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중국의 굴기를 두려워 말라"

[주간 프레시안 뷰] 최초의 교황 중국 방문 이뤄지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춘절(음력 설)을 맞아 시진핑 국가 주석 및 모든 중국인들에게 새해 인사를 전했습니다. 교황이 중국 지도자에게 새해 인사를 한 것은 2000년 교황청 역사상 최초의 일입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교황은 "중국은 늘 위대함의 기준이었고, 위대한 국가를 넘어 위대한 문화와 무진장한 지혜의 보고"라면서 중국의 급속한 굴기는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희망과 평화, 상호 이해의 근거가 되고 있다"고 중국을 한껏 치켜세웠습니다.

(☞관련 기사 : 프란치스코 교황, 춘절 앞두고 중국 국민과 시진핑 주석에게 새해 인사 전해)

그는 2일 홍콩의 인터넷 매체 <아시아 타임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중국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믿는다. 스스로도, 나머지 세계도 (중국의 굴기를) 두려워 말아야" 한다면서 중국인은 그들 자신과 세계를 살찌우며, 세계의 평화로운 진로를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될 거대한 지혜의 유산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국 문제에 대해서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인터뷰를 진행한 이탈리아 출신의 언론인 프란체스코 시치는 교황의 발언은 중국에 대한 축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시치는 <아시아 타임스> 칼럼니스트이자 중국 런민(人民)대학 내 유럽연구센터의 선임연구원입니다. 시치는 1월 28일 바티칸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인터뷰에서 "중국인들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들에 관한 교황의 인간적 공감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한 자녀 갖기' 정책 등에 의한 전통적 가족의 해체, 서방의 중국 이해 및 중국의 서방 이해에서 일어나는 어려움, 문화혁명 등 과거 경험에 대한 죄책감 등 중국의 문화적, 철학적 문제에 집중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바티칸과 중국 간 수교 문제와 정치·종교적 사안 등 예민한 질문은 일부러 뺐다고 밝혔습니다.

교황의 이번 인터뷰에 대해 <AFP 통신> 등 서방언론은 1951년 단절된 중국-바티칸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바티칸-중국 관계는 1951년 바티칸이 대만 정부를 인정하면서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중국은 관제단체인 '천주교 애국회'를 만들어 주교를 임명했고 바티칸은 중국의 종교 탄압을 문제 삼았습니다. <AFP>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교황이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중국에 주교들을 임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한국 방문, 2015년 쿠바 및 미국 방문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표명했습니다. 지난해 교황은 "물론 당연히 중국에 가고 싶다. 내일이라도 가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 바티칸 사정에 정통한 가톨릭 평신도 신학자인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가톨릭프레스> 편집장)은 "현재 교황의 중국 방문에 관한 물밑 접촉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이번 인터뷰를 진행한 시치는 지난해 중국 정부가 '프란치스코 교황과 시진핑 주석이 악수하기를 고대한다'는 내용의 마다친 상하이 주교의 글을 발행 허가한 것은 좋은 징조라고 해석했습니다. 마 주교는 정부 주도의 '천주교 애국회'에 의한 상하이 주교 임명을 거부해 2년간이나 가택 연금 됐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시치는 특히 지난해 9월 하순 같은 시기에 미국을 방문한 교황은 오바마 대통령의 공항 영접 등 대대적인 환대를 받은 반면 시진핑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면서, 중국이 국제사회의 이해와 환영을 받기 위해서는 세계의 '수퍼 소프트 파워'인 교황을 포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관련 기사 : Pope’s visit sends message about past, present and future to US, China: Sisci)


한편 중국 외교부는 3일 교황 인터뷰와 관련해 "관련 보도내용을 확인했다"면서 "중국은 시종일관 바티칸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성의를 보이는 데 주력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는 그러나 '중국 정부가 교황의 공식 방문을 요청할 것인지를 고려하고 있는가'란 질문에 대해서는 "이와 관련해 제공할 정보는 아직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관련 기사 : 중국, 프란치스코 교황 화해메시지 환영 표명)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3월 예수회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교황에 취임한 이래 세계의 극단적 불평등을 지적하고 부자들의 탐욕을 비판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는 또한 미국과 이란, 미국과 쿠바, 콜롬비아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화해 과정에서 커다란 역할을 했습니다. 아무쪼록 교황의 중국 방문이 이루어져 동아시아와 세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대결이 완화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다음은 2일 보도된 <아시아 타임스> 교황 인터뷰의 주요 내용입니다. 원문은 아래에서 볼 수 있습니다.

