고자 했다. 편리하고 빠른 교통로의 건설은 석유화학과 자동차 제조, 철강 산업이 위치한 장강 유역과의 연결을 용이하도록 했고 내륙으로의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했다.

점차 높아지기만 하는 경영 비용과 고급 인력의 부족이 이 지역의 문제 거리였다. 하지만 홍콩, 마카오와의 연결은 이러한 애로 사항을 단번에 해결해 주었다. 부동산 가격이나 인건비 상승이 가져오는 제조업 경쟁력의 약화는 홍콩을 통한 해외 시장의 연결과 관광 산업 등의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통해 충분히 상쇄할 만하다. 뿐만 아니라 부족했던 고급 인력도 홍콩을 통해 두텁게 확보할 수 있다.

지역 상호 통합 모델 실천 중인 범 주강 삼각주 경제권

범 주강 삼각주 기획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무엇보다도 기존의 무질서를 재배치해서 체계적인 경제 권역을 만들었다는데 있다. 사실상 그동안 주강 삼각주의 경제 형태는 각 도시마다 정책이 다르고 무질서해서 서로 경쟁하는 현상까지 있었다. 개혁 개방 초기 주강 삼각주에서는 각 지역별로 소규모의 산업 지역이 형성되었고, 외자 기업의 유치도 특별한 원칙이나 기준 없이 생산 기지들을 건설하였다. 따라서 지리적 분산은 물론이고 토지 자원의 낭비, 심각한 환경오염, 고급 인력 유출의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기획을 통해 범 주강 삼각주 경제 권역은 지역 내의 역량을 결합하고 단결시킬 수 있는 상호 보완적 구조가 형성되었다. 무질서하게 서로 경쟁하는 구도가 아닌 서로의 특장을 배합하는 균형 잡히고 체계적인 경제 구도가 확보되었다. 대규모 산업 단지를 구축하면서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경쟁력을 다시 큰 폭으로 강화시키고 있어, 가히 남중국 최대의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광둥 성 정부에서도 이러한 범 주강 삼각주 계획을 구체화시키기 위해서, 2009년 '주강 삼각주 산업 배치 일체화 계획(2009~20년)'을 발표했다. 광저우, 선전, 포산, 둥관, 중산 등 지역의 특화 산업과 특화 지역을 육성하고, 경제 상관성이 높은 지역의 상호 통합을 유도해서 경제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2020년까지 추진될 이 계획에 따르면, 광둥 성 동부 연안 지역은 금융, 물류, 전시 컨벤션, 문화 창작 등 서비스업 위주로 육성되고, 전자 정보, 신에너지, 신재료, 바이오 의학 등 신성장 동력 산업이 배치될 예정이다. 한편, 광둥 성 서부 연안 지역은 자동차, 선박, 해양 공정 설비, 핵 발전, 풍력 발전, 태양광, 항공 등 설비 제조업 위주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또 연안지역에는 생태 환경 보호 산업 단지가 조성되어 석유화학, 철강 제련, 해양 공정 장비, 해양 바이오 의약, 천연 오일 가스 채굴 등이 집중 배치될 예정이다.

이와 같이 '중국 개혁 개방의 1번지', '개혁 개방의 기관차', '제1의 성장 축' 등으로 명성을 날렸던 주강 삼각주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범 주강 삼각주 경제 권역' 구상을 통해 제2의 도약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기존의 노동 집약형 구조, 무분별한 투자와 비효율적 산업 체계에서 벗어나 첨단 기업으로의 변신, 합리적 배합과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 발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경제 상관성이 높은 지역의 상호 통합을 유도하는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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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

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에서 중국 사회를 강의하고 있다. 외교부 재외동포정책 실무위원이며, 동덕여대 한중미래연구소에서 수행하는 재중한인연구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국립대만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중국 사회에 관한 다양한 이슈뿐만 아니라 조선족 및 재중 한국인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재중 한국인 사회 조사 연구>, <臺灣社會學想像>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 연구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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