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과 중국, 뿌리는 하나다

[김윤태의 중국은 하나?] 타이완과 푸젠의 종교문화적 정체성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 차이잉원이 당선되면서 타이완(대만)은 중국과의 분리 독립을 궁극의 목표로 하는 민진당이 재집권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세계의 이목이 다시금 양안 관계의 변화에 집중되고 있다. 친중적 태도를 견지했던 국민당 집권 시기와 달리 타이완 독립을 강하게 주장한다면 중국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고, 평화로웠던 양안관계는 물론 동아시아 질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은 '일국양제(一國兩制, 하나의 국가에 두 개의 체제가 공존하는 것)'를 내세우며 타이완에게 '하나의 중국'의 틀을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자치를 허용하겠다는 마지노선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타이완 독립을 당강(黨綱)에 두고 있는 민진당 내의 독립 추구파 중에는 중국이 제시한 일국양제론을 넘어 중국과 타이완은 엄연히 다른 '두 개의 국가'임을 강조하는 이들이 있다. 중국으로서는 이러한 분리 독립의 위협을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중국과 타이완이 한 뿌리임을 강조한다.

중국은 요즘 전통 문화의 부활에 온 정신을 쏟고 있다. 전통 문화의 부활은 타이완과 중국의 문화적 동질성을 재확인 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문화 강국으로의 입지 강화와 문화 산업의 활성화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중국의 전통 문화를 유네스코의 '인류 무형 문화유산'에 서둘러 등재하는 작업 또한 전통 문화 부활 작업의 일환이다. 그래서인지 등재 건 수 또한 세계 각국 중에서 가장 많다.

마조(媽祖) 신앙의 기원

마조(媽祖) 신앙은 2009년에 유네스코의 인류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는데, 타이완을 포함한 남중국을 대표하는 종교 문화로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마조 신앙은 중국의 푸젠, 광둥, 홍콩, 마카오, 그리고 타이완까지 남중국의 해안을 중심으로 형성된 민간 신앙이다. 푸젠 성 메이저우(湄州)라는 지역에서 유래한 마조 신앙은 북송 말년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천 년 세월을 백성들과 함께 했으며, 점차 구미와 동남아 등지로 전파되었다.

마조는 여신으로 임묵(林默)이라는 실존 인물이다. 출생부터 범상치 않았던 임묵은 무당이 되어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었고, 특히 해상에서 배가 조난을 당했을 때마다 특별한 능력으로 이들을 구조해 주었다. 28세가 되던 해 조난을 당한 뱃사람을 구조하다 목숨을 잃게 되었으나, 바로 승천하는 신선의 모습으로 백성들에게 나타났다.

이때부터 백성들은 재난을 당하거나 바다에 나갈 때 마조에게 제사를 지내게 되었고, 이것이 발전되어 민속 신앙으로 자리 잡았다. 그 후 천 년의 세월 동안 마조는 더욱 신격화되면서 청나라 때는 황제로부터 '천후(天后)', '천상성모(天上聖母)'의 봉호를 받기도 했다. 민간에서만이 아닌 국가에서도 공인한 신앙으로 승격된 것이다.

이렇게 발전된 마조 신앙은 해안선을 따라 북으로는 저장, 장쑤, 산둥 등 발해만까지, 남으로는 광둥과 홍콩, 마카오, 타이완까지 확산 전파되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의 해외 이민과 더불어 동남아와 세계 각지로 그 세력을 확대했다. 지금은 전 세계 20여개 국가에 2억여 명에 가까운 신자들을 가지고 있다.

마조 신앙은 해외 이주 중국인의 정체성을 유지시키고 연대를 강화하는데 중요한 매개 역할을 했다. 특히 타이완의 경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푸젠 성과 뿌리를 같이 하고 있다. 400년 전 명말 청초 시기 반청복명(反淸復明)을 외치던 푸젠 성 일대의 명나라 재건 세력들이 근거지로 삼기 위해 타이완을 개척한 것이 타이완 개척사의 출발점이다. 타이완 국민의 80% 이상은 푸젠 성 출신의 조상을 갖고 있다. 타이완을 개척하면서 그들이 신봉하던 마조 신을 함께 모셔갔고, 그로부터 타이완 사람들은 푸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마조 신을 믿어 오고 있다.

종교 문화적 정체성으로 정치 갈등 넘어설 수 있을까?

해외로 이주해 간 이민들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믿던 신앙을 모셔감으로써 그 멀고도 험한 길을 보호받고자 했다. 그렇게 모시고 가서 세운 사당인 마조묘(媽祖廟)를 중심으로 이민들은 새로운 개척지에서 생존을 위한 협력과 유대를 공고히 했다. 마조묘가 이들의 경제 생활, 정치 생활, 사회 문화 생활의 중심이 된 것이다. 남녀노소의 신도들이 각종 의례를 통해 서로의 핏줄을 확인하고 문화적 정체성을 공유하게 되었다. 또 고향인 푸젠 성과의 연계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천주교의 성지 순례와 같은 종교 의례를 통해 외지의 마조묘와 중국 본토의 마조묘가 서로 연계되는 종교 의례를 진행하기도 했다. 조상을 알현하고 향을 올리는 이러한 의례를 통해서 외지의 화교 화인들과 중국 본토의 관계는 뿌리를 같이 하는 관계로 재확인되었다.

타이완과 중국은 이념적, 정치적으로 대치하고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한다면 타이완으로 불리는 중화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는 반면, 중국 본토를 차지하고 있는 중화인민공화국은 사회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념을 달리하는 두 지역이 서로 중국의 적통임을 고집하다보니 이 두 지역은 각각 다른 국가로서 대치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국가'안에서 대치하는 셈이 되었다. 그래서 이 두 지역의 관계를 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는 관계라 하여 양안(兩岸) 관계라 칭한다. 통일을 염두에 둔 남북한이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다.

여하튼 이렇게 정치적으로는 대립 관계를 갖고 있지만, 마조 신앙을 중심으로 한 문화적 통합은 민간의 주도 하에 빠르게 진척되었다. 타이완 신도들의 마조 순례는 타이완과 푸젠 성을 매우 긴밀하게 연결시켰다. 해마다 증가하는 타이완 신도들의 마조 순례로 타이완과 푸젠 성의 문화적 뿌리의 동질성이 재확인 되는 것이다. 긴장된 양안 관계와는 무관하게 민간의 문화정체성 공유와 교류 확대는 꾸준히 지속되고 있어 향후 양안 간 정치적 통합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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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

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에서 중국 사회를 강의하고 있다. 외교부 재외동포정책 실무위원이며, 동덕여대 한중미래연구소에서 수행하는 재중한인연구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국립대만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중국 사회에 관한 다양한 이슈뿐만 아니라 조선족 및 재중 한국인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재중 한국인 사회 조사 연구>, <臺灣社會學想像>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 연구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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