(☞관련 기사 : Pope Francis urges world not to fear China’s rise: AT exclusive)

▲ 프란치스코 교황(왼쪽). ⓒ바티칸 교황청


"세계는 중국의 굴기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 당신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젊은 시절 지구 반대편에 있는 중국을 어떤 나라라고 상상했나? 마테오 리치(1552-1610년, 교황과 같은 예수회 소속 신부로 중국에 27년간 머물면서 서양을 중국에 소개하고 중국을 서양에 알렸다: 편집자)는 당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나?

"나에게 중국은 언제나 위대함의 한 기준이었다. 위대한 나라 아니, 일개 국가를 넘어서 무진장한 지혜를 지닌 위대한 문화였다. 어렸을 때부터 중국에 대한 책 등을 읽노라면 중국에 대한 존경이 절로 우러났다. 나는 언제나 중국을 존경해 왔다."

"나중에 마테오 리치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이 분이 어떻게 나와 같이 중국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됐고 어떻게 이 위대한 문화, 세월 속에 단련된 지혜를 지닌 문화와 대화하게 됐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중국과 진정한 '만남(encounter)'을 갖게 된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중국에 관해 알려진 것은 만리장성뿐이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만리장성 외에는 중국에 대해 잘 몰랐다. 그러나 중국에 대해 파고들면 들수록 리치가 겪은 것과는 시기나 방식 측면에서 매우 다른 '만남'의 느낌을 갖게 됐다. 하지만 여기에서 예기치 않은 배움을 얻게 됐다. 리치의 경험은 우리에게 중국과의 대화에 나서라고 가르쳐 준다. 중국은 지혜와 역사의 거대한 집적체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많은 것의 축복을 받은 땅이다. 가톨릭교회는 유럽문명 이전의 모든 문명을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대문자 R로 시작되는 존경(Respect)의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고 나는 감히 말한다. 우리 교회는 모든 문화를 받아들일 위대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내가 처음 중국 상공을 지날 때(2014년 8월 한국 방문 당시 교황의 비행기는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중국 영공을 통과했다), '앞으로 10분 후 중국 영공에 진입합니다. 여러분의 인사를 전하십시오'라는 안내 방송을 들었다. 그때 나는 평소와는 다른 벅찬 감정을 느꼈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거대한 문화와 지혜의 땅을 지나가게 되다니."


- 중국은 수 천 년의 고립에서 벗어나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무대에 들어서고 있다. 이는 중국은 물론 세계에도 유례가 없는 도전이다. 교황께서는 3차 세계 대전이 슬그머니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는데, 중국의 굴기가 세계 평화의 추구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중국의 굴기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것은 결코 좋은 태도가 아니다...우리는 어떤 종류의 도전에 대해서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우리 모두는 공존과 존경, 상호 존중의 길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소통하게 마련이고 각 문명도 마찬가지다. 소통이 자기 방어를 위해 공격적이 되면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명확하다. 그러나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평화의 균형(핵무기의 공포에 유지되는 거짓 평화인 '공포의 균형'에 대비되는 말: 편집자)을 지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업이다. 서양과 동양, 그리고 중국 모두는 평화의 균형을 지킬 능력이 있으며 그럴 힘이 있다. (두 팔을 크게 벌리면서) 언제나 대화를 통해 그 길을 찾아내야 한다. 그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만남은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진정한 평화의 균형은 대화를 통해 실현된다. 대화란 절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 케이크가 있다고 치자. 그 절반을 상대에게 주고 나머지 절반을 내가 갖는 것은 진정한 대화가 아니다. 이것이 바로 얄타(2차 대전 이후 얄타 협상을 통한 미소 간의 세계 분할을 말함)에서 일어났던 일이고, 우리는 그 결과를 잘 알고 있다. 대화란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 문제에 합의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걸어가는 것이 대화다. 이 점을 잘 알아야 한다. 대화란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케이크를 조각 내지 않고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케이크는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케이크는 인류이며 문화다. 얄타에서처럼 케이크를 잘라 내는 것은 인류와 문화를 무수한 파편들로 만들어낼 뿐이다. 문화와 인간성은 조각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인류의 공동선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인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 왔다. (1960~70년대의 문화혁명이 있었고) 1980년 이후에는 '한 자녀 정책'으로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자녀를 마음대로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최근 중국은 '한 자녀 정책'을 폐기했다). '자비의 해'(희년: 매년 7년마다 돌아오는 안식년이 7번 지난 후, 즉 50년마다 돌아오는 해로 노예 해방과 채무 탕감 등이 이루어진다)를 맞아 중국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는가?

"한 민족의 역사는 길을 걸어가는 것과 같다. 어떤 때는 빨리 걷고 어떤 때는 느리게 걷기도 한다. 어떤 때는 멈추기도 하며, 길을 잘못 들어 올바른 길을 찾기 위해 헤매기도 한다. 그러나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면 이런 것들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역사를 만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나는 중국인들이 전진하고 있다고 믿으며, 이것이야말로 중국인의 위대함이다."

"어떤 민족이든 자신들이 걸어온 길로서의 역사와 화해해야 한다. 성공이나 실패에 구애되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의 역사와 화해함으로써 훨씬 더 성숙해지고 성장할 수 있다. '자비'에 대해 말한다면, 자기 자신에 대해 자비심을 갖는 것이 건강한 것이다. 스스로를 학대하거나 남을 학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민족도 마찬가지다. 영혼의 고상함, 이 말을 쓰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용서'해야 한다.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나(우리 민족)의 길로 받아들이고 웃으며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 지쳐서 멈춘다면 세상을 원망하고 스스로를 부패시킬 뿐이다. 따라서 개인이든 민족이든 스스로가 택한 길에 대한 책임을 짊어진다면 즉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면, 아무리 어려운 때라 할지라도, 한 개인(민족)의 역사적 문화적 풍부함이 드러날 것이다."

"그 풍부함은 어떻게 드러나는가? 첫 번째 질문에 그 해답이 있다. 현재의 세계와 대화함으로써 드러난다. 대화 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때때로 문화가 다른 국가 간의 대화에서 그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 점을 특히 강조한다. 즉 대화를 빌미로 상대 국가를 자신의 문화적 식민지로 만들려는 은밀한 공작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민족의 위대함을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문화를 지켜왔다. 그리고 그들의 문화는-과거 중국의 이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외부의 어떤 문화로부터 그들에게 강요된 것이 아니다."

- 지난 30여 년간 중국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그 과정에서 엄청난 인간적, 환경적 재앙을 겪어야 했다. 특히 (농촌 출신으로 도시에서 일해야 하는 수 억 농민공의) 자녀들은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 하는 희생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시겠는가?

"건강한 현실주의(realism)의 정신을 가지라고 권하고 싶다. 어떤 현실이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마치 축구에서 골키퍼가 어떤 방향에서 공이 날아오든 그 공을 받아내야만 하는 것과 같다. 현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현실적이 돼라.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첫째, 현실과 화해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현실이 싫어, 난 반대야, 나를 고통스럽게 해'라며 한탄한다. 그러나 현실과 화해하지 못한다면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그런 다음에 두 번째 단계로 현실을 개선하고 방향을 바꾸기 위한 일에 나설 수 있다."

"어쩌면 이는 너무도 평범한 권고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래 속에 머리를 박은 타조처럼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해결책은 나올 수 없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서 그 다음에 토론하고 모색하며 나의 길을 따라 꾸준히 걸어가야 한다. 강물이 깨끗한 것은 끊임없이 흐르기 때문이다. 고여 있는 물은 썩기 마련이다."

- 음력으로 새해를 맞아 중국 인민과 정부, 그리고 시진핑 주석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시진핑 주석과 모든 중국 인민에게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 또한 중국인은 위대한 민족이라는 사실, 위대한 지혜의 역사를 가졌으며 세계에 기여할 것이 많은 민족이라는 역사적 인식을 결코 잊지 않기를 희망한다. 세계는 여러분들의 위대한 지혜를 기대하고 있다. 새해를 맞아 중국인들이 이러한 역사적 인식을 간직하고 인류 공통의 집과 지구촌 가족들을 돌보기 위해 인류 모두와 협력하며 계속 전진해 나아갈 것을 바란다. 고맙습니다(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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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규

서울대학교를 나와 경향신문에서 워싱턴 특파원, 국제부 차장을 지내다 2001년 프레시안을 창간했다. 편집국장을 거쳐 2003년부터 대표이사로 재직했고, 2013년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이사장을 맡았다. 남북관계 및 국제정세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연재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 프레시안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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